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예쁘니까.
10
읽기 전에! |
1조: 김여주, 이지훈, 이석민, 이혜지 5조: 전원우, 부승관 6조: 최한솔 10조: 윤정한, 김민규, 김승민
까먹으셨을까봐ㅎㅎ... 한없이 부족한 글이고, 또 한없이 부족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얼른 안 타냐는 이지훈의 말을 듣고 숨 가쁘게 뛰어갔지만,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
어… 나 누구랑 앉아야 되지? 우리 조는 일단 14학번 선배 3명, 나와 이지훈, 그리고 석민이와 혜지로 구성되어 총 7명이었는데 사람 수가 7명이라는 이야기는 즉, 한 명은 혼자 타야 된다는 말이고 그중에서 혼자 탈 사람은….
그래, 나 밖에 없구나. 예상했던 일이라 그렇게 막 놀라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혼자 어디에 앉아서 가냐는 거다. 작년에는 조교쌤과 앞자리에 앉아서 같이 타고 갔었는데 그때의 그 불편함이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조교쌤이랑 같이 타야 될 것 같다. 아무도 나와 앉아주려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다행인 건 적어도 민규가 이 장면을 보지 않을 거라는 것과, 한솔이에게 이런 비참한 내 모습을 들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번에 빌린 버스는 총 2대로 1조부터 5조까지가 첫 번째 차, 6조부터 10조까지가 두 번째 차를 타게 되었으니까.
일단 5조 사람들까지 다 타고난 후, 그때 타야겠다는 심산으로 옆으로 살짝 빠졌다. 2조, 3조, 4조 사람들이 차례대로 올라타고, 5조 사람들이 막 타기 시작했을 때 차에 타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내가 이상했던 건지 전원우는 물었다.
"여주야, 안 타?"
"어? 어… 나는 좀 이따 타려고."
"왜?"
"ㄴ, 내가 멀미가 좀 심해서! 되도록이면 좀 늦게 타려고. 지금 히터도 빵빵하게 나오잖아. 속 울렁거릴까 봐…."
멀미는 개뿔. 살면서 멀미랑은 한 번도 친해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거짓말을 하는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갔지만, 전원우는 정말로 믿는 건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보지 마, 나 멀미 같은 거 절대 안 하니까…!
"멀미약은, 챙겼어?"
"그, 그럼…!"
"못해도 1시간은 걸릴 텐데…."
걱정을 해도 너무 해주는 전원우를 보자니 괜히 미안해져서 나는 괜찮다며 얼른 차에 타라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대충 다 탄 건가…. 조교쌤은 어디 계시지. 조교쌤이 타면 그때 뒤따라 탈 심산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열심히 쌤을 찾고 있는데,
"여기서 뭐 해?"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승철 선배의 목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빽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놀라서 내 심장은 쿵, 쿵 소리를 내며 도통 진정이 되지 않는데, 승철 선배는 격한 내 반응이 꽤나 웃긴 건지 뭘 그리 놀래냐며 피식 웃었다. 웃는 선배의 얼굴이 왜 이렇게 야속해 보이던지.
"왜 안 타. 1조는 벌써 탄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 탈 거예요…."
"나랑 같이 타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네?!!! 이건 또 뭔 소리야. 경악하는 내 얼굴을 보더니 선배는 이번엔 큭큭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아, 왜 웃어 진짜. 뭐가 그렇게 웃기다고. 뚱해져가는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 웃던 선배는 이내 내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장난이야, 장난. 그렇다고 그렇게 정색할 것까지야."
"아…."
"가자, 얼른."
아직 조교쌤 안 타셨는데… 조교쌤이 어디 앉을라나. 쌤이 어디 앉는지 알아야 내가 그 옆에 가서 앉지…!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승철 선배는 얼른 가자며 내게 손짓해왔다. 아… 망했다. 들어가서 어디 앉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질 때쯤,
"야."
이지훈이 불렀다, 나를.
그것도 갑자기 버스에서 내려서!
"…나?"
"그래, 너."
"어, 어? 왜?"
