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고
Episode 01 우리들의 첫만남
ⓒ구슬
부어라, 마셔라- 다방면으로 오가는 술잔들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잡다한 말들은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인 고깃집을 연상케했다. 시끄러운 분위기가 실로 오랜만인지라 두통이 슬슬 몰려옴에 홀로 구석에 앉아 이어폰을 꺼내들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화양대 새터, 다른 말론 화양대 술판으로도 칭할 수 있을 듯 하다. 애초에 내게 이 곳은 어울리지 않는다. 시끄러운 것을 참으로 질색하는 나였기에 친구를 사귀는 둥의 귀찮은 일에도 예외 없었다. 이 거지같은 성격 덕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친구가 한 명 밖에 없었다만, 뭐 생활하는 데엔 별 지장이 없었음에 딱히 아픈 기억은 아니다. 오히려 그 덕에 공부에 매진하여 서울에서 손 꼽히는 대학교도 왔으니.
"야, 김탄소!"
여하튼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이런 장소에 친히 발을 들인 이유는 앞서 말했던 유일한 친구인 전정국의 호출 때문이였다. 싫다고 하는 거 근 몇일 동안 찡찡대며 날 괴롭히던 놈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오게 된 것이 분명한데. 정작 와라던 놈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아 슬슬 열이 오르려던 참이였다. 우렁차게 불린 내 이름에 휴대폰에 꽂고 있던 시선을 올려다보니, 꼴에 벌써 친구를 사귄 건지 내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놈과 그 뒤를 따르는 세 명의 동기가 눈에 띄었다.
"역시 우리 김왕따. 대학 생활도 자진적 아웃사이더로 보내실 예정?"
"어. 그럴 예정. 하도 찡찡대서 왔더니만, 왜 와라던 새끼는 지금 쳐오고 난린데? 죽고싶어?"
움찔. 놈의 친구 중 한 명이 내 말에 일순간 몸을 떨었다.
"……?"
"아니, 야 나도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니ㄹ- 악!"
말을 하다 말고 난데 없이 소리를 지르는 놈에 놀란 건 나 뿐만이 아니였나보다. 나와 동시에 욕을 뱉어낸 놈의 다른 친구와 내 시선이 맞물렸다. 와, 하얗다. 햇빛은 받고 살았을까 의심될 정도로 하얀 피부가 신기함에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맞물린 시선을 먼저 피한 쪽은 저쪽이였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마냥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쯤되니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내가 무섭게 생겼거나, 저 망할 놈이 있지도 않은 나와 저의 일화를 한껏 부풀려 저 셋에게 풀어놓았거나. 안타깝게도 강아지상에 전체적으로 순한 인상을 지닌 내게 전자일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결론은 후자라는 건데….
"야 전정국, 뒤질래?"
"의리는 뭔 의리 새끼야. 너 쟤 무섭냐? 김태형이 가는 길에 지나가던 똥개한테 한 눈 팔려서 몇십 분씩이나 우리 발목 잡는 바람에 늦었다- 하고 말하는 게 뭐 어때서!"
"충분히 무섭거든? 네가 김탄소 힘 존나 세다며! 친절히 맞아서 든 멍까지 보여줬으면서…"
"암만 그래도 처음 보는 애 때릴 정도로 몰상식한 애는 아니거든?"
"그럼 넌 존나 구면이니까 비 오는 날 개 패듯 패면 되겠다, 그치."
아니, 야! 야! 김탄소! 악! 야! 저들끼리 소곤거리는 게 내게 들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나보다. 잘 들려도 심각할 정도로 잘 들리는 그들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전정국의 뇌에 개념을 차곡차곡 채워주고싶은 욕구를 그득히 심어주었다.
"신나서 혼자 쌩쇼하다가 탁상에 찍혀서 든 멍이"
"아니! 잘못했어! 악! 미안!"
"어떻게 내가 때려서 든 멍이 되는 걸까?"
진짜 때려서 멍이 드는지 안 드는지, 우리 한 번 멍 들 때까지 맞아보자 정국아. 이어진 내 말에 흠칫 떨던 셋은 서서히 우리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건망고
여전히 시끄러운 이 곳이였지만, 나를 뺀 네 개의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말을 하는 건 아니였다. 사과의 의미로 놈이 사온 건망고를 집어먹기 위해선 자연스레 입이 열릴 수 밖에 없었다. 벌써 20분이 흘렀다. 아무 말 않고 앉아있는 것이 지겹지도 않은지 놀라울 정도로 시끄럽던 넷이 입을 단 한 순간도 떼지 않았다.
"그래서"
아, 놀래라. 말을 꺼내자마자 숙여져 있던 네 개의 동그란 뒷통수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날 빤히 쳐다보았다. 이런 이목은 상당히 부담스러우므로 이번엔 내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내었다.
"날 여기로 불러낸 이유는?"
"…내가 그래도 네 친군데, 어떻게 네가 또 혼자있는 걸 보냐! 내 친구라도 소개 시켜주려고 했지."
"그래서 날 헐크로 만들었고?"
아 말실수. 내 말에 눈꼬리든, 입꼬리든 땅 끝까지 파고 들어갈 기세의 놈에 한숨을 폭 쉬었다. 아니 뭐 그건 됐고,
"소개 시켜준다며."
"맞다! 우선 얜 김태형."
"히- 안녕!"
"얜 정호석."
"반갑다- 잘 부탁해?"
"얜 민윤기."
"안녕. 아, 존나 오글거려…."
"마지막으로 얜 이미 알겠지만, 김탄소."
"…반가워."
사실상 마냥 달갑진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난 시끄러운 걸 싫어하며, 친구를 만드는 것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조건 모두가 충족되는 이 셋을 친구로 받아들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번째, 시무룩해져 있는 전정국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 두번째, 싫다고 할 즉시 전정국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한 없이 추락하여 사라질 것을 방지하기 위함. 세번째…
뭐, 이건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이미 엎질러진 물인 만큼, 제발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신입 구슬입니당..! 사실상 제가 인티에 글을 쓴 적도, 인티를 오래한 것도 아니여서 네임택이든 뭐든 잘 모르거든요 ㅠㅠㅠㅠㅠㅠㅠ 엉엉.. 그래도 차차 글을 쓰다보면 알게 될 거라고 믿어야죠. 헷! 만약 글 보고 계시다면 모자란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앞으로 열일하는 구슬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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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연재주기는 다소 길 예정입니다 허허.. 2. 첫 화는 공짜, 그 다음부턴 최소한의 포인트를 받으려고 해요! 히히.. 제 2시간 노동값..(소심) 3. 사진은 다음 화부터 넣을게요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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