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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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10/23/5172fa1d751bb5abdedbc9ae6d3e8d99.gif)
권순영과 나는 친구다.
아니 그냥 친구는 아니다.
권순영은 나를 좋아한다.
순영이를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같은 반도 아니었지만 순영이는 학기 초부터 유명했기에 알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학교는 학기 초에 수련회를 간다. 그리고 그 수련회 장기자랑에 순영이가 나왔다. 순영이는 춤을 잘 췄다. 그냥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조온나 잘 췄다. 모든 아이들이 넋을 놓고 봤고 수련회 이후로 순영이는 우리 학교 1학년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가 되었다. 아마 여자애들 중 반은 다 순영이를 좋아했을 거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념일마다 순영이의 책상이 보이는 날은 없었다. 왜냐면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인 선물들로 인해 순영이의 책상은 보이지 않았다. 사물함에 쑤셔 넣든지 어디 넣어놓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애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순영이는 쌓여가는 선물을 보고만 있었다.
순영이와 처음 말을 해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순영이는 나와 같은 반이었고, 내 옆자리였다. 낯을 좀 가리는 나와 달리 순영이는 낯도 안 가리고 친화력이 좋았다. 처음 보자마자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 얘기까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순영이가 편하게 대해줘서 그런지 나도 금방 내 본모습이 나왔고 우리는 며칠 만에 몇 년 된 친구처럼 친해졌다.
친하다고 말할만한 친구가 없던 나에게 이런 친구가 생긴 건 너무나도 좋은 일이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권순영은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다. 나는 순영이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의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진짜 약은 게 순영이랑 있을 때는 온갖 착한 척을 다 하더니, 순영이가 잠깐이라도 내 옆에서 떨어지면 들으라는 듯이 여우년, 여우년거리며 욕을 했다. 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내 얘기였다.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순영이와 반이 갈라졌을 땐 순영이랑 멀어질까 생각도 해보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순영이만큼 잘 맞는 친구를 찾기도 힘들고, 어차피 순영이랑 멀어지든 말든 그 애들은 날 계속 괴롭힐게 뻔하니 이젠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신경 써봤자 나만 힘드니까
나는 순영이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이렇게 평생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좋아해'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순영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건지 순영이가 날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든 적이 없는데 순영이가 날 좋아한단다. 순영이는 대답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나에게 '나 싫어?'라는 질문을 했고, 나는 절대 아니라는 듯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다. 나 차였네? I was a car~!'
'...'
'왜 울려 그래.. 누가 보면 너가 차인 줄 알겠다'
축 처진 이 분위기가 싫었던 건지 순영이는 일부러 장난을 치며 더 밝게 행동했다. 나는 그런 순영이의 행동에 더욱 미안해져서 눈시울을 붉혔고, 순영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날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울고 싶은 건 순영이일 텐데...
나는 순영이의 고백을 거절한 순간부터 순영이와 멀어질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순영이는 차인 다음날부터 좋아하는 티를 엄청 냈다. 얘가 원래 이렇게 능글맞았었나...? 싶을 정도로 능글맞았고, 예전엔 하지도 않았던 장난을 계속했다.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 해"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지금과 같은 장난을... 순영이는 틈만 나면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이 소리를 해댔다. 615153148번은 들은 거 같은데 그 물음에 응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하면 미친 거지. 주변에서는 우리가 사귀는 줄 알고 있다. 가끔 친구들이 대놓고 사귀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사귄다고 대답할 줄 알았던 권순영이 그런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단호할 것까진 없지 않나... 서운한 적도 많았다. 사귀는 게 아니니까 저 답에 서운할 필요는 하나도 없는데... 내가 권순영을 좋아하나?
"헐 미친"
"그런 격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내가 잘생겼어?"
