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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야. 쟤 또왔다. 무리들이 백현의 어깨를 한번 툭 친 뒤, 비를 흠뻑 맞은채 말을 걸어오는 녀석과 백현을 번갈아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미간이 찌푸려진다. ‘오빠. 아 개터지네, 오빠래. 오빠.’ ‘어디서 저런걸 끌고왔냐’ 무리들은 백현을 놀리는듯 깐쪽거린다. 백현이 파란우산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든, 백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교문 앞에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쭈구려 앉아있는 놈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찰팍, 찰팍. 흙 웅덩이 안으로 고인 빗물을 밟고 뜀박질 치는 걸음소리가 들린다. 백현의 보폭이 점점 좁아졌다. 맨몸으로 비를 맞고있을 녀석때문일까. 머지않아 자신의 가방끈을 잡아채는 어린 손길이 뒤로 느껴진다. 백현이 뒤를 돌았다. 놈의 둥그스름한 두상이 다 들어난다. 그만큼 많은 비를 맞았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좁고 작은 체구를 가진 녀석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더욱 작아보인다. 검은 머리카락도 물기를 머금어 더욱 새카맣게 보였다. 물이 뚝. 뚝. 떨어지는 앞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흑채같이 검은 눈동자. 그 눈이 매우 크고 깊어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때, 도톰한 입술이 옹알거린다.

 

“오빠”

 

백현의 무리들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낄낄거렸다. 백현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걸 느끼곤 가방끈을 잡은채 끊질기게 제 얼굴을 쳐다보는 녀석의 손을 잡아다 살며시 놔준다. 갑작스런 손길에 놀란듯 힘없이 허공으로 떨궈진 녀석의 손이 한참 제자리에서 머물다가 수줍게 손을 등 뒤로 거둬갔다. 녀석의 생채기가 가득한 얼굴이 살짝 붉으스름해 진것같기도 하다. 이제 안따라오겠지. 백현은 멍하게 서있는 녀석을 두고 앞서 가고있는 무리들에게로 뛰어가려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또다시 가방끈을 재빠르게 잡아오는 놈에, 백현이 화가난듯 휙 뒤를 돌아 그 커다란 눈을 마주한다. 놈의 눈동자를 보니 더욱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마음같아선 확 때려버리고 싶은데 그 맑은 눈동자는 백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상을 쓰고있는 백현을 보자, 녀석의 눈동자는 겁먹은듯 조금 커졌다. 이번에도 졌다. 백현이 짜증나는 와중에도 인상을 슬슬 풀고는 손에 들린 파란 우산을 녀석의 손에 쥐어준다. 순식간에 비가 몰아쳤지만 아무렇지 않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긋나긋 속삭였다.

 

"오빠 따라오지말고 얼른 집에가."

 

 

 

 

 

 

 

 

 

 

백현은 신발이 흙탕물에 젖던 말던 있는 힘껏 뛰어, 저 멀리 우르르 우산을 들고 가는 제 무리에 뛰어들었다. 아 다들 나 버리고 가기야? 능청스러운 백현의 말에 무리중 한명이 백현쪽으로 우산을 기울여주며 키득거린다. “여자애들도 너 졸졸 따라댕기지 않냐. 왠 남자새끼까지 꼬이냐 넌.” 백현이 닥쳐 새끼야, 하고 웃어넘기지만 무리들의 대화주제는 그 녀석으로 확정된건지 아까의 일들을 되새긴다. 백현의 표정은 탐탁치 않은듯 해보인다. 당사자는 조용한데 별 상관없는 것들이 더 지랄해대는 꼴이란. 백현은 끝나질 않는 녀석의 관한 얘깃거리에 괜시리 말을 돌리려 했지만 백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억센 빗소리와 함께 공기중에 퍼져 가라앉았다. 찰팍거리는 발소리, 무리의 시끄러운 대화소리, 귓가를 때리는 천둥소리. 왠지 기분이 다운된다. 백현은 잠자코 무리의 흐름에 맞춰 길을 걸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녀석에 관한 유언비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저 편으로 숨어들 것이다. 그래. 백현은 그냥 그렇게 조용히 참으려고 했다. 무리에서 언급하는 그 ‘녀석’ 이 부모가 없든, 고아든, 미쳤든, 모자라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으려고 했것만 백현의 옆에서 같이 우산을 쓰고가던 재상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은 백현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나 어제 걔 벗겼는데.”

“뭐?”

 

쿠궁. 천둥소리가 얼얼하게 울렸다. 그와 함께 백현이 멈춰섰다. 뭐라고했어? 다시 되묻는 백현에, 재상이 헛웃음을 지으며 신이난듯 줄줄 말을한다. 하지만, 재상은 열심히 말을 하는데 빗소리에 묻혀서 도통 무슨말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세번정도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재상의 입에 가져다댔다. “아, 걔…했는데…다고” 재상의 말이 빗소리에 처참히 뭉게진다. 아, 차라리 듣지말까. 백현은 어쩌면 잘 들리지 않는 재상의 목소리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뒤 다시 물었다. “야, 잘 안들려 크게말해”

 

“아, 씨바 내가 어제 그새끼 홀라당 벗겼다고!”