뭐야. 무섭게시리….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지훈을 보자니 자연히 움츠러들던 내 어깨. 으으, 뭐야. 나 이지훈한테 뭐 잘못했니…? 뭘 잘못하기도 전에 나는 이지훈이랑 부딪힌 게 없는데…? 승철 선배도 이 상황을 알지 못해 그저 우리 둘만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감에 입술을 꽈악 깨무는데,
"왜 안 타냐고."
"…어?"
"지금 우리 조에서 너만 안 탔어."
빨리 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버스를 올라타는 이지훈. 아니, 오늘따라 나 버스 안 타는 걸로 뭐라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정말 거의 울며 겨자 먹기를 하는 식으로 터덜터덜 버스에 올라타는데, 맨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있는 승관이가 보였다. 옆에 앉을 사람이 아직 오지 않은 건지, 아니면 혼자 앉아서 가는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옆에 자리가 비었냐고 물어보기라도 해보자 싶어 그쪽으로 직진을 하려고 할 때였다.
"야!"
그때, 내 손목을 잡던 누군가의 손.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 몸을 움찔하고 옆을 쳐다보니, 아까보다 한층 더 인상이 구겨져 있는 이지훈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디 가냐고, 니 자리는 여긴데!"
"…어?!!! 여기가 내 자리라고?!!!"
"그래."
…아니, 내 자리가 왜 네 옆자리인 건데…?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얼떨떨해서 이지훈만 바라보고 있자 이지훈은 얼른 앉으라는 듯이 눈짓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래, 뭐 일단 앉기는 앉는데…. 최대한 이지훈이랑 부딪히지 않게, 거의 의자 끝 쪽에 붙어서 앉는데 앞에서 나와 같이 통로 쪽 의자에 앉아있던 석민이가 갑자기 뒤를 돌더니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선배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어… 그게. 그저 말 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고 있을 때,
"야, 이거."
옆에서 나를 툭, 툭 치던 이지훈은 제 가방에서 뭘 꺼내더니 내게 건네주었다. 뭔가 싶어서 보니 그건 멀미약이었다.
"…이건 왜?"
"전원우가 약 있으면 너 좀 챙겨주래. 너 멀미한다며."
으으…. 이렇게까지 나를 걱정해주는 전원우를 보자니 진짜 뭔가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나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나중에 전원우한테 뭐 음료수라도 하나 사다 줘야겠다. 아, 이지훈한테도 하나 사줘야지. 전원우가 부탁을 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챙겨줬으니까. 혼자서 그렇게 다짐을 하며 나는 고맙다며 그걸 받아들었다.
"선배님! 혹시라도 속 울렁거리면 저한테 말해요!"
저한테 봉지 있으니까! 그것도 검은색으로!!! 부스럭거리며 뭘 뒤적거리나 했더니만 석민이는 이내 내게 봉지를 흔들어보였다. 어, 어… 그래, 고마워.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말하는 석민이를 보며 나는 고맙다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저 봉지를 쓸 날은 없겠지, 아마… 라고.
"…어, 선배님. 그거 선배님 거예요?"
석민이와 내가 말하는 걸 힐끔 쳐다보고 있던 혜지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응? 뭘 말하는 거지. 이해를 하지 못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혜지는,
"이거요."
하며 내 손에 들린 핫팩을 가리켰다. 아, 이거. 아직까지도 온기가 남아있는, 권순영이 주고 간 그것을 꼭 쥐고선 고개를 끄덕이자 혜지는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님- 저 그거 조금만 빌려주시면 안 돼요? 저 진짜 너무 손이 시려서…."
아… 그래! 뭐, 이제 어느 정도 손도 녹았으니까. 혜지에게 그걸 건네는 순간에도 나는 내가 너무 많이 써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혜지가 쓰기도 전에 금방이라도 식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됐었다. 손이 시리다는 애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야."
"…어?"
"도착하면 깨워."
