どきどき ; 도키도키
세번째 이야기.
"어? 선배!"
"어딜 그렇게 다녀와."
"저 친구랑 뭐 좀 먹고 오느라... 혹시 정호석 기다려요? 얘 왜 안나오지."
"아니. 너 보러 왔어."
나? 나를 보러왔다고?? 아... 친구 소개시켜 달라고 오신건가? 터덜터덜 몸을 축 늘이고 집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윤기 선배가 벽에 등을 기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히 우리 오빠인줄 알았는데 그게 나라니. 선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맑게 웃더니 날 끌고 간다. ;; 존나 당황해 '어디가요?' 라고 물으니 '나 농구하는 거 좀 봐달라고.' 하신다. 아니 저건 또 무슨 소리람. 농구하는걸 봐달라고? 같이 농구해 줄 정호석은 집에서 배 긁고 있을텐데. 아아 이렇게 공원까지 가시는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보다. 더 물으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닥치고 끌려다녔다. 나 옷도 못 갈아 입었는데...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집 앞 공원과 농구장. 농구 골대 앞 벤치에 날 앉히고 교복 치마를 가만히 보시더니 입고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내 무릎위에 올려주신다. 가만보면 민선배는 참 다정한 것 같단말야. 정호석한테 하는 거 보면 쿨하고 막 대하는 것 같은데 여자한테는 다정하고 친절한 스타일이신 듯 하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윤기 선배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골 넣으면 난 박수치는 걸 한 시간을 반복했더니 내 옆으로 와 쓰러지는 선배. 아니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멋있다. 미래 윤기선배 여자친구는 참 좋을듯... 숨이 차는듯 헉헉 쉬며 힘들어 하는 윤기 선배를 보다 가방 안에 있던 포카리가 생각나 꺼내 따드렸더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윤기 선배.
"드디어 나도 이거 받는거야?"
"네?"
"너 이거 전정국 때문에 갖고 다니잖아. 걔 포카리만 마시니까."
와. 무슨 정호석도 아니고 어떻게 저걸 다 알고 계시는거지. 분명 정호석이 말했다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하긴 내가 전정국 좋아하는걸 모르는 사람은 전정국밖에 없을 듯 하다. 하긴 하다 못해 우리 아버지까지 알고 계시니...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잘 마실게."
"네... 선배도 저한테 많이 사주시잖아요. 별거 아니죠 이건."
"내가 왜 그럴거 같은데."
"예?"
돌직구 좋아하시네. 아... 친구 소개해달라는걸 저렇게 말하실 줄이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 말을 막 더듬으니 선배는 재밌는듯 꺄르르 웃으시며 포카리를 꿀꺽꿀꺽 마신다. '희연이는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겨서... 수정이는 없어요! 애 괜찮아요 착하고 예쁘고 재미있고. 부모님이 사알짝 엄하신데... 그래도,' 라고 말하니 '얘 뭐라니' 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신다. 이게 아닌가? 눈을 껌뻑이며 이게 아니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란다. 그럼 뭐야. 난 당연히 이건줄 알았는데.
"탄소 이제 전정국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
"아... 해야지 하면서 못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제가 많이 좋아하나봐요."
"내가 도와줄까?"
"네?"
"내가 도와줄게."
사실 아까 길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난 언제까지 전정국을 좋아할까. 고백이나 해볼 수 있을까. 고백했다가 차이면 어떡해. 얼굴도 못 들고 다닐거 아냐. 밤에는 고백해야지 다짐하고 아침에 막상 정국이 얼굴을 보면 자신감이 사라져 포기하는게 어쩌다보니 요즘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가 내 연애도 못 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는 거 아냐? 교복입고 놀이공원 데이트 하고 싶었는데... 전정국을 포기하는 걸 도와주겠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그래도 그걸 하루 아침에 포기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그럼 어떻게 도와주실거예요?' 라고 물으니 웃으며 내 손을 잡는다.
"이렇게 도와줄게."
당황스러움의 연속.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시더니 다시 집으로 가자며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신다. 이게 무슨 일이람... 집에 도착할 때 동안 아무 말 없으시더니 막 집 앞에 다다르자 '당장 그러자는 거 아냐. 너가 전정국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한번 생각해 봐.' 라고 하신다. 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식탁 앞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정호석이 보였다. '여어 히사시부리~' 라며 날 보지도 않고 대충 인사하는 정호석의 앞에 의자를 끌어 앉았다.
"한입만 안돼. 나 여기다 침 다 뱉었어."
"야 있잖아, 윤기 선배가 나 전정국 좋아하는거 세세하게 다 어떻게 알아?"
"걔 맨날 나한테 물어보니까."
"설마 그 선배 나 좋아해?"
"그걸 지금 알았냐? 븅신아냐 이거."
"아 씨발 그걸 왜 말을 안해!!!!!!!!!!!!!"