 

둘이서만 소곤소곤 주고받던 내용은, 아주 크게 울려퍼졌다. 뭐? 놀란 무리들의 말소리와 기괴스럽게 웃어재끼는 현수의 웃음소리가 들끓는다. 재상은 백현의 얼빠진 얼굴을 주시하더니, “아. 이새끼 못믿나본데? 현수야 니가 설명해라.” 하고 “미친놈,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 하며 끅끅거리는 현수에게 바통터치를 했다. 현수는 기다렸다는듯 조잘조잘 말을 이어갔다. 아- 걔 우리동네 미친얼라로 유명한건 다들 알제? 그 한마디에 무리들의 웃음소리가 빗소리를 묻히도록 헛헛하게 울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건지. 백현의 날카로운 눈빛은 현수를 노려본다. “나 걔랑 초딩때 같은 반이였다. 걘 그때도 지능 조또 딸렸어. 이름은 도경수. 지금은 교회에 사는데, 느그들 교회 올라가는 골목길 알제? 거기서 그새끼 혼자 쭈구려앉아가 놀고있길래 돈없냐 물어보고, 없다케서 몇대까고, 갑자기 재상이 그 미친새끼가 옷 다 벗겨서 돈 나오면 10원당 한대라고 하면서 진짜 다 벗겼다. 안글냐 재상아?” 백현이 재상을 쳐다봤다. 재상이 “맞다. 근데 울지도 않더만, 새끼 남자라고. 입 앙다물고 고개만 도리도리 젓더라.” 라며 맞장구를 치고 낄낄댄다. 백현은 왠지 속이 부글부글 끓는걸 느끼며 의미없는 말을 내뱉는다. “걍 벗기기만 했냐?”

 

“뭐, 그럼 넘처나는 년들 놔두고 걔랑 빠구리하냐 빙신아?”

“…….”

“아, 근데 좀 비리비리해. 선이 얇아.”

 

골반도 없고, 아 근데 내가 왜 걔 몸매 감상평을 늘어놓는데 시바 호모도 아니고 미친놈아. 재상의 말에 백현을 제외한 무리들은 배를 잡고 바닥에 길 기세로 웃어재꼈다. 재미없다. 하나도 재미없어. 백현이 목에 엉킨 가래를 끓어다모아 바닥에 퉤, 하고 뱉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축축 늘어지게 만드는 습기도 싫고, 얼마전부터 갑자기 자신에게 오빠라 불러대며 따라오는 도경수란 녀석도 싫고, 그 녀석을 희롱한 얘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새끼들도 싫다. 이가 바드득 갈린다. 이 더러운 얘기는 듣지 말아야지. 백현은 주위에서 무슨말을 하던 동조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지는 빗물만 하염없이 보고있었다. 얼핏, ‘걘 좀 멍청한거지 사리분별을 못하는 애는 아닌데, 변백 니 보고 오빠라 부르는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걸꺼다. 잘 생각해봐라.’ 하는 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경수. 내가 도경수한테 뭔짓을 했다고 오빠라고 부르는데? 머리가 아릿아릿 아파옴에 백현이 함숨을 푹 내쉬었다. 별로 좋은일은 아닌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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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취적ㅠㅜㅜ좋아요ㅜㅜ대박미친쩔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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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우와아~ 댓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취향저격 탕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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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ㅜㅜㅜㅜ진짜ㅜㅜㅜ다음편은 언제 쓰시죠? ㅜㅜㅜ취향저격당했어탕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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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다음편은 조만간 올릴게요 댓글 감사합니다ㅠㅠ! 빵야빵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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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제목에 이끌리듯 봤는데 역시 홀로 자까님이시네요 헤헤 맨날 비회원 댓 남기는 독자입니다 ㅠㅠ 항상 기다려요 엉엉 폰으로 댓 달면 맨날 스팸코드를 잘못 입력했대..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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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왠지 감동...ㅠㅠㅠ 비회원분들도 사랑해요 진짜ㅠㅠㅠㅠㅠ 스팸코드따윈 저희의 사랑을 막을수 없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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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작가님..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메리크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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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ㅎㅎ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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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 글이 안써져서 걱정입니다 조만간 생각없이 아무거나 써오겠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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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작가님 설날 복 많이 받아요! 기다리고 있겠읍니당 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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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잘지내고 계시죠 ㅠㅠ 흑흑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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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다음편은 있겟죠ㅠㅠㅠㅠㅠ있어야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좋은글 구독료도 안받고 올려주시고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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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생각해둔 내용이 있긴 한데 언제 다 쓸지 미지수네요ㅎㅎ... 저야말로 구독료도 없는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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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경수가 왜 백현이를 오빠라 부르는지 궁금하네요, 백현이 친구들이 안건들여서 다행이기는 한데 앞일은 모르는거니까ㅠㅠㅠㅠ재미있게 봅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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