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야, 너무 예쁘다." "우리 아기 정말 예쁘지... 우리 아들이야." "네가 제일 예뻐. 고생했어, 탄소야.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우리 정말 잘 살자." 애기 아빠 민윤기 1. "아빠! 찬이랑 노라주세요!!" "...아빠 깨꼬닥" "이러나요! 찬이랑 꼭꼭 숨어라 해주세요!" "찬. 너희 아부지 피곤해." "아!! 부!! 지!! 찬이 심심해요!! " "알았어, 알았어... 그만 쉿. 지금부터 아빠랑 동물 놀이를 할 거야." "동물노링? 어흥?" "누가 누가 더 동물 흉내 잘 내나 대결하는 거야. 자신 있지?" "네!! 유치온에서 차니 일등이에요!!" "그래, 찬이는 어흥 하고 아빠는 곰처럼 코오 할게. 지금부터 시작이다?" "... 아부지? 압빠?? ...아빵??"
"아부지!!! 흐아, 아앙!! 아부지이...!" 2. "민 찬!! 엄마가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나 기분 좋게 퇴근한 윤기는 들려오는 큰 소리에 탄소가 좋아하는 에그 타르트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오늘은 또 저의 사랑스러운 아들이 무슨 사고를 쳤길래 쉽게 화를 내지 않는 탄소가 단단히 화가 났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조막만 한 아들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눈꼬리에 눈물방울이 가득 맺혀있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겠구나 싶어 안방에 재킷을 아무렇게나 휙 던져놓고는 아들과 탄소에게 다가갔다. 화가 나서 남편이 보이지도 않는 건지, 보이지만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를 탄소가 꽤 속이 상한 듯 고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탄소야. 왜 그래." 그제야 남편의 인기척을 눈치챈 듯한 탄소가 살짝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올려 윤기를 쳐다보았다. 윤기가 탄소의 어깨를 감싸며 무슨 일이냐 묻자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먹이면서 탄소가 말했다. "...찬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우다가 먼저 때렸대. 아무 말도 안 하고 울기만 하니까 답답해서...!" "찬이가 친구를 때려?" "선생님이 보셨대. 왜 그랬는지 알아야 혼내기라도 할 텐데 물어봐도 아무 말도 안 해..." "탄소야. 일단 화장실 가서 세수 좀 하고 와. 내가 잘 타일러 볼게." 덩달아 훌쩍이던 탄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났다. 자신의 아들이 친구와 싸운 것도 모자라 친구를 먼저 때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랬을 때는 아무리 친구들과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다들 말하지만 여태껏 친구와 싸운 적도 없을 뿐 더러 어른들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단 한 번이라도, 장난으로도 예의 없게 누구를 때린 적이 없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친구를 먼저 때렸다니. 탄소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탄소에게서 전해 들은 윤기도 믿을 수 없는 얘기에 의문을 품었다. 제가 아는 아들은 아주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싹싹하기도 싹싹해서 사랑만 가득 받고 자란 아이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친구와 다퉜는지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 되어 윤기가 찬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 찬. 뚝 해. 울면 산타 할아버지 못 만나는 거 알지?" "....! 찬이 뚝 해써요오..."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은 안 주신다는 사실은 찬이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과 콧물을 소매로 쓱 닦아냈다. 그 후에도 훌쩍이는 찬을 겨우 진정시킨 윤기가 물었다. "착해. 이제 아빠한테 왜 그랬는지 얘기 좀 해줄래?" "태혀이가, 끕... 쩌버네 다 같이 춤 춘 날에... 엄망 안 왔다구 찬이 놀려써요... 하지 말라구 했는데 태형이가 쟈꾸..."
