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이지훈] 도플갱어 이지훈 X 평범한 너 +죄송합니다 | 인스티즈](//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21/23/444abef5d826ec25b7e9f7878dec1240.gif)
1. 시간되면 들리겠다던 순영이는 오지 않았다. 아마 제 친구들에게 잡힌 것이겠지. 나와는 다르게 친구가 많고, 그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니까. 그런 순영이가 내 곁에 있는 이유는, 글쎄. 잘 모르겠다. 아마 나와 같은 이유 아닐까. 가족 같은 우리가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하는 것 아닐까.
2-1. 궁금한게있어. 뭔데? 너는 왜 너를 원했어? 아,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더 아꼈을 뿐이야. 근데 다들 내가 미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좋아해보려 했는데 다 내 성에 안 차서. 미친 거 맞네. 그렇게 치면 너도 미쳤지. 하긴, 그건 그래.
2-2. 너 스스로를 원했다는 거, 미친 놈 취급받기 싫어서라고 했었다. 갑자기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너는 안 그럴텐데?
근데 누가 너한테 미친 놈이라 하든 말든 신경 안 쓰지 않아? 맞아. 왜 거짓말했어? 거짓말은 아니야. 정확히는 순영이가 미친 놈 옆에 붙어있는 미친놈이라는 걸 듣기 싫어서지. …. 걔는 그런 말이 어울리는 애가 아니잖아. 그렇지? …너도 그런 말 안 어울려. 뭐야, 아까는 미쳤다면서. 그건 아까고. 취소할게.
3. 지훈아, 학교갈래? 학교? 왜? 그냥.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4. 순간 눈물이 났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욕설들이, 너와 같이 보기 때문인지 마음에 비수로 꽂혔다. 너도 이런 말들을 들었을까?
나는 네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 애초에, 상처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
나쁜새끼들. 지훈이 작게 읊조리듯 뱉은 말이었다. 나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것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울지마. 울지마 칠봉아. …응.
안 울게. 안 울테니까 너도 그런 얼굴 하지마. 나대신 네가 울 것같은, 무너질 거 같은 그런 표정 싫어. 네가 무너지면 너는 꼭 사라질 것만 같단 말이야. 제발 무너지지 말아줘. '응'은 내 마음을 누르고 눌러 겨우 꺼낸 대답이었다.
5. 아, 순영아. 왔어? 응. 근데 너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 응? 아, 나한테 가려져서 안 보였구나? 인사해. 이지훈이야. 이지훈? 안녕. 아, 그래. 안녕. 권순영이야.
기분이 좋아보이는 너를 보며 순영은 떠오르는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너의 몸에 가려졌다고 안 보일 위치가 아니었는데? 이지훈이라면 혹시…. 그러나 들려오는 미친년이라느니 권순영만 불쌍하다느니 같은 소리들에 곧 의문을 떨쳐내고 정신을 차렸다.
그만 좀 하지. 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6. 아, 놀러가고 싶다. 갈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진짜? 음… 놀이공원? 너무 멀다. 사람도 많고. 치, 공원 산책이라도 하자. 추워. 너 감기 걸린다. 그럼 카페는? 내가 더 분위기있게 핫초코 타줄게. 결국은 나가기 싫다는 거잖아. 못됐어 정말. 흐, 들켰네. 그냥 집에 있자. 어휴, 그래.
7. [김칠봉
나랑 얘기 좀 해 이지훈빼고]
채팅방을 나가시겠습니까? 네
순영과의 채팅방을 나가며 지훈은 생각했다. 권순영은 우리를 너무 잘 안다고.
8. 무슨 고민있어? 표정이 왜 그래. 우리 이래도 될까? 생각할 게 뭐 있어. 우리 좋은 대로 하면 돼. 아니, 칠봉아. 이건 비정상적인 관계야. 너와 나는 함께 있으면 안 돼. …. 미안. 괜한 말을 꺼냈네. 걱정하지말고 잊어버려. …응. 먼저 잘게. 잘자.
9. 왜?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싫어? 아니잖아. 그래, 아니야. 그럼 왜 그러는데! 넌 아무것도 몰라.
