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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면씨, 이번에 안드로이드 기록건을 맡아주겠어?"
"예?"

 

 

 


난데없이 평소와같은 무심한 얼굴로 내게 하얀 종이뭉치들을 내미는 크리스의 행동은 내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보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나 오늘 아침 먹었어.' 와 같은 일상적인 대화 같은 어투가 중요한 내용을 중요한 내용이 아니게끔 하였다.

오늘 아침에 할 말이란 게 이거였나. 나는 속으로 크리스의 10분 뒤쯤에 할 이야기가 있으니 연구실로 와요. 라는 말에 알았다며 바보같이 대답한 나를 원망했다.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였고 하얗고 네모난 탁자 밑, 무릎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차가운 내 손을 꼼지락거렸다. 고개도 숙이고 꼼지락거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자니 안 그래도 온통 하얀 세상이라 썰렁한 연구실에 정적이 쌓였다. 크리스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은 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자신만의 편한 자세를 취했다.

 

 

 

 

"어... 그러니까 음..."

 

 

 

 

계속 의미 없는 대답을 했다. 크리스는 자신에 손에 들려있는 펜을 여러 번 휙휙 돌리더니 뭔갈 종이 뭉치 제일 윗장에 있는 곳에 적기 시작했다. 나는 크리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피했던 시선을 흘끔 종이 위로 돌렸다. [M-0412]라고 쓰여 있는 일렬번호를 나는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크리스가 말하는 안드로이드의 제작 날짜일 것이다. M이라고 정리된 걸 보면 남성모양의 안드로이드. 나는 그 일렬번호에 숨이 턱 하니 막혔다.

 

 

솔직히 무서웠다. 안드로이드, 인간과 동일한 형태의 로봇으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군사적 목적, 인간의 더 나은 여가생활 도우미.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크리스는 전자를 중점으로 두고 만들었지만.

그것을 크리스는 몇 년 전부터 안드로이드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그가 직접 만든 안드로이드들의 행동거지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연구소 직원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연구원들 몇 명이 관찰기록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크리스가 만든 안드로이드들은 난동을 피우거나 연구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연구원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였기에 아무리 크리스가 쉬쉬해도 들을 수 있던 건 다 들을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크리스가 내게 제안한 관찰기록을 더더욱 망설이고 있었다. 혹시라도 안드로이드가 나를 해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걱정 마, 이번 안드로이드는 오류가 없을 거란 걸 확신해."

"..."

"공격성, 민첩성, 폭력성. 모두 테스트해봤지만 모든 게 정상수치에서 벗어났어. 한 마디로 군사적 목적으로는 쓸모없는 쓰레기란 소리야."

 

 

 

 

 

한숨을 쉬며 종이 뭉치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크리스의 얼굴은 아까와 같은 무심한 얼굴이 아닌 어두운 표정이었다.

분명 자신의 목적과 다른 '불량품' 이 탄생했기에 불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는 폐기하려 했는데 위쪽에서 여가 목적으로 다시 재조립하라는군."

"그렇습니까."

"결국 몇 가지 프로그램을 손봐서 만든 게 0412라네."

"그런데 왜 그런 걸 저에게..."

 

 

 

 

 

나는 조심스레 크리스에게 질문하려다 날카로워진 크리스의 노려봄에 기가 죽어 다시 이어져가는 크리스의 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내가 남들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한 준면씨에게 군사 목적의 안드로이드 관찰 기록을 맡기지 않아."

"아... 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런 거라도 맡기는 거야."

"네..."

 

 

 

 

 

대놓고 무시하는 느낌의 말에 나는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억지로 웃자 입꼬리를 부들부들 올리자니 입에서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어 보기도 했고 어떻게든 내 앞에 저 허여멀건한 기분 나쁜 상사를 쳐버리고 싶은 욕구를 끌어내렸다.

크리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종이 뭉치 맨 윗장에 계속 기록해 나갔다. 이제는 그런 것에 흥미도 떨어졌고 크리스가 내 의향을 물어봤다고는 해도 이미 나로 확정되었을 것이 뻔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모두 거부했겠지. 그 많던 연구원들이 한번 안드로이드 관찰기록을 한 번씩 맡더니 꾸준히 다니던 몇몇조차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크리스에게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크리스는 그제야 겨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뭉치를 내 쪽으로 밀어 넣었다. 읽어봐. 낮은 음성이 떨어지고 크리스는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연구원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투명한 유리로 뒤덮인 연구실을 둘러봤다. 그리고 연구실 체크를 눈치껏 점검하곤 자동문에 지문인식을 하고 연구실에서 빠져나갔다.

크리스가 빠져나간 연구실은 평소와 다르게 더욱 커 보였다. 내 부담감이 연구실을 크게 만들었을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양옆으로 절레절레 저으며 한 장 한 장 천천히 종이뭉치들을 가지런히 놓고 넘겼다.

 

 

 

 

 

 

1장

 

안드로이드들은 군사 목적, 인간의 더 나은 여가생활 도우미. 이 둘의 목적으로 나뉘게 된다.