"와 지가 몰라놓고 오빠 탓하는 거 봐라. 야? 나 너보다 1095끼 더 먹었어. 아, 아니다. 너 하루에 6끼 먹잖아."
"개새끼야, 아 존나 짜증나 정호석 아!!!!!!!!!!!!!!!!!!!!! 뭐 그래서...언제부터 나 좋아했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니가 직접 물어봐."
다 알고있었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한 정호석이 존나 미웠다. 그럼 윤기 선배는 내가 정국이한테 맨날 포카리 주고 썬크림 주고 체육복 빌리러 가고 한 것도 다 알거아냐... 절망스러워 머리를 쥐어 뜯고 바닥에 쓰러졌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나란 미련한 존재를 왜 좋아해주시는 걸까. 날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왜 좋아하게 됐는지 너무 궁금하지만 막상 물어보려니 너무 민망하다.
라면을 다 먹은듯 라면 국물을 싱크대에서 버리고 설거지를 하던 정호석이 날 존나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도 내가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몰랐어.
"그래, 어차피 너한테 말하려던 참인데. 그냥 전정국 포기해."
"왜 너까지 지랄이야... 너가봐도 나 한심해?"
"응.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치..."
"민윤기 속으로도 너 존나 챙겨. 겉으로도 그러지만 애새끼가 표현을 못해서 그래. 한번 만나봐. 하자는대로 좀 하고."
내가 정국이를 좋아하고 앓아도 아무말 않던 정호석까지 포기하라고 할 정도면 말 다한거지. 라면을 다 먹고 별로 나오지도 않은 배를 통통 두들며 소파위에 앉아 게임을 하는 정호석 옆에 가방을 던져놓고 드러누워 말을 건넸다. '선배 나 왜 좋아하신대?' '그걸 어떻게 아냐. 나도 너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존나 못생기고 많이 먹는데.' 아오 씨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키득키득 웃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는 정호석에게 발차기를 날리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심란하네. 언젠가는 포기해야 된다고 느꼈지만 그게 지금일줄이야. 고백 한번 못 하고... 그래. 차라리 까이는 것보단 친구 사이로 남는 게 낫겠지.
민윤기 선배
오후 08:02 선배 잘 들어가셨어요?
카톡도 보내주네 오후 08:02 역시 너 기다리기 잘했다 오후 08:02 나 잘 들어갔어 오후 08:03 너는 오후 08:03
오후 08:05 저는 뭐 선배가 배웅해주셔서... 오후 08:05 저는 진짜루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08:05 선배도 오빠로 고치면 안돼? 오후 08:06
오후 08:10 아 오후 08:10 아... 오후 08:10 네 고칠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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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할말이 없다... 사실 평소에도 얼굴 보고 인사만 하지 따로 연락을 한다거나 밥을 먹은적은 없는데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나서는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지게 됐다. 선배한테 하고 싶은 말은 무척 많은데 그걸 다 하기에는 민망하고 선배는 또 칼같이 답장해주시고... 아예 채팅창에서 나가지 않는듯하다. 그래도 아까 선배의 말에 답을 하고자 카톡을 했는데 또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민윤기 오빠
오후 08:10 네 고칠게요ㅎㅎ 오후 08:13 아 저 할 말 있는데... 오후 08:15 아까 말하신 그거 말이에요
너무 신경쓰지마 오후 08:15 너 부담주려고 할말 아니니까 오후 08:15
오후 08:17 언젠간 그만두려고 했는데요 뭐ㅎㅎ 오후 08:17 천천히 멀어지려구요 오후 08:17 어차피 같은반도 아니고... 오후 08:18 아직 정국이 많이 좋아해서 시간은 좀 걸릴것같아요
괜찮아 오후 08:18 내가 최대한 줄여줄게 오후 08:18 걱정말고 오후 08:18 그냥 나만 믿어 오후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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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히 썼다. 아아아아 그냥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면되지 [아직 정국이 많이 좋아해서] 를 왜 넣었을까. 그리고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정탄소가. 시혁고 공식 전정국 덕후 정탄소가. 전정국을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알게 모르게 선배의 말이 믿음이 갔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존나 잘했다. 진짜 존나 잘했다 정탄소."
"그래. 사실 니말고 다 알았어 윤기선배가 너 좋아하는거."
"뭐? 너네도 알았는데 모르는척 나 농락했냐?"
"무슨 그게 농락이야~ 니가 븅신같이 모른거지."
얘네도 다 알았댄다. ㅅㅂ 나 혼자 몰랐다고. '이렇게 존나 한심한 날 왜 좋아하겠어. 당연히 정수정을 좋아하지.'라고 생각했던게 큰 오류였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름 시혁고 킹카 민윤기 인데... 방금 한 말은 취소. 존나 오글거리네.
