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백현 x 가수 종대
녹음부스안에서 제 얼굴만한 헤드폰을 쓴채로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매달린 소년은 기껏해야 열다섯, 혹은 열여섯쯤으로 딱 보기에도 미성숙한 티가났다. 계속 몰아치는백현의 혹평에 더 이상 제대로된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는건 부스바깥에 위치한 준면과 엔지니어들도 다 알고있지만 전체적인 프로듀싱과 디렉팅을 보는백현에게 그 의견을 차마 건네지 못했다. 다시 스타트 버튼을 눌러 전주를 흘려보냈으나 긴장한 소년은또 다시 제대로 된 제 소리를 내뱉지 못했다. 녹음이 시작된지 벌써 세시간째, 한 마디 이상 진전이 안되는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해보려던 백현이 결국에는 목에 걸쳐진 헤드폰을 벽으로 집어던지며일어섰다. 너, 나와
“ 너 하나 때문에 여기서 개같이 고생하는 스탭들이 안보여? 연습을 얼마나 개같이 했으면 세시간째 지금 했던 얘길 반복하게 만드냐고 “
두꺼운 철문을 밀고나온 소년이 백현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문 앞에 자리한 백현이 소년의 숙여진 얼굴에대고 또다시 힐난을 퍼부었다. 기어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소년의 눈물에 준면이 백현을 끌어당겨 의자에앉히고는 차가운 얼음물을 건넸다.
예민함을 점수로 따질 수 있다면 백현의 점수는 아마도 만점일것이다. 지금상황처럼 음악적인 부분에서 유난히 더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백현이었다.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한 신념이확고하고 주관이 뚜렷하며 직설적인 성격탓에 그와 함께 작업하던 사람들은 그런 그의 성격탓에 일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 성격에도 그의 천재성은 가려지지 않는 법이기에 그의 주변에서는 항상 그와 작업을 요청하는 사람들로넘쳐났다. 또한 그는 공과사는 정확히 구별 할 줄 아는 남자였고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다면 굉장히 편한사람이기도 했다.
시계를 보던 준면이 백현에게 지금 이상태로는 녹음 진행이 어렵다는 말을 하며 잠시 쉬자고 권유했다. 준면이 소년의 어깨를 위로하며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소년의 눈은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은채 붉게 달아올랐고 파르르 떨리던 손이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려던 그 순간 바깥에서 누군가가 먼저 문고리를 돌렸다. 저, 들어가도 되요? 빼꼼히내민 얼굴, 종대로 인해 찬물을 끼얹은것만 같던 녹음실이 서서히 따스하게 물들어갔다. 종대는 제가 열고 들어온 문으로 나가려던 소년의 눈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손목을 붙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 아직 식사전이시죠? 도시락좀 싸왔는데, 드시면서 하세요- “
양손에 가득들고있던 짐을 테이블위에 하나 둘 씩 내려놓은 종대를 바라보던 백현이 의자에 걸려있던 본인의 자켓을손에 쥐더니 종대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막 테이블에 세팅을 끝낸 종대가 목도리를 풀어내자 그 손짓을제지한 백현이 풀어진 목도리를 다시 감싸더니 종대의 어깨를 끌어안고 준면에게 한시간 뒤에 녹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신호가 걸린 틈을 타 백현이 슬쩍 종대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컨디션이안좋다고 그러더니 평소와는 종대의 행동이 달랐다. 평소의 종대라면 음악 틀어달라 선루프 열어달라 춥다덥다 반복하며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정도로 부산스러운게 정상인데 오늘은 시트를 조금 뒤로 젖히더니 차창쪽으로 몸을 살짝 틀고 자는 것 마냥 조용했다.
“ 종대야, 추워? “
“ 으응, 아니야. 안추워 “
목소리가 다 갈라진게 감기라도 걸린건지 신경이 쓰였다. 뒷자석으로손을 뻗어 담요를 끌어다 종대위로 덮어주면 담요 끝을 꼭 잡고 잔기침을 한다. 기어에 올려둔 손을 이마에대어보면 제법 뜨끈한게 병원에 데려다 주사라도 맞게하고 싶은데 고집센 김종대는 안간다고 버틸게 뻔했다. 따듯한우유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맞은편에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비상등을 눌러놓고 자켓을 걸칠새도없이 편의점으로 백현이 뛰어들어갔다.
편의점안에는 커피나 차 종류만 따듯하게 데워져있을 뿐 백현이 찾는 우유는 차가운 것 뿐이었다. 전자렌지 써되 되나요? 직원의 고개가 끄덕이기 무섭게 렌지에 우유를데우기 시작하는 백현이었다.
- 그냥 백첸이들이 자기 위치에서 소소하게 사랑하는 이야기가 쓰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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