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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그리고 또다른 소녀 中 | 인스티즈

 

늑대소년, 그리고 또다른 소녀

※ 내용 김 주의 ※

 

 

.

.

.

 

 

대답없이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

남자의 올곧은 시선이 당황스러웠던 나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꽤 오래되 보이는 글자공부책과 몽당연필 몇자루, 삐뚤빼뚤 기타와 사람이 그려진 종이.

책상 옆, 가지런히 모여있는 부서진 기타의 잔해들처럼 보이는 나무조각.

그리고, 침대 옆 무식하게 박혀있는 말뚝과 쇠사슬까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찰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듯 몸을 달싹거렸다.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요. 왜 그래요...?"

 

 

남자는 나의 말에도 얌전히 침대에 앉아 손을 달싹였고,

나는 왠지 그 모습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커다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요."

 

"..."

 

"...이, 일어나?"

 

 

[움찔-]

 

왠지 남자가 반응한 것 같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에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사람을 앞에 두고 뭐라고 하는거야..."

 

"..."

 

"미안해요, 함부로 들어와서. 나 나갈께요."

 

 

뒤를 돌아 그대로 문을 나서 내가 방을 나가자

그제서야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뭘하나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다.

 

 

"뭐야, 나가란 뜻이였던거야...?"

 

 

거부당한 것 같은 느낌에 씁쓸해지는데, 문옆에 자리한 마른 꽃들이 보였다.

개중에는 예쁘게 말린 분홍색 진달례 가지도 있었다.

 

 

"...기념으로 하나만."

 

 

허리를 숙여 가지하나를 집어들고 나는 그대로 집을 나서 삼촌의 별장으로 향했다.

 

밤 바람이 비교적 덜 차가워진 것 같았다.

 

 

* * *

 

 

"언니-!!"

 

"어, 어-?"

 

"뭐야,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고."

 

 

점심을 먹은뒤, 식탁에 앉아 어제 가져온 진달례를 보면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동생을 뒤돌아보니

양 볼에 불만이란 불만은 가득 달고 나를 보며 말한다.

 

 

"삼촌이 시내로 나갈껀데 같이 갈꺼냐고 물어보래-"

 

"시내?"

 

"응. 엄마랑 아빠도 간데."

 

"...나는 안 간다고 해. 집에서 쉰다고."

 

 

진달례를 요리조리 뜯어보던 나는 문득 어제 남자생각을 했다.

 

아니, 지금까지 그 남자 생각만을 하고 있던 걸지도.

 

꼬질했던 남자의 모습과 영 조합이 맞지 않던 그 조그만 방의 모습.

그리고 정성들여 그린듯한 기타와 여자처럼 보이는 사람.

 

 

차에 탄 가족과 삼촌을 배웅하고는,

그대로 다시 그 집으로 걸어갔다.

 

어제 밤에 나왔을때는 보지 못했던 유독 횡해보이는 주위 풍경에

그 남자는 어떻게 혼자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작 문앞에 서니 들어감 엄두가 나지 않아 문을 잡고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어제 새벽에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들어가 말을 걸고, 꽃을 가져 나온건지.

 

괜히 머릿속으로 드는 자괴감에 눈을 꼭 감고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찰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고개를 돌리니 한손에 억새풀을 가득 들고 있는 남자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놀랐다기보다는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웃으니

남자는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아, 아... 나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구나. 미안해요."

 

 

몸을 피해주니 남자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민망함에 남자를 조용히 따라 들어가 뒤에서 쳐다보고 있자니,

남자는 억새풀을 한쪽에 엎어놓고는 풀들에 물을 준다.

 

괜한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얌전히 쪼그려 앉아서 그 모습을 구경하는데

한 화분이 내 앞으로 넘어지려고 한다.

 

 

"어-!"

 

 

급하게 손을 앞으로 뻗으며 눈을 감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다.

슬며시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남자가 내 코앞으로 다가와 화분을 잡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가까워진 얼굴에 놀라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바, 반사신경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바보같이 더듬거린 말에 창피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남자는 조심스럽게 화분을 제자리에 두고 다시 물을 준다.

