どきどき ; 도키도키
첫번째 이야기.
후덥지근한 여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오는 아주 기분 나쁜 여름. 에어컨도 학생 마음대로 틀 수 없게 하는 썩어빠진 시혁고의 학생들이 여름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체육대회였다. OO동 일대의 고등학교 중에 단연 최고라고 불리는 시혁고의 체육대회. 그 중심에는 시혁고 축구부와 농구부가 있었고, 전정국이 있었다.
전정국을 향한 내 짝사랑은 1년째 현재 진행 중이었다. 그 시작은 금요일 야자가 끝난 5월 어느 날 밤. 그날따라 뭔가... 내 느낌상 하늘이 평소보다 더 어두웠지만, 안희연과 정수정은 날 버리고 엑소 콘서트를 가야한다며 금요일 야자를 쨌다. 분명 셋이 같이 PC방에서 티켓팅을 했지만 성공한 건 저 둘이었고, 짹짹이를 며칠 동안 뒤져봐도 터무니없는 양도 가격에 포기를 외치고 글썽거리는 눈으로 둘을 보냈다. 제시, 플미, 양도 세 단어만 봐도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항상 셋이 같이 버스를 타던 터라, 10시에 집에 가는 것도 불안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니 무서움이 두 배가, 아니 세 배가 되었다. 그냥, 존나 무서웠다. 외쳐. 안희연, 정수정 개새끼.
"씨발 무서워... 무섭다고... 아, 왜이렇게 사람이 없냐..."
야근에 찌든 듯 반쯤 감긴 눈으로 창가에 기대어 조는 회사원 두 분과, 불금이라 많이 달린 듯 '우욱' 을 내뱉으며 앞에 앉은 날 불안에 떨게 한 커플 말고는 텅 빈 버스였다. 그래도 사람이 몇 있어 나름 참을만 했던 버스에 내렸고, 이제 마지막 관문, 골목길이 남아있었다. 평소에도 무서워하던 골목길이라 옆에 희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오빠 정호석 (a.k.a 개새끼)에게 데리러 나오라고 찡찡댔지만, 희연이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로는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돌아오는 문자로는 [오늘 김남준 생일이라 집에 12시에 들어감. ㅅㄱ] 였다. 정호석 넌 나 들어가면 뒤졌어. 호석의 침대 아래에 숨겨져 있는 그라비아 잡지를 반 학우들에게 팔 것을 다짐했다. 혹시 모르니 버스에서 내리기 전 [오늘은 나 혼자라고 개새끼야...] 라고 보내긴 했지만, 절대 날 데리러 올 정호석이 아니었다. 실눈을 뜨고 골목길을 바라보자, 분명 어제 걸었던 길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두워 보이는지. 가로등 불은 한두 개 밖에 켜져 있지 않았고, 짙은 담배 냄새가 풍겨왔다.
빨리 가자. 그래, 빨리 가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살금살금 골목길을 지나던 도중,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남자 발자국 소리에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나 혼자 걷고 있던 골목길이었는데. 설마. 설마 막 나 납치되는 거 아니지? 아직 엑소 콘서트도 못 가봤고... 실물 영접도 못 했는데...
내가 빨리 걸으면 빨리, 내가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18세 인생 처음 겪는 일이라 손에는 땀이 가득 찼고, 눈앞이 흐려졌다. 오늘 아침, 2주 전에 납치 사건 일어난 뉴스를 봤냐며, 너도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에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다. 과거의 나 존나 패고 싶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분명 우리 집이고, 딱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생각과 달리 빨리 걸을 수 없었고, 결국 난... 바닥에 놓인 돌을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졌다.
" 아아아악!!!!! 제발, 제발 죽이지 마세요, 저 돈 많아요!!!!!!!"
"...정탄소?"
"에?"
사실 저 돈 없어요... 넘어진 채로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을 향한 채로 외쳤다. 후두둑. 고개를 숙이자 눈물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내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순간 마음이 덜컹거렸다. 설마 정호석? 이렇게 예쁜 목소리는 우리 호석이가 아닌데. 꼭 감은 눈을 살짝 떠 위를 쳐다보자,
" 안녕. "
" ...어? 전정국? "
" 아니, 호석이 형이 너 걱정된다고 집 데려다주고 오라고 해서. 너 전화 안 받더라. "
" 아아... 그래. "
" 무서웠어? "
나와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전정국이 앞에 서있었다.
