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의 집이 불행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겨울이었다. 학교를 다녀온 ㅇㅇ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친구와 놀러나갔을 뿐이었다. 그 뒤를 홀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동생 준이 따른 것은 ㅇㅇ는 몰랐던 일이었다. 신나게 친구와 신나게 놀다 들어온 ㅇㅇ는 휑한 집에 의아함을 느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집을 나서고자 할 때 잔뜩 흐트러진 모습에 아빠가 들어왔다. 아빠는 무섭게 ㅇㅇ를 붙들고 물었다. 준이, 준이를 봤느냐고. ㅇㅇ는 평소와 다른 아빠의 모습에 이유모를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 뒤로는 더 정신이 없었다. 꼼짝말고 집에 있으라며 집을 나선 아빠는 밤늦게서야 형편없이 초췌해진 엄마를 부축한 채 돌아왔다. 엄마의 끝없는 울음 속에서 준이의 부재를 깨달았고 몇달 만에 알아볼 수 없는 작은 몸집의 아이와 준이 것과 같은 신발을 끝으로 준이를 찾는 것은 끝났다. 때아닌 눈이 내리던 날, 엄마의 울부짖음이 온 하늘과 땅을 덮던 날 ㅇㅇ는 영원히 동생을 보냈다. 준이의 장례 이후 ㅇㅇ의 집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자식을 잃은 엄마는 모든 것을 놓았고, 아빠는 그를 견디지못했다. 아빠마저 떠나버린 후엔 ㅇㅇ가 가장이 됐고, 딸이 됐고, 아들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에게 동생의 그림자는 짙어져갔다. 아들도 남편도 떠난 후 엄마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애정을 갈구하며 밖으로 나돌았다. 중학교를 들어가며 친인척들의 도움마저 끊겼을 때 ㅇㅇ는 돈을 벌어야했다. 의무교육이 끝난 후로는 온갖 알바를 해야했다. 모든 것을 놓고 살아온 17년이 지나면서 ㅇㅇ는 억울했다.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아빠는 어디가고, 엄마는 왜 저러고있는지. 이미 죽어버린 동생을 부러워하기까지 되었을 쯤, 두 사람을 만났다.
정국은 소위 재벌집의 하나뿐인 아들로 자랐다. 사랑을 독차지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갖고싶은 것 같고, 하고싶은 것 하면서 자랐다. 그늘 없이, 다정하고 장난끼많은 사람으로 잘 자랐다. 항상 좋은 것만 보고 들으며 산 정국에게는 정국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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