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말하자면 조선 최고의 상단 구래용(九來龍)의 본거지이자 상단 어르신인 권지용 새ㄲ..어이쿠 이게 아니라 권지용 어르신! 의 저택에서 온갖 잡일을 담당하는 행주아범, 형돈이입죠. 어르신께 빌붙어 돈 벌어먹는 아랫것 주제에 어르신을 욕했다 저를 원망하지 마십쇼. 저거저거 저 권지용 새끼는 아주 제대로 물건입디다.
“어르신, 법국(法國 : 프랑스)의 사내루(四乃累) 상단에서 가져온 보자기이옵니다.”
“여기 놔두고 가거라. 내 직접 품질을 확인해본 후 계약여부를 결정하겠느니라.”
확인은 개뿔이, 저거 아주 상습범입디다. 거래물품을 검토한다는 핑계로 매일 물건들을 빼돌리는 저 꼬라지를 보십쇼. 장사수완이 그래도 괜찮기 망정이지, 저렇게 빼돌리는 물건들만 값을 매기면 상단 일꾼들 삼 년 월급은 나올겝디다.
“형돈아”
“예 예, 어르신”
“내가 꼬우냐”
“예? 그럴 리가 있겠슴꽈”
“그럼 좀 웃어라. 돼지 같은 게 인상 쓰니까 더 못생겼다.”
씨발...매일 밤마다 저가 빼돌린 보자기나 가죽신 나부랭이들 부여잡고 깔깔거리는 거 확 소문 내버릴까보다. 아니 그 전에 저 땡그란 눈알을 콱 찌를거야... 하지만 생각대로 행동하다가는 능지처참을 당함은 물론,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져 돼지밥으로 갈 것이 분명하므로 저는 화를 꾹 참았습디다. 이런 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르신은 계속 물건을 살펴보십디다. 아주 행복해 죽을라 하네요.
“어르신, 마구 제이곱수(馬構 帝李䯩水) 양반께서 특별 제작한 가죽신이옵니다.”
“오호, 분홍 빛깔이 아주 곱구나. 얼마 전 노애(老愛) 가(家)의 첫째딸 이지은 낭자가 전국 그네타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던데, 축하선물로 보내도록 하여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며 씩 웃는 회계담당 이혁수 어르신도 사실 똑같은 새끼입니다. 저런 식으로 다른 곳에 보내라는 선물들을 지가 가로챈 뒤 상품 중 아무 거나 마구잡이로 보내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게 벌써 몇 번인지 모르겠습디다.
“어르신, 지방씨(地方氏) 상단에서 어르신의 성함을 수놓은 갓을 보내주셨습니다.”
“마침 새로운 갓이 필요하던 차에 잘됐구나. 내 직접 한 번 써보지”
智龍氏(지용씨)라고 수놓아진 갓을 제 딴에 멋들어지게 쓴 어르신의 모습을 보자 저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디다. 저건 어째 옷 입는 실력이 갯지렁이만 못하는 건지 원.
“어르신 애루매수(愛累每首) 상단에서 어르신께 특별히 보낸 악어가죽으로 만든 벼루 보관함이옵니다.”
“헐 씨바ㄹ.....흠흠... 뭐 이런걸 다.. 인증초상화를 보내야겠구나. 형돈아! 저녁 식사 후에 화백을 불러 오너라”
“예, 어르신”
임금이 바뀌면서 외국 상단의 조선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것은 머슴 득이와 돈이도 아는 사실입디다. 그래봤자 저희 아랫것들은 하루하루 밥벌어 먹고 사는 데만 바쁠 뿐이고 주인 어르신만 신났죠 뭐, 무슨 양고기인지 양국(洋國 : 미국)인지에서 왔다는 투위터(透圍攄) 상단의 물류운송사업을 이용하시거든요. 그걸로 빠르게 서신을 주고받는데 맛들인 어르신은 수시로 자신의 거래처들에 인증 초상화를 보내는 데 새로운 취미를 얻으셨습디다. 하인들은 그저 주인어른께서 또 돈지랄이 나셨구나- 한탄하는 것도 모르고 말입디다.