이어폰을 꽂고 창문에 기대 잘 준비를 하는 이지훈을 보며 나는 곧 입을 다물어야 했다. 잠 잘 때 건드리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은 없으니까.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나도 조용히 노래를 들으며 가려고 하는데, 이런 내 맘도 모르는지 앞에서 석민이가 이지훈에게 자지 말라며 칭얼대려는 조짐이 보이길래 나는 얼른 앞에 보라고 손짓하며 그를 돌려보내야 했다. 제발 건드리지 마, 상대는 이지훈이라고!
"후우…."
한 건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나는 어느 순간에 스르르 잠이 들고야 말았다.
*
"야."
"……."
"야!"
어, 어! 아주 격렬하게 잤던 건지 이어폰은 내 귀에서 이탈한 지 오래였고, 그로 인해 뻥 뚫린 내 귓속으로 이지훈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발작을 일으키다시피 일어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이지훈은 얼른 내리라며 나를 닦달해왔다. 뭐야, 왜 벌써 내리는데…?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이미 차를 내리고 있었고, 그제야 도착했다는 걸 깨달은 나는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으으, 멍청이. 분명 이지훈이 도착하면 깨워달랬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리다니…! 급하게 내리느라 천장에 머리를 쿵! 소리가 나게 박아 아픈 와중에,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지훈의 시선은 덤이었다.
간단한 인원체크 후 승철 선배는 일단 펜션에 짐을 내려놓은 뒤 잠깐의 자유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일단 하나하나 펜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번에 잡은 펜션은 우리 과 남자들이 쓸 것 하나와 여자들이 쓸 것 하나, 총 2개로 아무래도 인원을 고려하여 큰 걸 잡다 보니 비좁거나 그런 건 없었다. 지금은 이렇게 남녀가 따로 들어가지만… 나는 이 펜션의 목적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남자, 여자를 구분하여 잡은 이 펜션들이 밤에는 술을 마실 사람들과, 잘 사람들을 나누는 그런 것들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아마 후자에 속하겠지.
구석에 짐을 풀어놓고 벽에 기대앉아있는데, 내가 요즘 민규랑 잘 지내서 그런지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아싸였다는 사실을. 여자 동기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서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으니까. 그것을 인식하자 다시금 느껴지는 외로움. 핸드폰을 들어 뭐라도 할까 싶었지만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에 나는 이내 그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아, 할 게 없네.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밖에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펜션을 나와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뒤쪽으로 산 길이 이어져있었다. 잠깐 저기라도 갔다 와볼까. 경사가 심한 편이 아니라 그런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그 길을 따라서 나는 그렇게 걷다가….
"……헉."
나무 아래서 풍경을 감상하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한솔이를 보자마자 나는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와… 진짜 미쳤다, 미쳤어. 또 햇살은 어떻게 알고 그를 비추는 건지 햇살을 받으며 이곳에 서 있는 한솔이는 마치 숲 속의 왕자님 같았다. 아… 진짜 잘생겼다. 언제 봐도 느끼는 거지만 얼굴이 정말 국보급이란 말이야. 다시 한 번 이 학교 국문과에 다닐 수 있게 해준 하늘에 감사해하고 그의 감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내려가려는데,
"어? 선배!"
…!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정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단지 목소리일 뿐인데도 미치도록 쿵쾅대는 이 심장을 어찌하면 좋을까.
"선배도 구경하러 온 거예요?"
"으, 응…."
"여기 진짜 경치 좋죠."
해사하게 웃는 한솔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이대로 있다가는 심장이 떨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아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뭘 확인하는 척하다가 잠깐 임원들 좀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한 후 이만 내려가보겠다고 말을 했다. 같이 내려갈까요? 라는 한솔이의 말에 나는 아니라고, 됐다고 손사래를 치며 그가 따라오기 전에 후다닥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심장 아파 죽겠다, 죽겠어. 어떡하면 좋아…! 솔직히 그와 더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내가 어떻게 그래…. 만약에 같이 있는 걸, 그것도 산 속에서 같이 있는 걸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그 뒤에 올 후폭풍은… 어우, 생각하기도 싫다. 우리 과에는 한솔이의 추종자가 많았거든, 그것도 엄청. 그냥 잠깐이라도 이렇게 마주칠 수 있었다는 것에 나는 만족할 뿐이었다.
