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궁, 자네 손에 든 그것은 무엇인가? 예 세자저하, 이것은 저 멀리 탐라 라는 섬에서밖에 자라지 않는 아주 귀한 과일입니다. 가끔 이렇게 왕실에 특산물로 바쳐질때만 세자저하도 드실 수 있사옵니다. 한상궁의 손에서 겉껍질이 벗겨지는 그것은 어린 내게는 순결하게도, 요염하게도. 사랑스럽게도 다가왔다. 물끄러미 그 여리고도 탱글한 과육을 보다, 나는 입을 열었다. 한상궁, 그 과일의 이름이 뭔가? 달고 상큼한 내음이 나네. 예 저하, 아-하소서. 미소지으며 내 입에 그 주홍의 과육을 넣어주는 한상궁은, 나를 낳으시다 돌아가셨다는, 그래서 한번도 뵐 수 없었던 나의 어마마마를 닮았을게야, 늘 그리 생각했다. 포근한 어머니의 향을 가진 한상궁은 언제나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이것은 귤 이라고 하옵니다 저하- 귤, 귤이라. 입에 담기는 그 이름마저도 달고 새큼하였다. * "이것이 내 어릴적 이야기다. 그리고.. 너와의 만남에 있어 처음이었을 일이지, 넌 기억에도 없을테지만." 붉은 용포와 옥대, 신하들은 나를 옥과 용에 빗대어 내 얼굴은 용안이요, 손은 옥수라 칭한다. 아바마마 마저도 승하하시고, 나는 임금이, 이 나라의 왕이 되었다. 그때가 내 나이 열 넷이었다. 더이상 한상궁은, 내 얼굴을 보며 미소지어서도. 나를 어르고 달래줄 수도 없어졌다. 나는 드넓은 왕궁 한 가운데에 버려진듯 외롭고, 외로우며 외로웠다. 그래, 나는 너무도 이르게 고독에 취해버린 어린 한량이였다. 취하고 비틀거려서는 한심하게밖에는 보이지 않을 한량의 모습. 나는 조정의 신료들의 상소와 백성들의 아우성에 취하고, 그 취기에 못이겨 쓰러지며 좌절했다. 그리고 나는 너를 만난게야, 내 짧았던 어린시절의 향수인 너를. 지친 나를 달래주리라, 그리 쉬히 믿게하는 너를 말이다. "탐라에서부터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이리 오너라, 참으로 고되었다." 말갛게 나를 바라보며 윤기를 띄는 생김새가 익숙하여 하염없이 바라보게했다. 새초롬하며 수수한 그 자태가 아릿하게도 가슴을 찔러와 이를 숨기고자 급히 입을 열어 말을 뱉았다. "어디 불편한 구석은 없는게지?" 곱게도 입을 앙다물던 귤의 입이 천천히 열려서는 말했다."예..전하, 소녀 강녕하옵니다. 전하는 어떻사옵니까?" 강녕하다..강녕하구나, 그런데 내 속은 강녕치 못한가보구나. 이리 네 얼굴을 보니 "...강녕하여..다행이구나.." 왜 눈물이 나는게냐, 답해보거라. 어서 답을 해. 너를 쓰담던 손은 조금 더 그윽하고도 거칠게 어루만진다. 이런 다급함에 놀랐는지 귤이 황급하게 말했다. "저, 전하..소녀 어디에 가지 않사옵니다. 서둘지 않으셔도.."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내 너무도 외롭구나,고독하구나. 정이 고픈게야. 볼품없다 여길 정도로 작은,그렇지만 내 손에는 가장 알맞을 너의 익숙한 크기가 손에 담긴다. 어디 하나 모난구석이 없는 그 둥근 선이 묘하게 색정적이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 너를 감싸고 있는 밝은 주황의 겉껍질을 감히 벗겨보고자 과감히 튿어내니, 익숙하지 않은 이러한 거침에 너는 수줍은듯 꼭꼭 감추어두었건 새초롬한 과육을 주삣대며 드러낸다. 그 순수고도 여린 속살에 욕정하는 나는 비난받아도, 이미 침샘을 자극하는 너만의 향기에 나는 끝내 입맛을 다시고야 만다. 감히 도도하게도 모든 것은 보이지 않겠다는듯 너의 나체를 드문드문 가린 흰 속꺼풀이 너의 살결을 감상하는것을 방해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도발적으로 다가옴에 나는 드디어 네게 입을 맞춘다. "너는 여전히 참..달구나" 혀끝을 파고드는 새큼하고도 달디 단 너의 꿀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음은 물론이고, 더이상 부드럽게 너를 대하는것에 한계를 느껴버린 나는 거칠게 너의 모든것을 삼키어 버린다. 혀의 모든 점막에 대한 감각을 살리어 낸 너는 쉬히 내게서 지워지지도, 잊혀지지도 않으리라. 손을 적신 너의 흔적이 자극적이면서도 순수한 그 묘한 감각에 나는 또다시 너를 찾을것을 쉬히 예상한다. "너는 참으로 못됬구나, 왜 이리 나를 늦게 찾아온게야." 툭 내뱉은 그 말에, 귤은 베시시 웃으며 말하였고 그것이 또 귀엽고 아련했다."전하께서 너무 늦게 찾으신겁니다, 소녀도 참..그리웠사옵니다." 미안하고 고맙구나, 이 드넓은 왕실에서 내게 웃음을 줄 이는, 이제 너밖엔 없음이야. 그것이 또 미안하고 고맙다. "내가 너를 참으로 많이..은애하나 보다, 귤아." 무심히도 흘러가던 시간이 오늘만큼은 구름과 함께 머무르는듯, 뺨을 쓸어내리는 찬 겨울내음에도 오늘만큼은 넉넉하고 유하게 웃을수있을 터였다. 흰 눈은 너와 참으로 잘 어울린단다, 귤아 "예 저하, 소녀도 전하를 매우 사모하옵니다. 아주, 아주 많이.." 겨울 내음에 어찌된 일인지 봄의 향내도 같이 풍겨오는듯 하다. 그만큼 오늘은 참으로 따스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귤/상감마마] 기억속愛 3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이광수 주우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