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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샘 전체글ll조회 776

 

 

 

 

 

 

 

 [찬백] B1
w. 다샘

 

 


"안녕."

 

 

그것은 꽤 사람다웠다. 사람처럼 웃는 낯으로 손을 흔들었다. 어쩌면 '것' 이라는 표현이 그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놀라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자 그것은 얼떨떨하게 웃었다. 감정마저 사람같았다. 그것의 옆에 선 엄마는 핸드백에서 작은 책자를 꺼냈다. 그리고는 한 장을 펼쳤다. 이름은 B1. S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인간의 감정 중 기쁨, 분노, 슬픔을 구현해 냈으며 앞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갖가지 감정들을 구현해낼 것. 엄마는 책자를 내게 건넸다. 그리고는 웃었다. "자. 이제 네 거야."

 

난 그렇게 B1을 받았다. 10살의 생일날이었다.

 

-

 


"찬열아. 학교 가야지."

 

 

나를 깨우는 다정한 손길이 있었다.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다. 그리고 내 이마에 헝클어진 앞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빗어 내리고, 다시 어깨를 두 어번 두드린다. 지난 10년 넘게 계속 되온 일정한 패턴이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뜬다. 눈을 뜨면 내 앞엔 활짝 웃고 있는 백현이가 있다.

 

 

"잘 잤어?"

 

 

백현이는 자는 게 아니라 전원을 끄는 것이지만, 나는 늘 그렇게 묻곤 했다. 백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뻗어 백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서는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백현이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 정말 춥대, 따뜻하게 입어. 오늘 아침은 너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했어. 저녁엔 치킨 오이스터를 할 거야, 이따 마트에서 닭 세일을 하거든. 전원이 꺼졌던 그간 밤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지 백현이는 내가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들 때까지 재잘거렸다. 난 그저 밥을 먹으며 아, 그렇구나. 하고 대꾸를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백현이는 즐거운 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늘은 집에 4시 25분 도착이지?"

 

 

백현이가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오늘 수요일이잖아, 백현아."

 

 

4시 25분은 화요일. 덧붙인 내 말에 백현이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아마 제 데이터에 저장되있는 것과 달라 당황한 모양이었다. 어, 어…. 재잘거리던 백현이의 입이 머뭇거리다 이내 곧 닫혔다.

 

 

"내가 잘못 입력했나봐. 다시 수정해줄게, 걱정마."
"아, 그런가보다."

 


백현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은 다시 밝아지지 않았다. 두 입술에 꿀이라도 발라놨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재잘거리던 입술은 꾹 닫혀있었다. 나는 젓가락을 들어 계란말이를 집었다. 작게 썰린 당근 조각들이 보였다. 당근을 싫어하는 내게 요리를 해줄 때 마다 백현이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당근을 넣은 적이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않았다. 백현이의 표정에서 두려움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백현이와 함께 한 지도 13년이었다. 휴머노이드 최초 모델이었던 B1 이후로, B9까지 나왔으니 B1인 백현이는 엄청나게 오래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상했다. 몇 개월 전에 업데이트까지 잘 마쳤는데, 이런 오류가 나다니. 아무래도 이따 오후에 다시 서비스 센터를 찾아야할 것 같았다.

 

 

"백현아. 수정하자."

 

 

식사 후 설거지까지 마친 백현이를 불렀다. 앞치마에 물 묻은 손을 닦으며 백현이가 총총 걸어왔다. 앞치마를 벗고, 니트까지 벗었다. 백현이의 가슴 한 가운데에 LED화면이 있었다. 화면 구석, 설정 버튼을 누르자 백현이는 금새 눈동자를 잃었다. 이럴 때마다 백현이가 로봇인 게 와닿았다. 폴더 안 저장되어 있는 내 시간표를 터치했다. LED화면에는 내 시간표가 가득 들어찼다. 수정 버튼을 누르려던 내 손가락은, 순간 길을 잃고 말았다. 데이터는 정확했다.

 

 

-

 

 

"백현아, 서비스 받으러 가자."