나 혼자 어색해진 것 같은 기분에 남자의 옆에 쪼그려앉고 말을 걸었다.

 

 

"저기요... 왜 여기에서 식물을 키워요?

식물은 햇빛 있는 곳에서 키우는 게 더 좋지 않아요...?"

 

"..."

 

"...말하기 싫으면 말 안해도 되요."

 

 

남자는 여전히 말없이 물만 주었고, 나는 그런 남자가 주는 물통을 봤다.

파란색의 바가지로 물을 주고 있는 남자.

 

 

"...물은 그런 그릇보다 물뿌리개로 주는게 더 좋은데..."

 

 

내 말에 나를 쳐다보는 남자.

처음으로 내 말에 반응을 한 남자에 놀란 나는 횡설수설 변명아닌 변명을 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릇으로 주는게 안좋다는게 아니라..!

물뿌리개로 주면 더 좋으니까... 다들 물뿌리개로 주기도 하고..."

 

"..."

 

"아이고, 하하! 이제 집에 가야겠네!

미안해요, 그쪽 방해해서. 이제 가볼..!"

 

 

벌떡 일어난 내 손을 살짝 끄는 남자.

그런 남자를 내려보니 나와 눈을 맞춰온다.

 

 

"...물뿌리개... 갖고 싶어요?"

 

 

아무 말이나 던졌는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올라가는 입꼬리에 나는 남자에게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내가 내가 또 올께요. 그때 물뿌리개도 가져다 줄께요."

 

 

내 말에 남자는 여전히 나를 올려보고만 있었고,

나는 남자에게 내 손을 불쑥 내민다.

 

 

"약속!"

 

"...?"

 

"약속이요, 약속! 손가락 약속."

 

 

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하자

남자는 내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손을 들어 새끼손가락을 마주 잡는다.

 

 

"그럼 내일봐요."

 

 

괜히 기분이 좋아져 웃으면서 문을 나섰고,

울타리를 지나 가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손을 들어 흔들어보이자 곧 어색하게 내 모습을 따라하는 남자.

 

나는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 삼촌에게 전화했다.

 

 

"삼촌!"

 

"응, 왜 전화했어?"

 

"삼촌 올 때 물뿌리개 하나만 사다줘!!"

 

"물뿌리개?"

 

"응응!! 그리고 화분 몇개도."

 

"그런건 갑자기 왜?"

 

"갑자기 쓸일이 생겨서-"

 

 

삼촌은 의아스러운 목소리로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고,

나는 괜히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핸드폰을 식탁에 내려놓으니, 아침에 그대로 두고운 진달례가 눈에 띄었다.

꽃을 집어들고 향을 맡으니

달짝치근한 꽃냄새보다는 시원한 눈냄새가 더 나는 것 같았다.

 

 

* * *

 

 

"저기요-"

 

 

상자가득 물뿌리개, 모종삽, 화분들을 담아 가지고 오니

정작 문을 열수가 없어 울타리 앞에서 남자를 찾았다.

 

그러고 보니 나 이사람 이름도 모르네.

 

남자가 곧 창고에서 나와 나를 본다.

 

 

"아, 저 문 좀 열어주세요-"

 

"...?"

 

"문이요, 문!"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남자에게 간신히 손가락으로문을 가르키니

다가와서 문을 열어준다.

남자를 피해 안으로 들어와 창고 앞에 상자를 풀썩 내려놓으니 궁금한 눈빛으로 상자를 쳐다본다.

 

 

"물뿌리개랑 화분이예요. 필요할 것 같아서."

 

"...?"

 

"자, 봐요. 이게 물뿌리개예요. 여기다가 물을 담고, 식물에다가 물을 뿌리는 거예요!"

 

 

물뿌리개를 집어들고 설명을 해주니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남자의 모습이 귀여워 의도치않게 웃음이 나왔다.

 

물뿌리개에 한가득 물을 채우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하던 남자는

내가 물뿌리개로 식물에 물을 주는걸 보니 눈이 반짝였다.

 

 

"자, 이번에 그쪽이 한번 줘봐요. 너무 많이 숙이면 물이 넘치니까..."

 

 

남자의 손에 물뿌리개를 쥐어주고 손을 겹쳐잡아 조심스럽게 식물에 물을 주었다.

