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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매캐한 향내가 방안을 메운다. 상복은 때가 탄 듯 더욱 노랗고 검은색의 양복 또한 그 빛이 퇴색되어 그 빛을 발하지 못한지 오래다. 그 사이에 쥐 죽은 듯 자리를 지키는 아이가 한명. 그러니까 저 아이가 아저씨 아들이라는 거지. 빛 바랜 세상속에서 홀로 발광하듯 아저씨의 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 마치 세상은 홀로 지나가는데 아이 혼자만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고요하다.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마찰음이 귓전을 때렸다. 


 

아니, 나는 안된다니까? 아들이 고삼이라고요!” 


 

나는 외국에 자주 나가서 애를 돌볼수 없어요!” 


 

그럼 언니가 맡음 되겠네. 언니는 또래 애들도 있잖아요?” 


 

애 셋도 키우기 힘든데 한명 더 라뇨! 애 셋 키워 보셨어요?” 


 

막말로 애 아버지가 남긴 유산도 어마어마 하잖아요! 그거 눈독 들였잖아요?”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 푼돈으로 애를 키울수나 있긴 한가요?” 


 

고성이 왔다 갔다 하는걸 보면 아이도 들릴텐데 여전히 미동은 없다. 무관심한건지 모르는 척 한건지. 어른들의 싸움을 그저 지켜만 보다가 결론은 누구든 알아서 데려가는걸로 판결났다. 분명 아이의 양육 문제로 싸우는 것 같던데 정작 아이의 의사는 무시 된채로 결정되었다. 가벼운 조소를 머금은채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야?” 


 

아이는 살짝 놀라며 고개만 들어 눈을 맞춰왔다. 올망한 눈망울은 슬픔이 가득해 보였다. 아이는 잠시 뚫어질 듯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전정국 


 

그래, 전정국. 저기 저 어른들 따라갈래 아니면 나랑 같이 살래?” 


 

누난 누군데요?” 


 

경계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무심코 아이의 앞에 앉았다. 아이는 고개를 바로하며 눈을 바로 맞춰왔다. 


 

누난. 너희 아버지 친구야. 영국에서 만났지.” 


 

우리 아빠 친구요?” 


 

. 따라갈래? 적어도 굶기지 않을 자신 있어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손에 가득 찬 땀을 허리춤에 닦고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고민하는 듯 싶더니 곧이어 자신의 손을 내밀어 잡아왔다. 그렇게 아이는 나를따라 우리집에서 살게 됐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린 함께 살고 있다. 


 

분명 나는 그때 귀엽고 새침해 보이는 아이를 데려왔던걸로 기억하는데 왜 지금 너는 귀엽고 새침했던 아이로 보이지 않을까. 부들부들했던 아이의 몸은 급격하게 자라 성인의 모습을 하고있고 남자아이치곤 꽤나 미성이었던 목소리는 변성기가 찾아와 미묘하게 굵어졌다. 처음에 봤을 때 내 허리밖에 안오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이젠 그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것도 쉽지 않아졌다. 그야 물론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변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뭐해요. 안일어나요?” 


 

그녀석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의지대로 뜨이지 않는 눈을 뜨기 위하여 손으로 눈을 비비려 했으나 손목이 잡혀 실행할수 없었다. 


 

뭐야, 놔아 


 

비비면 빨개져. 안돼 


 

또 반말이야. 너랑 나랑 8살 차이난다고 


 

그놈의 8. 누가보면 내가 오빠인줄 알아요 


 

허튼소리 하고있네. 누가봐도 내가 너보다 연상인줄 다 알아!” 