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이었다. 나 혼자 모른거지. 이젠 어떻게 마주쳐야할지 막막했다. 막상 선배가 날 도와준다 했어도 과연 내가 포기할 수 있을까 싶고... 머리를 부여잡고 아침부터 메론빵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희연이 등에 기댔다. 분명 좋은데... 과연 그 선배가 내 사람이 맞을까. 아직 선배 주위에는 진정 착하고 예쁜 사람이 없는게 아닐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버려지는게 아닐까. 사귀지도 않는데 이상한 생각이 몰려와 쓰나미처럼 내 머릿 속을 덮쳤다. 아아... (사실 다 개소리
그래. 전정국 보러가면 안되겠다. 전에는 거의 알람처럼 아침 조례가 끝나면 7반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안부인사를 건네는 나였다. 몸상태는 어떤지 물어보고, 그 정국이 오라버니는 잘 지내시는지 가끔씩 물어보는게 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일이 없으니 7반 아이들에게는 아마 희소식이겠지. 시끄럽게 지랄대던 애가 없어지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뇌를 다 파악한 수정이는 '선배나 보러가. 괜히 7반가지 말고.' 라며 쐐기를 박았다.
"정탄소!"
"?"
"오셨네."
익숙한 달달한 보이스... 야아 우리 멀어지기로 했잖아... (물론 나혼자) 일부러 이젠 찾아가지도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그토록 원했던 순간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더니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오는 전정국이란. 정국이를 보자마자 정수정이 인상을 쓰더니 나를 일으켜 정국이 쪽으로 밀었다. '아직 기억하지.' 라며. 사실 정국이 얼굴만 보면 다 까먹을 것 같아...
"탄소야. 어제 집은 잘 들어갔어?"
"어? 어... 너도 잘 들어갔지?"
"오늘 아침엔 안 왔더라. 어제 밤에 카톡도 없고."
"으응... 잘 지냈지? 나 이만,"
"오늘 야자빼고 치킨 먹을까? 우리 둘이."
씨발 이게 뭐람... 일부러 맘 빼앗기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들리는 말에 대답만 했더니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려 하는 정국이다. 이런 행동 자제해줘 심장 아프니까... 심지어 우리 둘.이 치.킨을 먹자고 했다.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너의 데이트 신청은. 항상 내가 살게 같이가자 였는데. 쓴 웃음을 짓고 곤란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니 울망한 표정을 짓는 정국이다. 아 안돼... 그것만은 안돼..!
"같이 가자. 탄소 혼자 다 먹어. 응?"
K.O 패. 걍 나 뒈지라고 저런 웃음 짓나보다.
"존나 한심타. 윤기 선배랑 말한 거 다 잊어버렸냐?
"아 몰라... 말 꺼내지마."
"그래서 정탄소 오늘 야자 짼다고?"
"어. 청소만 하고 가게."
"오늘 석식 돈가스에 부대찌개인데. 걔 뭐 사준대냐?"
"치킨. 교촌 사달라구 해야지."
"한 열다섯마리 사달라고 해라. 걔가 너한테 얻어먹은게 얼만데."
지금보니 내 친구들은 정국이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정호석도 정국이 앞에서는 우리 아가, 귀염둥이라고 부르지만 속으로는 윤기 선배와 잘 되는걸 바라고 있고. '내가 좋아서 사주고 하는거지 뭘 얻어먹어. 지랄하지말고 소세지나 하나씩 더 쳐드세요.' 하며 각각 정수정, 안희연, 김태형의 식판에 소세지 볶음을 얻어주니 좋아서 날뛴다. 고딩이라 그런지 참 활기차다.
'오늘은 축구 보러가지마.' 김치볶음밥을 퍼 먹는 희연이의 말이었다. '그래. 윤기 선배나 보러가자.' 김태형까지 맞장구를 쳐버렸다. 대충 그으래... 라고 대답을 하고 밥과 김치를 모두 몰아 버렸다. 그런 나를 보더니 셋 모두 날 외계인 보듯이 쳐다봤다. '정탄소 미쳤네, 미쳤어. 시위를 뭐 그렇게 하냐?' 입맛이 없는걸 어떡해. 솔직히 땀 흘리는 정국이가 조금 보고싶었다.
밥을 다 먹고 쭈쭈바를 한개씩 물고 농구장으로 들어섰다. 농구복을 입고 농구하는 농구부 선배들이 보였다. 윤기 선배 어딨지? 그래도 아는 척이라도 해야지. 내 손에는 포카리 말고 파워에이드를 건네주라며 친구들의 성원에 강제로 구매한 이온음료까지 들려있었다. 어, 저기 정호석이 있으니까 그 옆에 윤기 선배가...
나와 눈이 마주친 오빠와 대충 손 인사를 하고 옆에 윤기 선배를 보는데... 나와 눈이 몇 초간 마주치자 웃는 선배였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안 설렐 줄 알았는데 설렜어요...
(타사이트 연재하던 글 맞습니다.)
오타 앞 뒤 안 맞는 문장 띄어쓰기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글을 즐겨쓰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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