밖에 있어서 차가운 내 손과는 다르게 남자의 손은 유독 따뜻했다.

 

집중해서 식물에게 물을 주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창고를 둘러보았다.

살벌한 창살들과는 달리 꽤나 깨끗한 곳이였다.

그래도 역시 식물들을 놓는 곳 치고는

유기견 보호소에도 없을법한 살벌한 창살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식물들도 규칙없이 늘어져 있기도 했고.

 

그렇게 창고를 둘러보다가 문득 남자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여전히 다를것 없는 방의 모습.

하릴없이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침대 옆, 놓여져있는 빛바랜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종이를 집어드니 연필로 꾹꾹 눌러쓴 여자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 기다려, 다시 돌아올께. 」

 

 

별것 없는 내용 이였다.

 

기다려, 다시 돌아올께.

 

하지만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종이를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종이를 낚아채갔다.

급히 뒤돌아보니 남자가 지금껏 본적 없었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남자는 목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듯한 그르릉 거리는 소리는 내며

나를 노려보는 듯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눈에는 남자가 당장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울 것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소중한 거예요?"

 

"..."

 

"...미안해요, 미안..."

 

"순이...것 입니다."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목에 무언가 걸린 듯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겹쳐 나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지만 좋았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이예요?"

 

 

남자는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했고

나는 그런 남자를 올려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더 이상 할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남자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오는 것 밖에는.

 

창고에서 나와 급하게 울타리문을 잡는데

남자가 나를 따라 창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왜인지 내 눈은 금방이라도 눈믈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나조차도 모르는 이유라서 남자를 돌아보지 못하고 말했다.

 

 

"거기 상자에 화분도 있고, 삽도 있으니까 거기에다가 식물도 심고 꽃들도 꽂아놔요.

그럼 나 갈께요."

 

 

도망치듯 문을 나서 걸아가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니 남자는 나의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듯,

나를 보고 있었다.

 

 

* * *

 

 

집에 돌아와서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서는 그 남자만을 생각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갔었을까.

평범하지 않아보이는 남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같은 건 아니였다.

 

차를 타고 오며 마주쳤던 남자의 눈과,

오늘 봤던 울 것 같았던 그의 눈.

어째서인지 그 눈을 보면 많은 생각이 나는 것 같은 기분과

동시에 모든 생각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남자는 과연 뭘까.

그리고, 순이라는 그 편지를 쓴 사람은...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결국 시선이 멈추는 곳은 침대 옆 놓아둔 진달례.

진달례를 집어들어 멍하니 향기를 맡고 있자니 시원한 눈냄새는 사라지고

어느새 집안의 따뜻한 기운만이 코로 들어왔다.

 

다시 생각나는 남자의 따뜻한 손과 나를 쳐다보는 눈.

그리고 나에게 말했던 목소리.

 

 

'순이...것 입니다."

 

 

남자의 눈이 다시 생각나 꽃을 집어던지듯 옆에 두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버렸다.

 

아주 잠깐,

내 이름이 순이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 *

 

 

결국 다시 찾아왔다.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나가냐고 묻던 삼촌을 뒤로하고 이것저것을 손에 들고 찾아왔다.

문을 가볍게 두들기고 들어가자 식물들 옆에 새롭게 놓여진 화분들과

초록색 물뿌리개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기요- 거기 있죠?"

 

 

대답이 없는 문에 내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 문이 열린다.

꽤 거리를 두고 마주친 남자의 눈에 어제 생각이 났지만 더 씩씩하게 말을 건넸다.

 

 

"그쪽 정원 돌봐주려고 왔어요. 이렇게 정리 안하면 나중에 고생해요."

 

 

성큼성큼 걸어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니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우리, 여기 정원 정리해요. 그리고 그쪽방도 좀 더 꾸며요. 사람 사는 것 같이."

 

 

그를 올려보며 활짝 웃자

그도 나를 내려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어제의 기억따위는 다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 남자의 집에 매일같이 들렸다.

 

하루는 남자의 식물들을 하나하나 가지런하게 정리를 했고,

하루는 남자에게 두터운 담요와 글씨공부를 할 공책들을 한아름 안겨주기도 했다.

