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트를 쉽게 넘기질 못했다. 내 앞에서 얌전히 앉아 발을 까딱거리는 이 아이의 표정을 차마 차트에 기록할 수 없었다.
녀석은 평소처럼 딱딱한 표정이 아닌, 부드럽고 온전한 미소를 지니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다.
결국 나는 펜을 조용히 옆 탁자에 소리나지 않게 살작 내려놓고 내 앞에서 슬쩍 미소지으며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세훈아."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살며시 안기는 아이의 마른 등을 쓸어내렸다. 딱딱한 등을. 나는 나보다 한참 큰 아이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소리죽여 울었다.
부드러워서 인간과 동일한 아이의 몸이었지만, 어쩐지 그 내부는 딱딱한 고철이라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나도 이 아이도. 모두 서글퍼졌다.
내 어깨가 들썩이는것을 본 아이는 조심스레 정자세로 나를 지탱하고만 있었던 자세에서 힘을 풀고 손을 들어 내 상체를 휘감았다.
"준면."
아이의 무거운 입이 떨어지고.
"사랑해요."
정적을 없애버리는 한 마디의 언어.
처음으로 들어본다는 사랑한다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에서는 홍수가 난 듯이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한참 동안.
차라리 처음처럼 내게 차갑게 굴었으면 한명이라도 행복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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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라 맛보기만 살짝 반응좋으면 1화를 들고오져(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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