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다.
뒤늦게 추가 합격한 케이스라 수강신청만 겨우 하고 아는 이 하나 못 만든 채 개강 첫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미 친해져서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동기들 틈에 그저 말없이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셔 자신처럼 혼자 앉아있는 사람 없나 강의실을 둘러보던 찰나 강의실 앞문을 열고 남녀 무리 네 명이 들어왔다.
들어와서 교탁 앞에 선 무리에 순간 시선이 쏠리고 그런 시선들이 마음에 드는지 흐뭇한 미소로 둘러보던 네 명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앞에 서서 자신이 준비한 멘트들을 하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별로 관심이 안가는 동아리 홍보였고 다시 고개를 동기들로 돌리려던 찰나 네 명중 가장 사이드쪽에 서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 쪽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기에 자신도 가만히 바라보니 뭐가 웃긴지 혼자 키득거리고 있다.
참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려 하는데 입모양으로 무언가 말하듯 또박또박 모양을 만들길래 무슨 말인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꼭 와’ 라는 말이었다.
꼭 오라고?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남자를 보니 전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더니 마음에 안드는 듯 입을 삐죽거린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버렸고 그 웃음소리가 생각보다 꽤 컸는지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갑작스레 쏠린 시선에 민망해져 고개를 숙이니 다시 시선이 앞으로 돌아가고 그제야 다시 고개를 들자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다시 한 번 입모양으로 ‘꼭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이뻐서 자연스레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오리엔테이션이라 수업이 일찍 끝나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찰나에 아까 그 동아리 홍보했던 것이 생각났다.
꼭 오라고 나가면서까지 당부하던 그 사람이 생각나서 칠판 한 쪽 구석에 적어놓고 나갔던 동아리방 위치를 기억해 동아리방 앞으로 갔다.
동아리방 앞까지는 어떻게 오긴 왔는데 차마 문 열고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서성이다가 결국 포기하고 어딜 갈지 생각하며 뒤로 도는데 아까 그 사람이 양손에 뭘 가득 든 채 서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을 확인한 그 사람이 정말 반갑다는 듯이 차마 손은 못 흔들고 고개를 도리도리 거리며 안녕! 하는데 애매하게 고개만 끄덕거렸다.
내가 뭘 어찌 했던 별 상관은 없는 듯 들어가자고 내 등을 팔로 쓱쓱 민다.
“아, 저..”
내가 뜸들이자 물음표 가득 담긴 표정으로 왜? 라고 묻는데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버버 거리자 가만가만 날 바라보더니 다시 한 번 씨익 웃고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동아리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자신의 가방을 챙겨 나온다. 그러면서 가자! 하고 앞장서서 가길래 약간 거리를 두고 뒤쫓으니 답답한 듯 다시 와서 내 어깨를 확 잡고 당긴다. 이번엔 정말 깜짝 놀래서 쳐다보니 이젠 해맑다 못해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빠가 맛있는거 사줄게 신입생 후배야~ 한다
난 결국 그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밥을 사주겠다던 준면 오빠와는 계속 연락을 했고 서로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게 되었다.
정신없이 학교에 적응할 무렵 어느새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학기 말 과제 폭탄과 기말고사의 압박으로 하루하루 피폐해져 갈 무렵 도서관 앞이라는 준면오빠의 연락에 하던걸 두고 바람이나 쐬자 하는 마음으로 나가니 오빠가 양손에 시원한 아이스티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한 개를 받아들고 마시는데 준면오빠가 ㅇㅇ아 하고 부른다.
“네?”
“ㅇㅇ아 오빠 연애하려고.”
그간 오빠의 매너와 따뜻한 성격에 결국 나홀로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터라 오빠의 말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차마 내색도 못하고 아아.. 그래요? 라고 하자 오빠가 살짝 몸을 숙여 나와 눈을 맞춘다.
“ㅇㅇ아, 오빠랑 연애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