서러움이 배로 몰려오는 찬이가 다시 눈물을 흘리며 윤기의 품에 안겼다. 그럼 그렇지. 찬이가 이유 없이 친구랑 싸울 애가 아닌데. 다 같이 춤춘 날은 아마 학예회를 말하는 듯했다. 그날, 워낙에 바쁜 윤기는 시간을 내지 못해 탄소 편에 꽃다발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탄소가 예상치 못한 급하게 잡힌 회의에 참석하면서 본의 아니게 두 사람 다 학예회에 가지 못 했다. 일을 마치는 대로 유치원으로 달려온 탄소와 민기가 찬에게 엄마랑 아빠가 미안해, 라고 꼬옥 안아주자 찬이는 씩씩하게도 갱차나요! 찬이가 최고로 잘했는 걸!이라며 너스레를 떨어댔다. 그 덕에 별 탈 없이 지나갔는데 찬이의 친구가 찬이에게 학예회 얘기를 꺼낸 모양이다. 어린 마음에 가벼운 생각으로 찬이를 놀린 것이 찬이는 무척이나 속상했을 것이다. 저 혼자만 부모님이 못 오신 것도 서러운데 평소 찬이가 끔찍이 생각하는 엄마 얘기에 화가 나 친구를 때렸는데 친구가 펑펑 운 탓에 찬이가 때리는 것만 목격한 선생님이 찬이를 혼내니 얼마나 서러웠을까. 울먹이는 찬이의 말을 용케 다 알아들은 윤기가 찬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등을 쓰다듬었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탄소가 아이를 가지고 나서부터 찬이가 태어난 후까지 성격이 많이 바뀐 윤기가 능숙하게 찬이를 안아들고 찬이를 위로했다. 예전 같았으면 서툴렀겠지만 여자는 모를 남자들 간에 우정이라며 탄소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눴던 윤기는 어쩌면 탄소보다도 능숙하게 찬이를 달랬다. "태형이가 찬이를 속상하게 했구나. 찬이가 그래서 화가 났던 거지?" "네에... 아부지, 태혀이가 먼저 그래써요..." "하지만 찬아, 그래도 친구를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 "태태가 먼저 찬이를 화나게 했어두요...?" "그럼.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 나도 누구를 때리면 안되는 거야. 때리면 친구가 아야 하잖아." "네에... 잘못해써요오..." "그래. 이제부터는 그러면 안되는 거야, 찬아?" 윤기가 찬에게 따끔히 혼을 내며 달래는 와중에 진정이 된 탄소가 그들 옆에 다가왔다. 잘못했다고 폭 안기는 찬이에게 다시는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탄소가 찬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었다. "찬아. 그래서 이겼어, 졌어?" "야! 민윤기 너는 그런 걸 물어보고 싶냐?" "남자는 가오지." 가오를 내세우던 윤기는 가오는커녕, 기도 못 펴고 탄소에게 등짝을 후두려 맞았다. 3. 윤기가 모처럼 쉬는 날에 실컷 늦잠을 자는 중이다. 그 밖에서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탄소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윤기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국 해놨으니까 데워 먹고. 라면 먹이지 마. 응?" "걱정은... 알았어 빨리 가." "대답이 시원찮다? 라면 안된다. 알았지?" "알아서 한다니까..." 비몽사몽 정신이 없는 윤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다시 꿀 잠에 빠졌다. 그런 윤기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탄소는 시계를 보고는 급하게 집을 나섰다. 윤기는 걸걸한 목소리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끝으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우 씨, 몇 시야..."
어슬렁 어슬렁 안방에서 나온 윤기가 물을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12시가 다 되어갔다. 그럼에도 졸린 윤기가 하품을 쩌억 하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커튼을 쳐내니 비추는 밝은 햇살에 윤기가 자동 반사적으로 비속어를 읊조렸다. 머리를 긁으며 찬이의 방으로 들어가니 용케도 아빠가 오랜만에 쉬는 날인 것을 알았는지 기특하게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찬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 안 깨우고 뭐 했어." "으응, 곤룐이랑 놀고 그래써요." "잘 했네. 찬아, 배 안 고파?" "아부지 찬이 배고파요... 냠냠..." "조금만 기다려. 이 아부지가 엄마 요리로 꼬셨거든." 기상하자마자 크게 울려대는 배꼽 소리에 윤기가 한 손으로 가볍게 찬을 안아들고 거실로 나왔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찬을 쇼파에 내려두고는 뽀뽀로를 틀어주었다. 일단 큰 소리를 뻥뻥 쳐대긴 했는데 막상 부엌으로 들어오니 눈앞이 컴컴한 것이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잠시 자신만만하게 소매를 걷어올린 윤기가 가장 쉬운 계란 후라이를 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계란 두 알을 꺼냈다. 그리고 정확히 13분 후, 윤기가 어색한 웃음을 띄며 찬에게 물었다. "찬아. 오랜만에 짜장면 어때?" 짜장면을 배불리 먹고 야무지게 탕수육까지 해치운 부자는 증거 인멸을 위해 배달 접시를 재빠르게 치우고 나무젓가락까지 따로 버리는 치밀함까지 발휘했다. 우렁각시 노릇을 한답시고 서툴지만 빨래도 개어보고 청소기도 밀었는데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설거지까지 마친 부자는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운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달콤한 잠에 취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어록 소리가 들리고 탄소가 양손에 먹을거리를 잔뜩 든 채로 집에 들어섰다. 찬아~ 애정 가득한 목소리가 울렸는데도 기척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든 탄소가 거실 불을 켜니 쿨쿨 잠에 빠져있는 윤기가 보였다. 아니, 저 새끼가..! 밀가루 먹이지 말라니까! "민윤기! 일어나!" "... 씁, 탄소야 왔어...?" "내가 밀가루 먹이지 말랬지." "ㅁ, 무슨 소리야~ 밥 먹었어, 밥~" "짜장면을 드셨겠죠. 맛있게도 먹었나 보네."