남자가 한장 한장 그린 그림도 벽에다가 붙여보고,

허전하고 쓸쓸해 보이는 벽에 선반을 달아 이것저것 올려놓아 보기도 했다.

어둡기만 한 방에 초도 몇개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무식하게 하루를 버티는 남자에게

조금더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고작해봐야 고치고, 꾸미고, 다듬는 것 밖에 안되지만 남자는 나에게 항상 미소지어 주었다.

 

 

"자, 머리는 이렇게 자르는 거예요. 이렇게- 조심, 조심."

 

 

남자에게 가위로 그의 앞머리를 잘라주며 말하고는 가위를 건네자

곧 자신이 거울을 보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머리를 자른다.

턱을 괴고 그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가슴이 몽글몽글한게 이상했다.

 

 

"...당신 예전 주인은 당신을 돌봐줄 줄만 알았나봐.

당신이 글자말고 이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걸 보면."

 

 

머리를 자를 줄도, 식물을 키울 줄도, 자신을 가꿀 줄도 모르는 남자가 유일하게 할줄 알았던건 그저 글자를 쓰는것 뿐.

그때 이후로 한번도 말을 하지않았지만 남자는 글씨만 줄창 쓸 뿐이였다.

 

아주 가끔, 똑같이 생긴 사람의 그림을 그리는 것 빼고는.

벌써 벽에 붙힌 사람의 얼굴만 해도 한두장이 아니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남자를 돌아봤을 때는

남자는 자기의 한쪽 머리카락만을 쥐파먹듯 자르고 있어쏙,

나는 그런 남자를 급하게 저지했다.

남자의 손을 붙잡고 그의 앞을 막으니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본다.

 

한쪽 눈은 가려져있고, 한쪽눈은 똥글똥글 나를 올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져버렸다.

 

 

"푸하핳하핳하ㅎ 이게 뭐예요, 이렇게 자르면 어떡해. 푸핳ㅎ.."

 

 

내 웃음에 남자는 뭔가 잘못된걸 알았다는 듯 안절부절 거렸고

나는 그에 아예 바닥에 주저 않아 웃었다.

 

 

너무 평화로운 기분이였다.

 

어째서 이 남자와 같이 있는 것이 이렇게 안정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남자는 평범한 것이 하나 없었지마

그렇다고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치 커다란 어린 아이를 돌봐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고,

난 남자에게 그런 하나하나를 알려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냥 즐거웠다.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즐겁기만 했다.

 

 

* * *

 

 

침대에 누워 멍하니 진달례를 바라보고 있는데,

한번 밖에 듣지 못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순이...것 입니다."

 

 

남자는 조그만 방에 있다보면 항상 문득 철창 밖을 바라보곤 했다.

머리를 자르다가 남자가 잠이 든걸 깨워줬을 때는 남자는 나를 슬픈 눈빛으로 쳐다봤고,

간식으로 감자를 쪄와 그의 앞에 내밀었을 때,

그는 한동안 먹지도 않고 감자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기만 했다.

 

그럴때마다 혼자 문득문득 알아채곤 했다.

 

아, 그 사람의 흔적이구나.

순이...라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거구나.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했다.

 

첫눈에 반한다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눈을 마주하면 항상 가슴이 쓸데없이 더 많이 뛰었고

그걸 눈치 채는 건 그 무엇보다 쉬웠다.

 

가끔은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가 미울때도 있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을 미워하겠냐마는

남자는 내가 말없이 뚱해있으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내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손을 꾸물거리며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런 모습에 먼저 항복하는 건 항상 나였다.

 

내가 먼저 활짝 웃어주면 그 남자도 마주 웃어주니까.

잘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미소지만, 내게 웃어주니까.

그게 좋아서 항상 먼저 활짝 웃었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고 했으니까.

 

진달례를 머리맡에 두고 눈을 감았다.

괜히 나지도 않는 눈냄새가 코를 스치는 기분이였다.

 

 

* * *

 

 

"저기요- 안에 있죠? 나 들어가요-"

 

 

굳이 따로 인사를 하지 않고 들어가면서 말을 했다.