 

2장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로봇이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3장

 

안드로이드들은 어디까지나 로봇이기에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한다.

 

.

.

.

(중략)

 

20장

 

안드로이드가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그 안드로이드는 즉시 폐기처분한다.

 

 

 

 

 

 

 

종이를 하나하나 무심히 넘겼다. 이제 반절 정도 넘겼지만, 반까지는 몇십 년 동안 연구소에서 일해온 내게는 뻔한, 아주 기초적인 안드로이드 소개사항이었다.

그리고 10장쯤 넘겨서야 겨우 내가 아까 외운 일렬번호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종이가 나왔다.

[M-0412]

종이에 크고 굵게 새겨진 이름에 나는 속으로 울고 싶었다. 아무리 크리스가 여가 목적으로 재조립했다 하지만 언제 그것이 오류를 일으켜 내게 돌진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아까보다 더한 짙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손으로 드디어 M-0412(이하 0412)의 설명서로 추측되는 종이를 넘겼다.

 

 

 

M-0412

폭력성, 민첩성, 공격력, 의지력 등 모든 면에서 테스트해 보았지만 결국은 군사 목적으로 쓰기엔 쓰레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0412를 폐기처분 하려 했지만, 상부에서 비용이 아깝다는 하찮은 이유로 여가 목적의 안드로이드로 0412를 재조립했다.

결과는 군사 목적으로는 쓰레기였지만 약간의 성격이 조용한 여가 목적의 안드로이드가 조립되었다.

여가 목적의 안드로이드는 나로선 처음 시도해보는 연구였으나 결과는 나름의 만족으로 끝나게 되었다.

 

 

 

1.

0412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조용한 곳에서 독서로 결과 났다. 하얀 연구실에서 다른 안드로이드들은 폭력적으로 내보내 달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0412는 차분한 성격으로 옆에 놓인 여러 물건 중에 가장 두꺼운 철학서적을 택하였다.

 

2.

0412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앞서 위 항목에서 조용한 독서를 택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3.

0412는 다행히 초반 여가 목적 테스트에서 후한 결과를 받았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나로선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감정을 가졌다면 한 번의 재조립의 결과를 거치거나, 폐기 순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4.

0412의 프로그램은 한차례 높은 고 사양의 프로그램을 심어주었다. 느릿한 몸동작으로 천천히 눈을 끔벅이더니 유창한 언어를 구사했다.

 

5.

0412는 약 4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상으론 2개의 언어를 할 수 있게 했지만 0412는 프로그램에는 없는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이 항목은 관찰기록을 맡게 된 연구원에게 결과를 요구할 것이다.

(프로그램상으론 한국어, 미국어를 가능하게끔 해놨으나 0412가 테스트 동안 구사한 언어로써는 한국어, 미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하다.)

 

 

.

.

.

 

 

 

이 외에도 약 서른 개 정도 더 있어 보이는 설명서에 나는 지겨워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또한 크리스의 매우 주관적이 생각이 깃들어 있는 테스트기간 기간의 기록문은 내게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며 시계를 무심코 확인한 나는 화들짝 놀라며 종이뭉치를 다시 원 순서대로 정리했다. 그리고선 크리스와 같이 투명한 유리가 둘러싼 연구실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시선을 그보다도 더 위쪽으로 올렸다. 보이지 않게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아마 그곳에는 0412가 있을 것이다.

크리스는 내일 오후 3시쯤 출근하라고 하였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복잡해져 있을 연구원을 크리스의 방식대로 나름 배려한 듯 보였다. 나는 눈을 느리게 감고 아파진 관자놀이를 슬슬 문지르며 크리스와 동일한 지문인식 방법으로 연구실에서 나왔다.

한쪽 옆구리에는 두꺼운 종이 몇십 장이 이루어진 종이뭉치를 끼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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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ㅏㄺ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정을 갖게되면 폐기한다구여?ㅠㅠㅠㅠ 안되여ㅠㅠㅠ 준면아 도망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와 진짜 소재 짱졸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감정을느끼면 폐기쳐분한다니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3
와 소재 진짜 짱짱이네요!!!!ㅠㅠㅠㅠㅠㅠ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신알신하고 가요~~
10년 전
독자4
소재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 갈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독자6
우와 신알신하고가요 기대기대ㅎㅎ
10년 전
독자7
감정을느끼면폐기처분이라니...암호닉신청해도되나요?
10년 전
징크스
네♥암호닉은 저야 감사하죠ㅠㅠ
10년 전
독자8
소재짱이내요ㅜㅠㅜㅠㅠㅠㅠㅠㅠㅜㅠㅜ감정을느끼면안되는재ㅜㅠㅜㅠㅠㅠ폐기처분이라니ㅜㅠㅜㅜ준면이랑행쇼해야되는데ㅜㅠㅜㅠㅜㅠ앞으로도좋은스토리기댜할게요!!
10년 전
독자9
응아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정을느끼면폐기처..분..이라고요..?안돼ㅠㅠㅠㅠㅠㅠ그냥행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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