"어무닝!♡" 탄소가 찬의 얼굴에 묻어있던 짜장 소스를 닦아주었다. 그제야 깨달은 윤기가 아... 하며 탄식했다. 아는 무슨 아야, 바보. "가끔은 일탈도 중요해, 여보." "평생 네 인생에서 일탈하게 해줘?" "아니, 사랑한다고." 4.
"야근할 땐 나 부르라고 했잖아." "됐어. 너 바쁜 거 뻔히 아는데, 뭐." "네가 부르면 안 바빠. 너한테 맞춰." "말은... 봉지나 똑바로 드세요." 일이 일찍 끝나서 퇴근이 빠른 윤기를 보자마자 배고프다고 까까, 까까 노래를 부르는 찬을 데리고 근처 편의점에 들러 찬이 좋아하는 과자와 맥주 몇 병을 계산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골목 끝에서 낯설지 않은 인영에 다가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탄소가 걸어오고 있었다. 탄소를 발견한 윤기가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린 찬에게 엄마라고 손짓하자 찬이 아이스크림도 나 몰라라 하고 탄소에게로 뛰어갔다. 엄망!! 그런 찬을 뒤따라가던 윤기가 탄소에게 밉지 않게 툴툴거리며 잔소리를 했다. 꼭 말을 안 들어, 김탄소.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누군가 탄소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 했다. 윤기는 누군지 알 수가 없었으나 대충 대화를 듣고 찬의 친구 어머니라는 걸 유추해냈다. 그리고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시선을 내리니 손을 꼼지락 거리며 윤기를 쳐다보는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찬이 태어나기 전부터 내심 딸을 원했던 윤기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보기 좋게 올라갔다.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 윤기가 이름 뭐냐고 묻자 아이는 처음 보는 아저씨가 무서운 눈치였지만 김지수요...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그런 윤기의 눈엔 지수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잠시 후, 간단히 얘기를 나눈 두 가족은 또 보자는 인사를 끝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윤기의 머릿속은 아까 마주친 어여쁜 꼬마 아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앉아 tv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탄소가 윤기의 눈 앞에 손을 휘휘 저어도 윤기는 한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윤기는 찬이 양치를 시키는 와중에도 제정신이 아니었고 찬이를 재우고 탄소와 부엌에 앉아 맥주를 한잔하는 와중에도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다. "탄소야. 우리 슬슬 둘째도 생각해야지." "응? 갑자기? 웬 둘째?" "그냥... 찬이 동생 갖고 싶어 했잖아." 민망한지 찬의 핑계를 대는 윤기였지만 탄소는 윤기의 표정을 보고 금세 알아챘다. 아까 지수를 보고 난 뒤로 딸 생각이 가득한 것 같았다. 가끔 저보다도 찬이를 챙기는 윤기지만 결혼 전부터 딸을 갖고 싶다던 윤기의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윤기도 저도 아이는 많을 수록 좋다며 가끔 둘째에 대한 얘기도 심심치 않게 했었고 탄소도 둘째를 가지고 싶어 했기 때문에 윤기가 답지 않게 제 눈치를 살피며 묻는 게 귀엽기만 했다. 한 번에 대답하면 긴장감 없으니 한 번 튕겨보고 싶은 탄소였다. 괜히 딴청을 피우며 싱겁게 반응하자 윤기의 눈썹이 축 처졌다. 탄소가 키득키득 웃으며 윤기에게 다가가 윤기의 목에 팔을 둘렀다. "오빠, 딸 갖고 싶어?" "...응." 윤기는 생일이 빠른 탄소에게 바득바득 우겨 오빠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한 전적이 있다.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놀랐지만 대답이 먼저 튀어나왔다. 응, 물론 나는 우리 찬이가 가장 큰 선물이지만 두 번째 선물도 받고 싶다. 윤기가 탄소의 몸이 부서져라 껴안으며 말했다. 그러자 탄소가 윤기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나 오늘 오빠가 좋아하는 검정색 속옷 입었는데..."
"씻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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