순간 멍해졌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이지훈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이 없다 생각했다. 성별과 이름을 제외하면 그는 나와 다른 점이 없을테니까. 아니, 없으니까. 이런 내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너는 살풋 웃는다. 그 웃음이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예뻐서 넋을 놓을 뻔했다. 그렇게 웃지만 말고 설명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안다는 듯 너의 입이 열렸다.
설명 해주고 싶지만 해도 너는 이해 못 해. 믿지 않을거야. 그게 무슨…! 지금 헤어지면 우린 평생 못 볼지도 몰라. …. 곧 돌아가게 될거야. 그런 느낌이 들어. …원해? 글쎄. 사실 내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10. 그 하루를 우리는 이별같은 건 모른다는 듯이 행복하게 보냈다. 행복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지훈과 함께지만 오늘이 지나면 지훈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완벽히 행복할 수 없었다. 너와 함께 누워있는 지금도.
11. 지훈아. 응. 이지훈. 응, 나 있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너의 눈에서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처음보는 너의 눈물이었다.
12. 눈을 뜨니 당연하다는 듯 나 혼자였다.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나만 빼고 모두 제자리였고 나만 빼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생활하고 있다. 모두 나만 빼고.
13. 한 며칠은 지훈을 만나기 전과 비슷하게 살아갔다. 평소와 같이 적당히 학교를 빠지고 순영의 걱정담긴 잔소리를 듣는 등. 그러나 갈수록 힘들어졌다. 내 삶의 이유는 뭘까. 갈 수록 더 큰 사랑을 바라고 더 큰 이해를 바랐다. 그런 나에도 순영은 곁을 지켜줬지만 더 이상 순영은 내 삶의 이유가 아니었다. 지훈이 없는데, 너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멀쩡히 살아가.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돼?
순영의 이야기. 순영은 너를 좋아했다. 그랬기에 지금같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아픈 너까지 안고 갈 수 있었다. 너가 순영을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다. 평생을 이렇게 가족같이 지낸다해도. 너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순영은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순영의 사랑만으로는 너를 되돌릴 수 없었다는 좌절감에 순영은 절망했다. 또 그리워했다.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던, 너의 세상에 순영이 있었던 그 때를.
순영은 기억한다. 언젠가 이지훈이라며 말을 걸어오던 너를. 그 일을 너는 기억하지 못 했고 그런 일은 또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너가 이지훈을 소개시켜줬을 때 순영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렇게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이지훈을 의식하지만 이지훈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자각하지 못 하는 것이었다. 병이 더 심해진 너를 순영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러워 했다. 순영이 더 잘 돌봐준다면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영은 너에게 카톡을 보냈다. 모른 척 같이 지내준다면 너의 상태가 호전될 것같지 않아서 충격을 받더라도 말해주려 했다. 이지훈 빼고 만나자하면 조금은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지훈이 핸드폰을 볼 줄은 몰랐다. 읽고도 답이 없는 너와의 채팅방을 보고 순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지훈이 봤구나. 눈치챘구나. 내가 안다는 걸.
순영은 알아챘다. 이지훈이 사라졌다는 걸. 묘하게 너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가끔이지만 다시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지훈이 사라졌음에도 네 상태는 악화되어만 갔다. 아예 웃지도 않고 멍하니 있었으며 모든 것에 의욕이 없었다. 그리고 순영은 또 깨달았다. 이제 너의 세상에는 이지훈밖에 없다는 걸. 너는 나아질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순영은 네 곁에 있을 것이라는 걸.
| 읽어도 안읽어도 상관없는 비하인드 | 감지훈이 생일축하 겸 외전이 만약~라면? 이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이제는 말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훈이가 진짜 평행세계에서 온 도플갱어였다면? 이었어요. 그랬다면 해피엔딩이었겠죠. 사실 이 엔딩도 크게 배드엔딩은 아니에요. 원래는 여주를 죽이려 했...네...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여주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아무도 몰라요! 개인적으로 순영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같이 병원다니면서 치료받고 순영이랑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원더월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 우아님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