응... 순영아 넌 욕 나오게 잘생겼어. 그래서 욕을 한 건 아니지만... 내가 권순영을 좋아한다고? 말이 되나? 아니지 아니야. 권순영의 저런 행동을 계속 보고도 안 반하면 그게 사람인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는 빠르게 수긍했다. 어쩌면 나는 고백을 받은 그 순간에도 순영이를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귀면 언젠간 헤어질 거고 헤어지면 그땐 정말 끝이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내 감정을 부정했던 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무섭다. 근데 이번엔 내 감정을 부정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힘들 거 같고
"왜 아까부터 말이 없어?"
"생각이 많아서"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
"순영아 좀 조용히 해"
또 시작이다. 또! 조용히 하라는 내 말에 갑자기 조용해진 순영이를 쳐다보니 눈을 감고 입술을 쭉 내밀고 있다. 이제 감정 제어를 못 해서 그런가 순영이가 너무 귀여워 보이고 사랑스럽고 진짜 저 입술 확 그냥...!
"..."
"..."
"...ㅇㅇ야?"
확 그냥 해버릴까 생각만 하고 있던 건데 몸 따로, 생각 따로. 몸은 벌써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순영이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 정신이 확 들었고 순영이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집으로 냅다 뛰었다. 뒤에서 날 부르는 순영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계속 뛰었다. 속으로 시발을 몇 번이나 외친 지 모르겠다. 뛴 지 얼마 안 돼 집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계주할 때보다 더 빨리 뛴 거 같다.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이게 권순영과 뽀뽀를 해서인지, 미친 듯이 뛰어서인지 분간이 안 갔다.
카톡-♪ |
[순영이] ㅇㅇ야 ㅇㅇ야 ㅇㅇㅇ 우리 ㅇㅇ가 어디갔지 저한테 도둑 뽀뽀하고 튄 ㅇㅇㅇ 찾습니다. |
아니 도둑 뽀뽀는 무슨 도둑 뽀뽀야? 지가 먼저 입술 쭉 내밀고 있었으면서...
카톡-♪ |
무슨 도둑 뽀뽀야 죽을래?
[순영이] 왜 그냥 갔어 나 너 부르다가 목 나갔잖아
난 다리 아작날 뻔 했어
[순영이] ㅇㅇ 다리 아작나면 안 되는데 수녕이가 호해주께
[순영이] ㅇㅇ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ᕙ(•̀‸•́‶)ᕗᕙ(•̀‸•́‶)ᕗ
그래 순영아... 난 너무해... 우리 톡 그만하자 나 지금 뛰어내리러 갈 거니까
[순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질문에 대답 한번만 해주고 가
넌 지금 뛰어내리겠단 사람한테 그런 소리가 나오니...?
[순영이] 우리 무슨 사이야? 1 |
무슨 사이냐니... 얘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순영이의 질문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진지하게 묻는 건가? 이제 나도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다시 한 번 카톡이 울렸다. 고민하고 있는 티 다 났겠다.
카톡-♪ |
[순영이] 너가 대답 안 해줬으니까 내 마음대로 말해야지
뭘 말해...?
[순영이] 이제 무슨 사이냐고 묻는 사람들한테 뽀뽀한 사이라고 말할 거야 내일 보자
1 야 1 야 잠시만 1 순영아 1 순영아...? 1 야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 |
분명히 일부러 톡을 안 읽는 거다. 미리 보기로 내가 보낸 톡들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있겠지... 설마 진짜로 뽀뽀한 사이라고 말하고 다니겠어?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장난 식으로 말한 거겠지만 상대는 권순영이다. 권순영이라면 진짜 말하고 다닐 수도 있다. 원래도 학교 가기 싫어했지만 내일은 진짜 가기 싫다... 톡이야 얼굴 안 보고 얘기하는 거니 평소처럼 대했지만 실제로 순영이 얼굴을 보면 말은커녕 얼굴이 새빨개질게 뻔하다. 내일은 순영이를 피해 하루 종일 도망 다녀야겠다.
자까왈 예 실제로 고백차이고 저러면 뺨맞죠 하하 글이 왜저래 급전개고 똥망인가 싶지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싸지른 글이라 그럽니다요 그럼 안녕히 ![[세븐틴/권순영]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18/0/8d1756bac2d44ea1f949ab1d69a72cf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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