대답도 하지않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데

남자가 침대에 앉아 뭔가 꾸물거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책상 옆에 모여있던 나무조각들을 붙이겠다고 끙끙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의 옆에 앉아서 남자의 손을 잡고 눈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자는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저기요. 이건 못 고쳐요. 이거는- 고쳐도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아요."

 

 

내 말에 남자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내 손을 놓으려고 했고

나는 새삼 다시 깨달았다.

 

그 여자의 흔적이구나.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자 오기가 생겼다.

나는 남자의 손을 더욱 꼭 붙잡고 말했다.

 

 

"이건 이미 부서졌어요. 고쳐도 고치는게 아니예요, 안되요!"

 

 

남자는 나를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피우는 듯한 눈빛에 나는 괜히 화를 냈다.

 

 

"안된다니까요! 고칠수 없어요!!"

 

 

그 순간 남자는 내 손을 뿌리쳤고,

뭔가 큰 힘에 나는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쓸린 볼과 허리보다는

마음이 더 쓰라려 오는듯 했다.

 

내가 떨어진걸 보고 어쩔줄 몰라 끙끙거리는 남자는

여전히 품에 기타조각들을 꼭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안된다니까!!! 도대체 그 여자가 얼마나 소중하길래 그래요!!!

넘어진 나보다 그 부서진 나무조각들이 더 소중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니 내 양뺨에서 눈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울 것 같은 표정의 남자와 달리 정작 울고 있는건 나였다.

 

고작 이런 일에 왜 이렇게 상처를 받고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내가 비참해

양 무릎에 얼굴을 묻고 괜히 엉엉 울었다.

 

그때 무언가 내 머리위에 조심스럽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드니 남자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아 한 손으로 어색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위로를 받고 있다는 느낌에 혼자서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붉어지는 얼굴이 들키기 싫어 더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더 눈물이 나오는 것 같았다.

 

 

"...미..안."

 

"...?"

 

"..미안...합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내 귀를 의심했지만

여지없이 한번 더 들려오는 목소리는 매일밤 내가 되새겨들었던 그 목소리와 똑같았다.

 

남자는 무턱대도 화를 내는 나에게 이유없이 그저 미안하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남자는 내게 미안하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지만,

난 남자의 수많은 말을 들은 것 같아 더욱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남자는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남자의 손은 그 날도 유독 따뜻했다.

 

 

 

 

 

+ + +

 

 

원본 글을 일일이 다시 타이핑하는데...

맞춤범부터 내용까지 영 부족하네요;_;

 

이번 내용은 '늑대소년' 내용을 잘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읽기 좋으실것 같아요ㅎ_ㅎ

 

(오타나 그 외 지적들, 감사합니다!_!)

 


나의 순이들ㅋ_ㅋ

두밥 님

 

늑대야 님

 

츄파 님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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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늑대야입니다!!!신알신보고 바로 왔어요!!!!!아 진짜 아련하게 영화를 봤던게 머리속에 지나가는거같아요ㅠㅠㅠㅠㅠ철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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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두밥이에요ㅠㅠㅠㅠㅠ진짜..이건 진짜ㅠㅠ너무 잘쓰세요ㅠㅠㅠ순이한테는 미안하지만..그래도ㅠㅠㅠ영화한장면 한장면 떠오르게 하니까 더 아련하네요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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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아아ㅏ 재밋ㅅ네요 잼ㅆ어요ㅠㅠㅠㅠㅠㅠㅠ영화의 여운그대로 참 좋아요ㅠㅠㅜㅜㅜㅜ달이라고 기억해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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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재밋어요ㅠㅠㅠㅠ늑대소년이 끝나고아련했엇는데 그아련함을여기서푸네요ㅠㅠㅠㅠㅠ전 샤르망으로해주세요암호닉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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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좋아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ㅈㅈ만 안먹었어도 신알신했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안타까워요 너무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댓글못달았는데 생각해보니까 ㅈㅈ먹어도 댓글달수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달아요ㅠㅠㅠㅠㅠ
어제도 그렇고 진짜 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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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진짜 재밌어요 신알신하고요 영화도그렇지만 이 글도 여운쩌네요엉엉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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