 

네네, 그러니까 밥먹어요. 굶기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으면서 내가 챙겨주잖아요 


 

정국이 힘을 줘서 침대에서 끌어내 식탁으로 향했다. 그야 물론 그땐 굶기지 않겠다고는 했지 내가 요리를 한다고는 안했으니까. 19살 때 너를 데려오고 나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살림이었다. 나도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서 곧바로 집을 알아보고 가구를 사고 등의 기본적인것들은 다 마련해 놓았지만 외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내가 할수 있는 요리라곤 샌드위치와 스파게티뿐인데 한창 자라나는 아이에게 밀가루만 잔뜩 먹일수 없지 않은가. 물론 처음엔 요리를 시도해보긴 했다. 그 요리가 누구에게도 보일만한 요리가 아니었다는게 문제가 될뿐. 너는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지. 그때부터였나. 네가 집안 살림을 전반적으로 맡아서 하게 된게.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집안일은 자기가 한다며 고집을 부리던 너는 조그맣던 아가였는데 어느새 성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나를 내려다 보는구나.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 싶어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늦게 아침을 시작했다. 지금은 810. 정국이의 등교시간은 830분. 평소라면 지금쯤 학교 앞 가로수 길이 아닐까. 


 

"정국아" 


 

혼자 조급해져 아이를 불렀지만 듣지 못한듯 어느새 상을 차리고 있는 모습에 의아함이 차오른다. 뭘까, 오늘따라 유난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다시금 아이를 부르니 그제서야 얼굴을 들어 마주한다.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니 그래도 아이때의 예쁜 눈은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요? 나 불렀잖아요" 


 

"정국아, 너 엄청 여유롭다? 학교는?" 


 

그리 묻는 내게 한숨을 푹 쉬며 밥그릇을 달그락 소리가 나게 내려 놓는 아이. 뭔가 내가 아이의 심기를 불편하게한거 같은데, 앞의 대화에서 그럴만한게 있었나? 짙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내 손을 잡고 식탁까지 끌고와 마주보고 앉고 나서야 턱을 괴고 표정을 푼다. 


 

"너무하네. 오늘 개교기념일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또 까먹었어. 누난 나한테 관심이 없죠?" 


 

"아" 


 

"아? 부정도 안해? 와 헛살았네, 지금껏 먹인 밥이 얼만데..." 


 

"아니 정국아. 누나는...." 


 

큰 일 났다. 아이가 토라졌다. 하루종일 이 잔소리 저 잔소리 폭탄일것이 분명하다. 애초에 교복을 입지 않고있다는것에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후회하면 무엇하나 아이의 화를 푸는것이 급선무인데. 급하게 화제를 돌리고자 정국이 모르게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스캔하다 식탁의 감자조림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온 첫날 내가 만들어준 제대로된 음식. 8년전 처음 우리집에 들어와 기념할 만한 음식으로 아이에게 좋아하는것을 만들어주자 싶어 물어본 음식이었다. 감자조림. 


 

"누나는 정국이가 감자조림 좋아한다고 했던것도 기억하고 있는데 왜 정국이한테 관심이 없어~" 


 

"그걸 아직도 기억해요?" 


 

식탁에 턱을 괴고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 내가 뽑은 카드는 함정카드인가 방어카드인가. 


 

"이제와 말하지만 그때 누나가 해준 감자조림 짰는데" 


 

실패인가. 새삼스럽게 요리를 못하는 내 자신이 슬퍼졌다. 또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하나 싶어 빠르게 옛 기억을 헤집던 찰나. 아이가 웃으며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었다. 됐으니 밥이나 먹으라고. 다행이다 아이의 기분이 좋아진것 같아서. 


 

나름 화기애애한 식사시간이 마무리 되고 또다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이게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놀고 싶으면 놀고 일 하고 싶을땐 일 하고. 무엇보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플롯이 없으면 일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짜둔 스토리가 없으면 생각날때까지 쉬는거다. 그건 내가 나름 이름있는 작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고개만 살짝 돌려 쳐다본 아이는 언제 정리를 마쳤는지 벌써 공부중이다. 개교기념일인데 오늘 하루쯤은 놀아도 되지 않나 싶지만 수능이 코 앞이라 놀자 하려던 생각을 접는다. 아이는 학교에서 총망받는 전교 1등이라고 했다. 언젠가 아이에게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았던 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었을때 대답한건 다름아닌 수학의 정석이었다. 어이가 없어 물어봤었지. 


