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흔히들 말하는 모범생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고, 어떤 대회를 나가든 상을 휩쓸어오는 것은 모두 경수의 몫이었다. 그런 경수를 쳐다보는 전교생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모범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경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도수가 높은 큰 뺑뺑이 안경도 쓰고 있지 않았고, 책만 볼 것 같이 생긴 얼굴도 전혀 아니었다. 두꺼운 커튼 같은 빳빳한 머리도 아니었고, 오히려 윤기가 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머릿결이 좋았다. 준수하고 친절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조금 단호한 그의 성격이 이미 학교에 널리 퍼져나가고 있을 때 였다. 그 누구도 경수가 오메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사건은 크게 터졌다.
“약이 어디갔지?”
수업을 마치고 유유히 걸음을 옮기던 경수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확 굳어지기 시작했다. 사색이 된 표정으로 급히 달려간 곳은 음악실 내부였다. 방금 전까지 앉아있었던 자리에는 이미 약이 사라지고 없었다. 약 봉투의 흔적마저도 보이질 않았다. 이러다가 오메가 인 것을 들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약을 제때 먹지 못해 올라오는 열에 경수는 머리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만 같았다. 눈 앞이 아른거려 미처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경수의 팔목을 세게 낚아챈 건 다름아닌 백현이었다.
“선배 지금 뭐 찾는 거예요?”
2학년 중에서도 제대로 유명한 백현은 경수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던 밑층 후배였다. 선생님이건 선배건 동급생이건 예의 하나는 눈곱조차 생각하지 못한다고 느껴왔다. 그런 백현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딱히 손에 꼽을 만한 횟수도 없었다. 그런 백현이 난데없이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꼴이라니?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라고, 경수는 그렇게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런 거 없으니까 저리 좀 꺼져. 무심한 척하며 말을 내뱉고 있는 경수였다. 백현이 세게 낚아 챈 팔목에서 서서히 열이 뜨겁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 손목이 굉장히 뜨겁네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경수의 몸을 자신 쪽으로 돌리게 한 백현이 경수의 눈높이에 맞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뭐 찾는 건지 내가 알아 맞춰 볼까? 경수의 큰 눈이 더욱 더 커졌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던 경수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현이 주머니에서 슬슬 꺼내던 물체가 거의 표면을 드러내자, 경수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찾는 거 맞죠? 백현의 손에는 경수가 그토록 찾고 있던 약 봉투가 흔들리고 있었다.
“씨발 뭔 냄샌가 했네.”
“…그게, 그러니까.”
“선배, 제가 못 맡을 줄 알았어요?”
나 이런 거 하나는 존나 잘 맡는데. 능청스레 말을 뱉는 백현의 입을 당장이라도 두 손으로 막고만 싶었다. 하지만 한 쪽 팔은 의외로 힘 센 백현의 손에 묶여있는 처지여서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가 없었다. 우리 학교 음악실은 특이하게도 방음이 잘 됐다.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던 경수의 손목을 다시 잡아오는 백현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복도에선 보이지 않는 음악실 구석이었다. 답답하니까 이것 좀 놔. 흥분에 달아오른 경수의 달뜬 목소리가 음악실을 웅웅 울렸다. 좋으면서 뭘 튕겨요, 튕기긴. 옅은 조소를 입가에 머금은 백현이 경수의 입술을 매만졌다. 이상하게도 백현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뜨겁게 열자욱이 남는 것 같았다. 경수는 자신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약 줘, 제발… 경수의 개미만하게 작은 목소리가 백현의 입술에 의해 먹혀들어갔다. 끝없는 키스에 경수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런 경수의 머릿속에 자그만하게 남아있었던 이성의 끈이 백현을 급하게 밀쳐냈다. 그만해라. 경수의 낮은 욕짓거리가 백현의 두 귀에 꽂혔다.
“싫은데요?”
“변백현.”
“냄새를 그렇게 풍기고 다니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어요, 안 그래요?”
“…….”
“모르는 척 하려고 했는데, 선배 반응이 생각보다 재밌어서요.”
그래서 뭐 어떡할건데. 눈살을 옅게 찌푸리던 경수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있었다. 백현이 그 목소리에 작게 웃었다. 그래서 저 오늘 선배 먹을 건데요?
“미쳤어?”
그건 내 쪽에서 거절이니까 꺼져. 피아노 건반위에 올려져 있던 약 봉투를 향해 손을 뻗던 경수를 백현이 저지했다.
“오메가 주제에 뭘 튕기긴 튕겨 씨발.”
“…….”
“튕기는 것도 적당히 해야 예뻐하죠, 선배.”
제대로된 수위는 하편에^^.......... 똥글망글이네요 급하게 쓴 티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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