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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토끼 김민석 01
"루한… 할말있어."
"응? 뭔데?"
루한은 미소띈 얼굴로 자신을 부른 지현을 바라봤다. 약간 앞서 걷고 있던 루한은 아,라고 하고는 지현의 보폭에 맞춰서 걸었다. 루한의 손에는 지현에게 받은 옷이 담긴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지현은 망설이는 듯 보였고 루한은 크게 개의치 않고 학교 정문을 나섰다. 지현은 안되겠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루한을 쳐다봤다. 루한은 왜 그래? 하고는 고개를 지현에게 돌렸다.
"너 오늘 무슨 날인지는 아니?"
"음…, 우리 백일?"
지현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내 생일이잖아…."
"아… 그랬나?"
지현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루한에게 등을 돌리고선 다신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그대로 걸어서 루한에게서 멀어져갔다. 루한은 당황한 얼굴로 벙쩌 있다가 다시 원래 가던 길을 마저 걸었다.
도대체…생일은 말 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 아니야? 어이없는 기분에 루한은 그래도 얼굴이 참 예뻤는데… 하고 씁쓸해 했지만 자신의 잘못인 것 처럼 보이니 가만히 차여주기로 했다. 100일을 넘게 사겼던 여자친구가 이별을 선언하고 돌아섰는데도 루한은 전혀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그저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을 할 뿐이었다. 아, 학교에서 변백현이 엄청 놀려대겠다…. 루한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집 가는 길 옆에 있는 큰 공원 입구에 동그란 분홍색 빵 같은 게 떨어져 있었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주웠는데 물건에선 아무 향도 나지 않았다.
"마시멜로인가…?"
루한은 말랑말랑한 물건을 조물조물 거렸다. 그런데 공원 안쪽에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똑같은 모양의 물건이 있었다. 공원 안쪽으로 일정하진 않지만 같은 모양의 마시멜로같은 물건이 점점 더 안쪽으로 길을 만들어 가듯 떨어져 있었다. 루한은 망설이지 않고 지현에게 받았던 쇼핑백 안에 옷을 내팽겨 치고는 마시멜로를 하나하나 주워가며 따라갔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기분에 길이 나 있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
몇분이 지났을까…, 거의 가득 찬 쇼핑백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루한은 이제 마지막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루한이 발견한건 풀숲 더미에 상체를 박고 있는 사람의 엉덩이였다. 루한은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연신 뭐가 없다는 건지 중얼중얼 거리면서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때마다 엉덩이에 달린 하얀 털뭉치가 하늘하늘 거렸다.
"코스프레?"
"헉…!"
루한이 무의식적으로 한마디를 내뱉자 하얀 털뭉치를 엉덩이에 매달은 주인공이 부스럭거리던 몸을 멈췄다. 루한은 팔짱을 끼고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상대방의 주면을 둘러봤다.
우선 이 분홍색 물체의 출처는 저 사람인것 같은데,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는 바구니에는 마시멜로가 한가득 담아져 있었다. 아직도 저렇게 넘치니, 흘릴만도 하지…. 엉덩이의 주인공은 슬금슬금 뒤로 나온다 싶더니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풀숲더미에서 빠져나왔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머리에는 토끼귀를 달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는 루한을 똑바로 쳐다봤다.
"뭐…뭐야!"
… 빨개지는 얼굴에 루한은 문득 귀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져봐도 돼?"
대답을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루한은 민석의 머리에 붙어있는 토끼귀를 만졌다. 무,뭐야…! 토끼는 거칠게 귀를 만지는 루한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힘을써도 루한의 토끼귀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다.
아 귀여워 요즘엔 이런 보들보들하고 하얀 머리띠도 파는구나…. 깨물어 보고싶다…, 결심을 굳힌 루한은 끝내 입을 귀에 가져다 댔다. 토끼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사이에 이미 양쪽 팔목이 잡혀서 더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토끼야 이름이 뭐야?"
"이름…? 김…민석."
"민석… 이름도 귀엽다."
민석은 토끼귀를 팔랑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깨무는 건 안돼…! 싫어! 루한은 코스프레 주제에 비싸게 군다며 민석을 나무 기둥에 밀어 붙였다.
"으아… 싫어!"
루한은 털때문에 불편할법도 했는데 불구하고 토끼귀를 깨물었다. 민석은 기겁을 하며 루한의 가슴팍을 마구 연타했다. 아파…!! 루한은 우리 민석이 토끼 코스프레 몰입해도 너무 했네…하고는 머리띠의 띠 부분을 찾았다. 하지만 루한의 손에 만져지는 건 토끼귀와 바로 붙어있는 동글동글한 머리통 뿐이었다. 루한은 헉…, 하고 순간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귀가…? 뭐지? 뭐니? 루한은 설명을 해달라는 듯이 민석을 쳐다봤고 민석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루한을 노려보며 자신의 귀를 살살 쓰다듬었다.
"뭐야 이 상황은?"
"난 토끼인간이야!"
루한은 허,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짓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민석을 쳐다봤다. 민석은 당당했다. 토끼인간이라니…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눈에 보이는 민석의 머리 위에서 까닥거리는 귀를 보니 혼란스러웠다. 민석은 멍때리는 루한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바닥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하하 |
토끼인간...? 새벽이라서 쪽팔림에도 불구하고 그냥 올려옄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