 

"정국아 공부가 재미있어?" 


 

"아니요" 


 

"그럼 왜 그렇게 열심히 해? 무슨 이유가 있어?"
 


 

발개진 볼을 하고서 우물쭈물 아이가 말한 대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두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요...하나는 쟤는 부모님이 안계셔서 그래 라는 말은 공부를 잘 하면 안하니까. 다른 하나는....비밀이에요" 


 

그때의 대답이 뇌리에 새겨진건 담담한 표정때문이었을까.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표정과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아마 그건 꼬리표처럼 정국이를 따라다닐테지. 그건 아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나의 입장은 후원자. 아이가 잘 자라게 도움만 줄 수 있는 위치. 오늘도 정국이는 공부에 매진한다. 하나의 이유는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사라질테니 많이 걱정은 하지 않지만 다른 하나의 이유는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후에 아이에게 물어보았지만 때가 되면 말해준다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었지. 


 

"근데 누나, 밥먹고 바로 누우면 돼지된다던데" 


 

홀로 옛 회상을 하며 감성에 젖어있었을까, 계속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책에 고개를 묻고있던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곤 하는 말이 돼지된다고.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려 깊게 숨을 쉬었다. 저런 말에 화를 내면 그렇다고 수긍하는것이란걸 알고있다. 알고있지만 올라오는 깊은 짜증은 이를 악물게 한다. 


 

"전정국" 


 

이를 악물고 아이를 불렀다. 어느새 아이의 표정이 능글맞아졌다. 공부하던 책을 접고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침대로 걸어오는 아이. 그러고는 침대 옆에 나란히 누워 뒷목에 자신의 팔을 끼워넣는다. 


 

"왜, 누나 돼지하면 내가 키우면 되지. 지금이랑 별반 다를게 없을걸?" 


 

"말은 똑바로 하자 정국아. 넌 내가 키워주는거야" 


 

"응. 내가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누나 깨워주고 옷도 입혀주고 참 잘 키워준다 그치?" 


 

"하하.."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보니 모든 집안일은 아이가 다 한다. 난 계모가 아닌데, 나도 나름 혼자 잘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치만 아이가 모든면에서 나보다 잘하는걸. 


 

"그럼 누나가 나를 키우는걸까 내가 누나를 키우는걸까?" 


 

더욱 능글맞은 얼굴로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아이. 근데 정국아 중요한 하나를 놓쳤어. 


 

"돈은 내가 벌어와" 


 

아무리 그래도 학생은 직장인을 이기지 못한다. 아무렴. 누구덕분에 다시 일을 하게 됐는데. 이제는 아이가 말문이 막혔다. 


 

"두, 두고봐요 졸업하면 내가 누나보다 더 많이 벌거니까" 


 

"그래, 그땐 누나도 좀 정국이 덕좀 보자~" 


 

아이를 놀리듯 말하니 또 다시 눈썹이 찌푸려졌다. 아, 실수했다. 또 토라져버렸다. 어째 하루도 안 토라지는 날이 없는것 같은 아이다. 그래도 적적했던 삶에 아이가 들어와 다채색으로 물들어가니 그 전보다 보기좋은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아직 그림은 미완성이지만 먼 훗날엔 가장 큰 화폭에 찬란한 작품이 되어있을거란 느낌이 든다. 그 때의 우린 지금보다 더욱 커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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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첫 글을 들고 왔어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재물이고요..! 천천히 진행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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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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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첫글이세요??!?!?!?!?!
진짜 잘쓰셨어요ㅎㅎㅎㅎㅎㅎㅎ
다음편도 기대할게요乃乃乃乃乃乃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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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레드
네! 첫글이에요ㅠㅠㅠ 답글을 달아주시다니ㅜㅜㅜ빨리 오겠습니닿ㅎ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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