“혁수야”
“예, 어르신”
“저- 저, 흉측하고 차갑게 생긴 은 색의 금속은 무엇이냐?”
애써 티를 안내려고 발악하지만 행복해 죽기 딱 1초 전인 어르신의 눈이 갑자기 희번덕해졌습디다. 저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영혼을 걸만큼 좋거나, 태워 죽일만큼 싫을 때 내보이는 눈빛입디다. 제 생각에는 아마 전자일성 싶습디다.
"분명 처음 본 것인데 낯설지 않은 이 기분. 깔창짚신을 처음 봤을 때만큼 기묘하고 신기한 모양새로구나"
"어르신의 안목은 역시 탁월하십니다."
"음... 그런데 냄새가 난다."
"예? 그럴리가 없을텐데.."
"워더(我的 : 중국어로 내 것 이라는 뜻)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하핫!"
"하하하!! 역시 어르신의 농담은 옷맵시만큼이나 뛰어납니다."
거...지같다는 말을 돌려서...표현한 거겠지...? 저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습디다.
"양국(洋國)에서 건너온 구롬화투라고 합니다. 그 양이 극소하여 소매상단에서 겨우 구해온 귀한 금속입니다."
"구롬화투? 이름이 참 요상하구나"
"구리나 다른 금속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며 녹도 잘 슬지 않는다하여 부르는게 값이라 합니다"
"...!!!!!!!!!"
구롬화투라니, 이름도 참 요상타 생각한 저와 달리 어르신께서는 마음 드신 걸 넘어 저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영혼까지 팔 기세입디다. 부들부들 몸을 떠시던 어르신께서는 갑자기 방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지르셨습디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예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청국, 왜, 법국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양국(洋國)에 풀어 구롬화투란 구롬화투는 모두 쓸어모으도록 하여라!!!!!"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인어르신께서 드디어..드디어
"다..내꺼야...구롬화투...고름때문에 귀걸이를 포기하던 날 위해 옥황상제께서 내려주신 축복이 틀림없어....흐흐흐...."
..미치셨습디다.
"씨이~~~발!!!!! 존나 좋아!!!!!!!!! 풍악을 올려라!!!!!! 형돈아!!!!! 뭐하는게냐!!!!! 광대를 부르고 큰 연회를 베풀어라!!!!"
"예 어르신"
어르신의 명령대로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달려나가면서 저는 미쳐버리신 주인어르신의 정신이 하루빨리 되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빌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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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 임시저장했는데...밥을 먹고 오니 글이 올라왔네..? 그것도 두 편이나..? ㅎㅎㅎㅎㅎㅎㅎ아직 다 쓰지도 않았었는데..창피하댜. 댓글 써준 할매들 미안ㅜㅠ
가볍게 시작한 글이라 빠르게 다음편이 나올줄 알았던 할매들한테 이제야 미안하다고 말하네
사실 나는 글잡에서 타가수ㅍ을 써왔었어. 아는 할매들은 알거야 아마
그런데 저번주에 타가수 관련 글이 표절이라는 신고가 들어왔고 바로 원작 작가님께 문의해 작가님 의견대로 모든 글을 삭제했다.
이틀만에 끝난 일이었는데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 혹시 이 글도 표절이 아닌가 고민도 되고, 내가 글을 더 써도 될까 겁도 많이 났어
잘 쓰는 글도 아닐뿐더러 나같은 애가 쓸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조용하게 사라지려고 했는데 너할매들이 오늘까지도 댓글을 써주면서 다음편을 재촉해주니까 이것만은 쓰고 가야겠더라. 그래서 얼른얼른 쓰고 텍파까지 만든 다음에 마무리 지으려고 ^_ㅠ
괜히 마음 불편하게해서 미안! 횡설수설한 것도 미안! 그럼 나는 얼른 다음편 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