탄소 많이 놀랐구나. 괜찮아? 내 울음이 그쳤나 확인하려는지,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며 확인하던 전정국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내가 앉은 비상구 계단 아래에 깔아주었고, 전정국은 날 떼어내 앞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날 보았다. 아까는 무서움+넘어짐+정신없음의 콜라보로 말 한마디, 아니 인사 한번 해보지 못 한 전정국의 품에서 엉엉 울었지만 다 진정된 지금은 쪽팔려 죽을 것 같다. 잠깐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은 얼마 안 가서 전정국의 휴대폰 진동 소리로 깨졌다.
"네, 형."
[정탄소는 만났냐?]
"네. 탄소... 아, 잠시만요."
아마 정호석과 아이들인 듯 했다. 정호석의 목소리 뒤로는 익숙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남준이라던가, 김남준이라던가, 김남준. 둘이 몇 마디를 주고받다 갑자기 전정국이 정호석의 말을 끊더니 휴대폰을 뒤로하고 나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형한테는 너 운 거 말하지 말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호석은 내가 운 걸 알면 놀릴게 뻔하다. 전정국의 눈을 쳐다보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안하는게 낫겠지."
"...응."
그렇게 난 전정국에게 빠지고 말았다. 저렇게 하는데 안 빠질 수가 있어요? 예?
하지만 나에겐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나는 전정국을 좋아하던 1년이란 시간 동안 감정 표현을 하지 못 했다. 좋아해, 사랑해, 우리 사귀자. 전정국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몇 백 번을 외치던 말이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뱉을 수는 없었다. 1년동안 내가 본 전정국은 나 말고 다른 여자애들에게도 다정한 듯 보였다. 그렇게 나 혼자 애타하는 사이에 정국이는 여자친구가 몇 차례 바뀌었고, 전정국의 여자친구가 연애중을 띄우면 댓글로 '오래가'를 치면서 눈물을 훔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정국은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언제나 잘해주었고, 그 잘생김과 친절함은 내 심장을 때렸다. 내가 봐도 존나 한심한 나를 보는 안희연과 정수정은 볼 때마다 한숨을 뱉었다. 야아... 나도 이런 내가 싫어.
"아 안희연 빨리와!"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정탄소 존나 나쁜년이야!)"
오늘은 해피 수요일. 2,3교시는 각각 1반과 3반, 2반과 4반의 피구 경기를 구경하러 수업에 빠졌고, 점심도 치킨마요와 구슬아이스크림의 조합으로 짱짱했다. 심지어 오늘은 야자도 없다. 또, 나에게 가장 중요한건 7반과 9반의 축구 예선이 있는 날이었다. 정국이는 7반, 난 9반이었지만 승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왜냐? 전정국이 옳으니까. 당연히 7반이 이겨야지.
점심을 입 안에 욱여넣었다. 누가 뺏어 먹을라 급히 먹고 매점에 들려 정국이가 축구 끝나고 마실 포카리를 두 개 사들고 운동장을 향해 달렸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우리 정국이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가까이 담고자 50M 10초대인 내가 안희연과 정수정을 앞질러 스탠드에 도착했다. 숨을 고르기 위해 헉헉거리며 앉을 자리를 스캔하고 있는데, 역시 남자애들은 여자보다 속도가 월등했다. 급식을 3분컷으로 해치우고 쭈쭈바를 빨며 자리에 앉아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는데, 어디서 누가 날 부른다.
"정탄소!"
"어? 선배."
"왼쪽 스탠드 맨 아래에 정호석 있으니까 거기 가봐. 자리 맡아놨어."
"헐. 진짜요?"
"어. 너 때문에. 내가 한거야."
"대박... 역시 민선배."