 

 

학교에서 일찌감치 돌아온 나는 백현이를 찾았다. 주방에서 백현이가 앞치마를 한 채로 나왔다. 나 아직 저녁 중인데…. 백현이가 얼버무렸다. 아무래도 아침에 말했던 치킨 오이스터를 하는 모양이었다. 백현이의 얼굴에 다시 불안함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몇 달전 서비스를 받았는데 또 가니 불안한 모양이었다. 나는 백현이의 앞치마를 벗기며 다독였다.

 

 

"정기검진 받는 거야. 많이 받으면 좋지, 뭐. 금방 올거야. 아무 문제 없으니까."

 

 

나는 일부러 뒷 부분을 힘을 주어 말했다. 아무 문제 없어. 없어야만 했다. 백현이는 앞치마를 소파 위에 가지런히 개키고 내 손을 잡았다. 백현이가 불안할 때면 하는 습관이었다. 몇년 전 업데이트로 구현된 불안한 감정은 없으니만 못했다. 백현이는 유난히 불안함을 많이 느꼈다. 그럴 때마다 내 손을 잡았고. 나는 백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가자. 내 말에 백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월만에 다시 나타난 우리를 보고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벌써 오셨어요? 직원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검사 좀 받으려구요. 내 말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흘끔, 백현이를 쳐다보았다. 직원의 얼굴에 불안함이 스쳤다. 백현이는 내 손을 잡은 제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전원 끌게요."

 

 

엔지니어의 말과 동시에 백현이는 눈동자를 잃는다. 그리고 등을 덮었던 커버가 벗겨졌다. 커버가 벗겨지고 드러난 백현이의 속의 모든 프로그램과 장치는 잠시 숨을 멈추고 있었다. 엔지니어는 이 곳, 저 곳을 들여다 본다. 무슨 문제가 있다구요? 엔지니어가 물었다.

 

 

"자꾸 틀려요. 제대로 저장되어 있는 데이턴데."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가 조금, 아주 조금 떨렸다.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간표도, 레시피도 제대로 저장이 되어있는데 백현이는 저장된 데이터대로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도 몰랐다. 엔지니어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제 이마에 찼던 후레시를 껐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표정이 어두웠다. 엔지니어는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오류가 났네요."
"그래서요?"
"B1 소프트웨어 오류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드웨어 자체도 많이 낡았구요. 죄송합니다."

 

 

나는 뭔가가 내 뒷통수를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마 그 순간 내 모든 사고회로가 잠시 꺼졌던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한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엔지니어는 잠시 나를 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13년 전 최초 모델이라 단종된 부품도 많고, 기술이 미흡할 때라 이 소프트웨어는 수리하기가 힘들어요."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 수 없냐고, 회사에서 책임져야하지 않냐고 따져야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입을 열지 못했다. 엔지니어는 말을 마친 후에 다시 백현이의 커퍼를 덮었다. 이제 셧다운될 가능성도 잦아요. 엔지니어는 전원 버튼을 누르며 덧붙였다. 백현이의 눈동자가 돌아오고 있었다. 백현이는 눈을 뜨자마자 곧장 내게 물어왔다. 괜찮대? 엔지니어와 눈이 마주쳤다.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시적 오류래. 괜찮대."

 

 

내 거짓말에 백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폴짝 뛰어 단상에서 내려왔다. 엔지니어는 제 수리 기구들을 조용히 챙겼다. 나를 흘끔 보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가자, 백현아."

 

 

백현이의 손을 잡았다. 이제 나도 버릇이 된 모양이었다. 불안하면 백현이의 손을 잡는 것. 아마 백현이의 습관이 아니라 내 습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백현이가 불안하면 나도 불안했을 때가 많았으니까. 백현이의 손을 꼭 잡고 센터를 나왔다. 백현이는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B9를 봤어. 잘생겼더라. 백현이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키도 크고, 힘도 세고. 백현이는 B9가 부러웠는지 끝을 얼버무렸다. 최초 모델인 백현이는 다른 로봇들에 비해 힘이 약했다. 오로지 아이를 위한 보모 기능의 로봇으로 출시된 모델이라 더 그랬다.

