1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동이에요ㅠㅠㅠㅠ
이제 곧 본격적인 시험기간이므로 시험 끈나고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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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약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선배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날 패기넘치게 비를 맞은 나는 감기에 걸렸고 며칠 내내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몸상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졸업공연 연습도 당분간 참석하지 못한다는 전화를 해 두었지만 감독하러 가지 않으면 마음이 더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에 3일만에 집을 나섰다. 목도리와 장갑, 마스크로 몸을 감싼 채 교내 공연장으로 향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떡볶이와 튀김, 빵과 우유 같은 간식을 잔뜩 사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연습하느라 분주할 줄 알았던 공연장은 생각과 달리 썰렁했다. 다들 관객석에 앉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대 쪽으로 다가가 관객석을 보았지만 관객석에 있는 사람은 변백현 하나였다.
"뭐야..."
내 목소리를 들은 변백현이 감았던 눈을 떴다. 못 온다더니. 변백현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간식거리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변백현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관객석에서 보는 무대는 더욱 더 썰렁했다. 다른 애들은 어디가고. 내 물음에 변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너무 지쳤어. 너랑 못하겠다더라."
변백현의 말에 무언가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다. 내 손으로 직접 오디션을 열어서 한 명, 한 명 뽑은 배우들이다. 스탭중에서는 저를 도와주겠다는 저학년들도, 겨우겨우 부탁한 선배들도 있었다. 다들 제 손으로 하나하나 맞춰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왜... 그러는건데?"
목소리가 볼품없이 갈라졌다. 무대만 바라보고 있는, 몇년을 함께 한 그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두려웠다.
"넌 너무 특별하려고 하잖아. 네 연극은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문학적이고 심오해. 가끔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보고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한 연극을 만들어봐. 너를 위한 연극 말고."
말을 마친 변백현은 관객석에서 일어났다. 단발머리도 잘 어울리네. 나도 간다. 그대로 공연장을 나서는 변백현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 연극이 뭐가 어쨌다는 거야...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 * *
도움을 청할 곳이 없던 나는 결국 당분간 연락하지 않으려던 준면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약혼식에 안왔다는 죄목이 괘씸하지만 급하다고 하니 일단 백현이를 대신할 극작가라도 한 명 소개해준다고 했다. 평소보다 훨씬 안 좋은 내 목소리를 걱정해주었지만 평소에는 한없이 다정하기만하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밉게만 느껴졌다. 카페에 앉아서 노래 두세곡 쯤을 듣자 선배가 소개해준 극작가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똑똑-. 누군가 내가 앉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고개를 들자 비오던 날 만났던 그 남자가 있었다.
"아... 저..."
"그 때 집에 잘 들어갔어요? 단발머리 아가씨."
대책없이 비를 맞던 그 날의 기억에 괜히 창피해져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날은 감사했어요. 우산도 잘 썼고... 우산은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약속시간을 살짝 넘겼지만 시간개념이 없는 무례한 극작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고마우면 뭐 해줄거에요?"
"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내가 우산을 빌려주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쪽에서 멋대로 베푼 호의였으며 거절 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가버린 것도 그쪽이었다.
"나중에 우산 돌려드리면서 밥이라도 한 번 사죠. 지금은 약속이 있어서... 일어나주시면 좋겠네요."
못믿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남자덕에 핸드폰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약속 있어요. 못 믿겠으면 전화 해볼게요. 선배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며 초조한 마음에 아래를 보며 엄지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여보세요-. 곧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인데 어디 쯤이세요?"
고개 좀 들어볼래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통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이 저인가 보네요."
남자는 슬며시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전화도 끊지 못하고 한동안 멈춰있었다.
"안녕하세요. 준면이형 사촌동생, 극작가 박찬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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