날 부르는 윤기 선배. 평소에 정호석이랑 친하게 다녀서 그런지 자주 우리집에 놀러오곤 한다. 가끔 내가 불쌍하다며 빵이나 음료수를 던져주기도 하고 농구시합에 자꾸 날 부르는게 아마 수정이나 희연이 둘 중 한명을 좋아하는 듯 싶다. 당연히 선배가 아깝지. 무리와 함께 가는 윤기 선배에게 인사하고 뒤 따라오던 수정이와 희연이를 데리고 스탠드 밑으로 내려갔다.
곧 앞둔 시합을 준비하는지 축구부는 축구복을 입고, 나머지 반 아이들은 반티를 입고 스트레칭 하는 것이 보였다. 계단을 내려가니 보이는 정호석과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우리' 정국이를 찾고 있는데, 옆에서 수정이가 나를 툭툭 쳤다.
"야, 시대전 올라왔다. 또 전정국 얘기네."
시혁고등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27분전
2학년 7반 전정국 다시 돌아올 마음 없냐고 전해주세요 이번에 축구 경기 잘하고 안다쳤음 좋겠어요 익명이요...
좋아요 47개 댓글 25개
정호석 전정국 |
딱 봐도 배주현인듯 싶었다. 정국이와 헤어진지 약 2주 정도인걸로 아는데, 구질구질하게 직접 말하지 않고 페북에 올리는게 꼴 사나워 기분이 안 좋았다. 정국이와 사귀기 전에도 나와 정국이가 대화만 하려고 들면 쪼르르 달려와 정국이 팔짱을 끼는게, 마음 같아선 아파트 뽑고 시혁고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울상을 짓고 물러나는 수 밖엔. 인상을 찡그리고 수정이에게 폰을 건넸다. 존나 싫다. 시대전 이런거 없어졌으면 좋겠어. 전정국 태그한 정호석도 진짜 때리고 싶다. 별 일 없겠다고 생각하며 마저 정국이를 찾았다.
이열 전정국~ 옆에 앉은 정호석의 말에 정국이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빨간 축구복을 입은 정국이가 뒷 목을 긁적이는데... 하... 세상 사람들 왜 우리 정국이 미모 몰라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감탄하다 손을 떼고 정국이를 부르려고 하던 그 때, 뒤에서 정국이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에 똥 씹은 표정을 하고 뒤를 돌아 보니 정국이 전 여친을 포함한 여자 무리가 신성한 우리 정국이 이름을 불러댔다. ㅗ
착한 정국이는 걔네의 질문에 다 대답해주고 웃어준다. 대화가 끝난듯 고개를 이리저리 살피던 정국이가 나를 발견한듯 손을 붕붕 저었다. 그래 정국아 나 여기있어!!!!!!!!!! 싱긋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이에게 쪼르르 달려가 들고있던 포카리 하나를 건넸다.
"선크림 발랐어? 또 끈적인다고 안 발랐지."
"역시 나 챙기는건 정탄소밖에 없어."
"너 포카리 아니면 안 마시잖아. 오늘 경기 잘 해. 선크림 줄테니까 꼭 발라."
박수를 치며 날 반기는 정국이. 존나 귀엽다. 치마 주머니를 뒤적거려 선크림을 찾아 손에 쥐어줬다. 내 선크림을 받아들고 해맑게 웃는 전정국이 새삼스레 참 잘생겼다. 고마운듯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이런 행복한 순간에 들리는 경기가 시작한다는 방송 소리. 정국이는 내게 눈인사를 하고 운동장 중앙으로 뛰어갔다.
이게 내가 전정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축구부 전정국은 제가 너무 보고싶어서 ㅜㅅㅜ 끄적여 봤어요...
평소에 글을 즐겨 쓰지 못하는 편입니다. 문장이 어색하거나 오타가 있을 수 있어요.
참고로, 타 사이트에서 연재하던 글입니다. 저 맞으니까 괜찮아요. ㅋㅋ
댓글은 (많이) 사랑입니다. 재촉 댓글이라도 좋으니 많이많이 달아주세요.
첫 번째 이야기라기엔 너무 짧죠. 다음엔 더 많은 양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안 계실 것 같아서... 이번 화는 안 받을 게요. ㅋㅋ
치환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적용이 안 돼...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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