"여주야!"
"응?"
이제 할 것도 없고 다시 펜션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는데 그 순간 전원우가 나를 불러왔다. 뭐지? 그를 바라보자 전원우는 지금 펜션에 들어가는 거냐며, 들어가면 한 10분 후에 모두 데리고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 왜지. 우리 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묻는 내게 전원우는,
"우리 게임해야지."
…라고 말해왔다. 아, 맞다. 도착하면 조끼리 게임한댔지.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벌써부터 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해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푸욱 쉬었다. 나는 정말 게임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지면 또 욕 먹겠지, 에휴. 그런데, 우리 무슨 게임하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게임한다고만 말해줬지, 별다른 공지가 없었던 터라 그에게 물으니 전원우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젯밤에 승철 선배가 공지해줬는데, 못 봤어?"
"…공지?"
어제 온갖 생각에 너무 떨려서 그냥 자버렸는데…. 그 뒤로 와이파이든 데이터든 아무것도 안 켜서 그런지 카톡 온 줄도 몰랐나 보다. 나는 몰랐다며, 뭐냐고 다시 물으니 전원우의 입에서는 아주 절망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피구."
"…피구?"
"응. 근데 그냥 피구는 아니고 짝피구."
…아,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울고만 싶었다.
*
전원우가 부탁한 대로 10분 정도가 지나서 모두들 밖으로 모여달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과 사람들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나는 또다시 혜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가 돼가지고 굉장히 쪽팔린 일이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혜지가 말을 하면 더 듣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선배님들, 그리고 동기들 모두 밖으로 나와주세요!' 라는 혜지의 말에 여자 선배, 동기, 후배들은 차례대로 펜션을 나가기 시작했다. 아…. 뭔가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게임은 조교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준 거라고 한다. 우리 과 사람들의 친목을 좀 더 다지고 싶다나 뭐라나…. 그런 거 안 해도 이미 다들 친해 보이는데 왜, 굳이! 이런 걸 해야 되냐고요!!! 그것도 짝피구라니!!! 누가 나랑 짝을 해주겠냐고…. 아, 그냥 아프다고 빠질까.
"아, 그런데 우리 조는 7명이잖아."
마침 들려오는 희원 선배의 말에 내가 빠지겠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 현석 선배는 배가 아파서 도저히 못 뛰겠다며 자기가 빠진다고 훽 나가버렸다. 아… 안 돼요, 선배님. 제가 빠져야 되는데…. 하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망했다, 어떡하지.
짝피구를 하면 아무래도 인원수가 반으로 줄어들다 보니 조교쌤은 두 조씩 묶어서 게임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미리 준비해온 제비를 막 섞던 조교쌤은 그중에서 두 개를 뽑았고, 그 두 종이에 적힌 조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1조, 5조 한 팀!"
어? 5조? 익숙한 조 이름에 뒤를 돌아보니 전원우는 나를 보며 피식 웃고 있었고, 옆에 승관이는 저희 같은 조 됐다며 방방 뛰고 있었다. 하… 그나마 다행이다. 저 둘이 있는 조랑 같은 팀이라서. 조교쌤은 그 뒤로도 막 뽑아 2조와 8조, 3조와 9조, 4조와 7조, 6조와 10조가 한 팀임을 말해주었다. 다섯 팀이다 보니 각 조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었는데, 4조와 7조가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아, 우리가 부전승이었으면 조금이라도 게임을 덜 했을 텐데… 아쉽다.
"아까 두 번째로 이긴 팀이 어디였지?"
"6조랑 10조 팀이요."
"자! 너네 누구랑 붙을래?"
……?! 아니, 대결 순서를 이렇게 정하는 겁니까? 조교쌤의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전에,
"저희 1조, 5조 있는 팀이요!"
손을 번쩍 들곤, 나를 보며 소름 끼치게 웃고 있는 김승민을 보자 나는 정말 도망치고 싶어졌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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