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ZE!
라스베이거스의 밤 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 빛에 경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 빛이 섞여든다.
붉은 혀를 내어 입술을 적시며 당황한 빛이 역력하면서 동시에 어이 없는 듯한 얼굴로 웃는 전정국이 뒷걸음질 친다.
전정국의 뒤에 놓인 빈 드럼통이 그의 뒷걸음질에 채여 공허한 소리를 울린다.
사이렌 소리와 허공에 공기총을 발포하는 소리와 무전기와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는 영어로 된 온갖 명령들이 시끄럽게 섞이는 가운데
오직 그의 음성만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 또렷이 귓전에 박힌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전정국 비극사 : 조직 간부 전정국 X 그의 파트너 너탄소 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12/20/443a3c4513c64263548a669e5e3690d1.gif)
ㅡ 뛰어.
순간 얼어붙었던 사지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사자에게 쫓기는 가젤 마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한다.
전정국이 뒤에 쌓여있던 드럼통을 발로 차 무너트리는 소리가 들린다.
빈 드럼통이 그들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발포 명령과 함께 총성이 울리고, 우리는 대로변을 떠나 쥐새끼처럼 좁고 어두운 골목으로 빠져나간다.
골목의 꺾인 끝에서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아 돌리고,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우리는 마지막이라도 되는 양 입을 맞춘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 다시 큰 길의 인파 속으로 섞여든 우리는 대충 길가의 모자를 훔쳐 쓰고 한 가게의 천막을 걷고 들어간다.
술을 권하는 바텐더의 권유도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밟는다.
ㅡ Son of a bitch! Shit! 이 개새끼들!
그는 발을 구르며 욕지기를 뱉고 나는 벽에 기댄 채 서서 미간을 구긴다.
그가 한 쪽 벽에 붙은 수납장 위에 놓인 구식 전화의 수화기를 집어 든다.
그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나는 테이블에 놓인 차를 따라 마신다.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사이 위층에서 술 냄새를 흠뻑 묻힌 김태형이 제 따까리를 대동하고 내려온다.
ㅡ 어떻게 된 거야?
ㅡ 이 개새끼들을 다 죽여버려야 돼.
ㅡ 알아듣게 말해.
ㅡ 이건 선전 포고라고. 형. 이제 알아들어요?
침착하지 못하고 서성이던 그가 찻주전자와 다도 세트가 놓인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김태형에게 윽박지른다.
그러지 않아도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김태형이 짜증스럽게 눈을 내리 감는다.
내 속까지 답답해져 오는 것 같아 짜증스레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화를 참는 듯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뜨곤 제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ㅡ 그 개자식들이 함정을 팠다고요, 형. 엮여들어가는 건 고사하고 탄소까지 길바닥에서 짭새 총에 맞아 뒈질 뻔했어. 상황 파악이 좀 돼요?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그에게 상황을 토로하다시피 하던 그가 그답지 않게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을 들어 마신다.
전쟁이라고요, 형. 그가 덧붙였다.
▒▒▒
ㅡ 전정국.
호텔의 얇은 시트 이불을 덮고 전정국의 단단한 팔 위에 모로 누운 채 나는 한참을 흐른 정적을 깼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꺼낼 지 이미 아는 사람처럼 눈조차 뜨지 않은 채 답이 없었다.
그의 침묵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목 뒤로 침이 넘어갔다.
오늘 말하지 않으면 기약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상상해왔고 준비해왔던 일이지만 막상 닥쳐오니 겁이 났다.
겁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손끝이 파랗게 질렸다.
ㅡ 빠져나가려면 지금밖에 없어.
나는 손 하나 까딱할 용기도 없어 가만히 숨만 내쉬었다.
내 숨소리만도 지나치게 큰 것 같이 들리는 정적이 계속 되나 싶었지만 위태로운 정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가 일어났기 때문에 나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ㅡ 무슨 소리예요.
ㅡ 말 그대로인데.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숨결에서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숨이 조여드는 공포를 느꼈다.
그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대답했다.
ㅡ 이해가 안 되는데.
ㅡ 손 떼자고, 우리.
나는 질린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또박또박, 그리고 초조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충분히 느리게 대답했다.
이 따위로 사는 거 관두자고, 정국아.
벌레같이 살고, 도망치면서 사는 거 이제 그만하자고.
충분히 많이 했잖아, 남들하고 다르게 사는 거.
입 밖에 내지 못할 말들 뿐이라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길어지는 정적에 정작 필요한 말 대신 쓸데없는 말이 튀어나갔다.
ㅡ 그리고 나랑 관련된 일에 일일이 흥분하는 것 좀 그만해. 아까 있었던 일만 해도, 너…… 네가 내 보호자야?
ㅡ 아뇨. 보호자는 커녕.
무겁게 총알이 걸리는 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들렸다.
전정국이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짓는 건 아마 그 순간 이전에 본 적도, 이후로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건 배신자를 찢어죽일 때도 본 적 없던 표정이었다.
나는 순간 사지에 힘이 탁 풀리는 감각을 느꼈다.
심장이 천 갈래로 찢어져 피가 배어나오는 감각이었다.
그는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내게 총구를 겨누고 해머를 당겼다.
ㅡ 한 번만 더 그 따위 개소리 들리면 그대로 이마에 바람 구멍 나는 줄 알아요.
그는 옆에 놓인 화분에 총알을 박아넣고 자리를 떴다.
그가 아끼던 화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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