 

10살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들어 봐야했던 백현이의 얼굴은, 이제 내려다봐야했다. 내 장난감 상자를 곧잘 들던 13년 전 백현이는, 이제 무거운 짐은 들지 못하는 백현이가 되었다. 흠 하나 없이 말끔했던 백현이의 가슴 가운데 화면도, 어느새 내 손 자국이 이곳저곳 남아 있었다. 꼭 매무새되어 잠겨있던 커버도, 잦은 개봉에 모서리가 헐거워져 있었다.

 

 

"찬열아, 너 B9로 바꿀거야?"

 

 

백현이가 물어왔다. 백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나는 대답했다. 어째서인지 목에 메어왔다. 커다란 알사탕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침을 삼키기가 어려웠다. 백현이는 내 대답이 꽤 맘에 들었는지 활짝 웃었다. 찬열아, 너 밖에 없어. 백현이가 내 손을 꼭 잡았다.

 

 

-

 

 

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에 나는 눈을 떴다. 늘 깨워주던 백현이의 손길은 없었다. 나는 얼른 주방으로 향했다. 백현이가 가스렌지 앞에 서있었다. 이미 냄비는 새까맣게 탄 후였다. 나는 얼른 불을 끄고 백현이를 불렀다. 그러나 백현이는 대답이 없었다. 백현이의 눈동자는 잃은 지 오래였다. 백현아, 백현아. 백현이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흔들었지만 백현이는 눈동자를 잃은 그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얼른 백현이의 티셔츠를 끌어올렸다. 화면도 꺼진 그대로였다. 나는 리셋 버튼을 눌렀다. 백현아. 나는 백현이의 이름을 불렀다. 눈 좀 떠, 제발. 날 봐봐, 백현아. 
 

백현이는 한참 후에야 눈을 떴다. 그리고는 곧장 내 손을 잡아왔다. 찬열아, 나…. 백현이가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손을 쥔 백현이의 손에 힘이 꼭 들어갔다. 나, 무슨 문제 있는거지? 백현이가 울먹였다. 괜찮다던 내 거짓말의 수명은 고작 며칠이었다. 

 

 

"백현아, 너가 오래되서 그렇대."

 


생각보다 담담하게 나온 내 말에 백현이는 결국 눈물을 떨궜다. 나는 백현이의 눈물을 보며 눈물 흘리는 기능은 업데이트하지 말 걸, 하고 후회했다. 백현이가 우는 걸 보는 건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B9으로 바꿀거야?"

 

 

백현이가 이제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래서, 바꿀거야? 백현이는 계속해서 물어왔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찬열아, 내가 잘할게."

 

 

백현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도, 백현이도 그러지 못할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셧다운은 백현이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현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잘 할게, 찬열아. 너 좋아하는 계란말이랑, 치킨 오이스터랑, 또…, 또…."

 


백현이는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새우 샐러드. 내가 덧붙이자 백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새우 샐러드랑…, 또…. 백현이는 데이터에 저장되어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백현아, 난 너가 해주는 건 다 좋아하잖아."

 

 

내 말에 머리를 감싸고 생각하던 백현이는 울상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제 머리를 감싼 백현이의 손을 내려주었다.

 

 

"괜찮아. 기억 못해도 되. 내가 할게."

 

 

백현이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곧 어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백현이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너만 있으면 되, 백현아.   

 

 

 

 

 

-

노래 좋다.

 

절대달령이라고 대만 드라만데 아시려나?

일드가 먼저긴 한데 저는 일드를 안 보고 대만 드라마를 먼저 봤어요.

되게 재밌게 본 드라마에요. 그거 보고 휘리릭 쓴 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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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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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게 원작이 만화책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절대그녀 라는 제목으로 발간이 됐었죠. 원작자가 환상게임 작가님이시던데. 그리고 일드로 나왔고 대만드라마로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만화책으로 정말 재밌게 봐서 지금도 소장중이네요 ^^; 잘 읽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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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샘
아 만화책이 먼전데.. 드라마를 언급하느라 쏙 빼먹었네여 죄송합니다. 저는 만화책은 못보고 대만 드라마부터 먼저 접해서... 댓글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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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니예요. 밑에 쓴 글 보고 생각나서 끄적한거예요. 지적한건 아니었습니다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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