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그리고 또다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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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의 창문을 내렸다.
창문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리지 않고 상쾌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얗게 눈이 내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은 눈까지 시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정리하면서 운전중인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삼촌은 별장 짓고 있는 걸 왜 이제야 말했데?"
"공사중 이였으니까 그랬겠지. 지철이가 원체 완벽주의 잖냐."
"그렇다고 우리한테 귀뜸 한번을 안해줘?"
"완공하자마자 우리한테 연락했잖아. 지철이가 널 얼마나 이뻐하는데."
"삼촌도 참... 실없기는."
괜히 툴툴대면서 창문을 올리려는데, 창문 밖 무언가가 내 눈으로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숲속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눈만은 마주칠 수 있었다.
"사람...?"
낮은 시야에서 보이는 빛나는 눈동자.
춥다는 동생의 투정에 창문을 올리고 급하게 다시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봤을 땐,
그 존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들짐승인가."
* * *
"와- 진짜 좋다!!"
차가 도착한 곳에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예쁜 집이 있었다.
마치 하얀 설원에 내려놓은 장난감집처럼 동화같은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와
넋을 놓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 삼촌!!"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삼촌에게 무작정 달려가니 나를 꽉- 끌어안아준다.
"아이고, 왠일로 이렇게 애교야-"
"진짜 오랜만이니까 그렇지.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연락이 없어? 편지 한번 보내는게 그렇게 힘들어!"
"미안, 미안. 별장 빨리 지어서 보여줄려고 했지."
삼촌의 말에 나는 삼촌을 더욱 꽉 끌어안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다른 삼촌들보다 어린 삼촌을 잘 따랐고,
삼촌 또한 유난히 자신을 잘 따르던 나를 예뻐했다.
첫째인 아버지와 열살이상 차이나는 막둥이 아들이였던 삼촌은 내가 새로생긴 동생인 것처럼 잘 해줬다.
그러다가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일을 하게된 후 편지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전하던 삼촌이였다.
가뜩이나 요즘은 일이 생겨서 더욱 뜸해진 연락이였는데,
그게 별장을 짓고 있는 거 였다는 건 바로 이틀 전 삼촌의 연락 때문에 알게 됬다.
마침 방학을 한 나였고, 가족 다 같이 놀러가고 삼촌도 보러가자는 계획에 급하게 내려오게 된 것이다.
"근데 여기 주변에 아무것도 없던데, 왜 여기에 별장을 지었어?"
"원래 여기가 조그만 동네였어. 딱 두집이 살았는데 한집은 할머니 돌아가시면서 애들이 도시로 가고,
여기는 가족이 살던 집인데 딸이 도시로 이사간다 하면서 땅을 내놨더라구."
"그래? 그럼 여기에 이 별장밖에 없는 거야?"
"아니, 저 안쪽에 큰 집한채 있던데? 아무도 살지는 않지만.
거의 폐허더라."
"폐허?"
"응. 집도 오랫동안 비워나서 많이 상했고, 창고 하나 있던것도 문도 열려있고, 영 제 구실 못하게 생겼더라고.
왠만하면 그쪽으로는 가지마. 위험해 보이니까."
"으응..."
삼촌의 말에 문득 차를 타고 오며 마주친 눈이 생각나,
폐허가 있다는 쪽으로 눈이 갔다.
* * *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덮쳐 잠이 오질 않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
문이 열려있는 창고.
나와 눈이 마주친 ...무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삼촌이 혹시나 하며 챙겨준 손전등을 집어들고 방을 나왔다.
두꺼운 가디건을 걸치고 문밖으로 나오니 시린 밤바람이 치맛자락 사이로 마구 들이닥친다.
"으으- 춥다."
절로 않는 소리가 나오는 추위에 입고있던 가디건을 여미고,
손전등을 비추며 길을 걸었다.
삼촌이 가르쳐준 대로 길을 따라 걷다보니 곧 꽤 넓은 울타리와 큰 집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니 치맛자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유독 더 시려워지는 것 같았다.
그때, 집 옆 창고에서 기름칠하지 않은 쇠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가르는 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리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거기. 누구 계세요...?"
아무 대답없이 사라진 인기척.
나는 좀 더 울타리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요... 진짜 아무도 없어요...?"
역시나 대답이 없는 창고.
창고가 어떻게 대답을 하겠냐마는 쓸데없는 호기심은 나를 부추겼다.
울타리문을 조심스럽게 밀어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니 또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거기 누구 있죠..."
내 말에 그 인기척은 곧 내 발소리처럼 작고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나 또한 창고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창고문을 끌어당기자 의외로 쉽게 열리는 문.
안을 들여다보니 양쪽으로 짐승의 우리같은 철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화분에 담겨있는 꽤 자란 식물들과 서툴게 심어놓은 이름 모를 풀들.
마른 봄꽃들과 가져오니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 억새풀같은 것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식물들을 찬찬히 보며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데, 소리가 나온 곳 인듯한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잡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끼이익-]
아까 들었던 문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한 남자.
남자는 병실용 침대 위에 앉아 날 올려보고 있었다.
"...어...?..!"
맑진 않지만 탁하게 빛나는 눈동자. 그 무언가였다.
"그 쪽... 내가 아침에 봤던... 맞죠?"
내가 들짐승이라고 오해한, 사람.
+ + +
원래는 상품에 투고하려던 글인데,
상풀 운영자님께서 투고를 안해주시네요...^_ㅜ
한번 올려봅니다ㅎ_ㅎ
철수 만세, 송중기 만만세, 보영언니는 만만만세.
+) 으아아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잘못해서 글을 삭제해버렸어요....☆★
내 소중한 댓글들이...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