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 넋
상상이라도 해 본 적 있어?
옛날에 혼자서만 짝사랑했던 아이가, 몇 년 후 연예인이 되어서 만인의 짝사랑 상대가 되어 버리는 일.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8년 전이었어. 그 아이와 내가 14살 때.
그 아이의 이름은 변백현이고, 사교성이 뛰어나서 남녀 가릴 거 없이 모두와 친했던 아이였지.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더라.
어느 순간부터 백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그래, 좋아하게 돼버린 거야.
하지만 나는 그때 나 자신의 외모에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백현이 곁으로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어.
주변에 예쁜 친구들이 많았던 백현이가 혹시나 내 모습을 보고 싫어하진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내가 짝사랑하는 3년 동안 백현이는 여러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난 그 모습을 봐도 혼자서 속앓이 할 뿐, 그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어.
3년 동안 난 백현이의 생일, 혈액형, 사귀었던 여자친구들, 고백받은 회 수 등 모두 다 알게 됐는데.
정작 백현이는 내 이름. 아니, 내 존재도 모르는 듯 싶었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고,
서로 다른 학교로 배정받으면서 나는 더 이상 백현이를 보지 못하게 됐지.
그리고 지금 22살이 된 백현이는 현재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EXO가 되어 나타났어.
전에 백현이가 큰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었다는 소릴 듣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데뷔할 줄 몰랐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이렇게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어.
원래도 멀었던 백현이었는데, 지금은 더 멀어진 거 같아서.
백현이를 보고 열광하는 주위 애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남몰래 씁쓸한 웃음을 짓곤 해.
전에는 두려워서 다가가지 못했다면, 지금은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어 백현이는.
이제는 내 존재와 내 마음을 알려도 백현이에게 난 그저 한낱 수많은 팬들 중 한 명이겠지.
내가 제일 먼저 좋아했는데. 나 혼자만 좋아했었는데. 철없다고 생각될지는 몰라도 서러운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조금이라도 용기 내 볼 걸.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 대화만이라도 해 볼걸.
수 없이 후회해 봐도 변함없는 현실에 난 오늘도 축 처져 눈물을 참았어.
그때 소파 위에 두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짧게 울렸어. 문자가 온 듯 싶었어.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친구 수정이었어. 문자 내용은 달랑 링크 하나만 있었을 뿐이고.
뭔가 싶어서 링크를 누르자, 핸드폰 화면에 뜬 곳은 다름 아닌 음반 판매 사이트였어.
내게 이 사이트를 보내준 의도가 궁금해 수정이에게 전화를 걸자,
곧바로 들뜬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 ○○○! 내가 보내준 링크 봤어?
"아니, 이게 뭔데?"
- 엑소 팬싸 당첨자 명단! 너 당첨 됐다고!
"그게 무슨소리야?"
수정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어.
근처 지역에서 엑소가 팬싸인회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응모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 수정이는 동명이인을 보고 오해 하고 있나 봐.
"나 응모도 안 했는데?"
- 아니, 내가 이번에 앨범 10장 사서 응모권 한 장에는 너 이름써서 넣었어!
"어?"
- 너 항상 엑소 볼 때마다 보고싶어 죽을 표정 하면서 정작 공방이고 행사고 아무 곳도 안 가니까 보는 내가 어지간히 답답해야지.
"…아."
- 야 그건 그렇고 9장 응모한 난 안 됐는데 왜 한 장 응모한 네가 되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것도 내 이름 쓸걸.
근데 넌 어찌 별로 안 기뻐 하는 거 같다? 라며 장난스런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대꾸할 수 없었어.
팬싸인회에 가서 백현이와 마주보고 얘기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왔을 뿐이야.
…5년 만에, 백현이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어.
*
현실 자각 타임. 팬들의 심정이 딱 이해가 가더라.
엑소가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웠어. 그게 또 너무 커서 나는 잠시 귀를 막았어.
그리고 새삼 아, 지금 백현이의 인기가 이만큼 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지.
"안녕하세요 EXO 백현입니다!"
항상 멋졌지만, 오늘 백현이는 내게 더욱이 멋져 보였어.
팬들을 둘러보며 웃어주는 백현이의 모습이 옛날 백현이의 모습과 겹쳐 보였어.
그 모습에 나는 또 넋 놓고 백현이를 바라봤어.
예나 지금이나 웃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
어느덧 싸인이 시작되고, 점점 다가오는 내 차례에 온몸이 떨려왔어.
"이름이 뭐에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이름이 뭐냐고 묻는 백현이의 모습을 빤히 보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요…."
"…어?"
내 이름을 들은 백현이가 싸인하다 말고 곧바로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어.
날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 덕에 부끄러운 난 눈을 내리깔며 계속 시선을 회피했지.
"저, 혹시…"
"빨리빨리 이동하실게요."
무언가 말하려는 듯 한 백현이의 목소리가 경호원에 의해 묻혀버렸어.
난 빨리 가라며 떠미는 경호원 덕에 어쩔 수 없이 옆으로 이동했고, 그런 날 따라 움직이는 백현이의 시선이 느껴졌어.
다른 멤버의 싸인을 받다 말고 곁눈질로 백현이를 쳐다보자,
아직까지 날 보고 있었던 건지 때마침 눈을 마주친 백현이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살짝 웃으며 내게 말했어.
"앞으로 자주 와요."
저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사실 이거 2개월 전에 올렸던 건데 다시 연재하려고 보니까 삭제되어서 다시 올려요. 텍파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심장 떨어질 뻔..ㅠㅠ 그때 예쁜 댓글 적어주신 분들 진짜 많았었는데ㅠㅠㅠㅠ 너무 아쉬워요 엉엉. 그나저나 텍파 켜서 다시 보는데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이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글.. 차마 더 손댈 수 없을 만큼 최강 오글..ㅎ 차라리 그냥 삭제된 게 다행이었나요.....? 그래도 올렸었으면 다음 화는 계속 이어 가야죠! 그쵸 여러분? ㅎ.... 그렇다고 믿고, 그럼 다음 화에서 뵈어요 여러분~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