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옷을 보고 킥킥대다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겉으로 봐서는 호원과 별 차이없는 신체사이즈에 딱 맞겠거니하고 입었으나
옷의 팔 길이가 꽤 길어 손을 다 덮을 정도였기에 꼭 아빠옷을 훔쳐입은 것 같았다.하지만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기에 그러려니하고
바지에 한쪽다리를 집어넣었다.바지는 기장이 적당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옷을 끌어올렸다.아니 그러려고했다.
"아,저기....."
"........."
"........미....미안!!!!!!"
문이 쾅 열리고 그 사이로 호원의 얼굴이 비쳤다.팬티바람인 내모습에 적잖히 당황했는지 몇초간의 정적이 방안을 휘감았다.
벙찐 듯한 호원의 표정에 얼른 바지를 끌어올렸다.그 순간 호원이 번뜩 정신을 차린듯 뒷걸음질치며 문을 닫았다.
"한참 지나도 안나오길래....난 다 입은줄알고!!"
당황했을 호원의 얼굴이 목소리만으로도 느껴진다.이런 호원의 반응에 내외하는 사이도 아니고 둘 다 남자인 상황이라 아무렇지않던
마음도 왠지 부끄럽게 느껴지는 듯해 얼른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방문을 열었다.고개를 빼꼼 내밀자 꼿꼿한 자세로 뒤돌아서있는
호원이 보였다.조폭이라더니 이 뒷모습은 꼭 안절부절 못하는 강아지같은 느낌이다.쭈삣쭈삣한 짙은 갈색머리는 옵션으로,
"속옷도 없을거같아서,이거 챙겨줄려고..."
"아...감사합니다"
"다입고 거실로 나와.할말있으니까"
새 속옷을 던지듯 나에게 건네주고는 총총총 빠른걸음으로 거실소파로 걸어가 털썩 앉아버리는 호원의 모습이 웃겼다.무슨 별다른
약속이라도 잡듯이 뻔히 앞에 보이는 거실로 나오라하는 호원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왠지 웃음이 헤퍼진것만 같은 느낌이다.
분명 어제 처음 만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옛날부터 알고있었던 사람처럼 편하게 느껴짐에 당황스러울정도다.내 상황에 비관하며
엉엉 울어재끼던게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진짜 사춘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얼른 속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방금 봤던 모습 그대로 쇼파에 꼿꼿히 앉아있는 호원이 보인다.거실로 걸어나가 호원이 앉은 소파와 멀찍히 떨어진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기 추울텐데....여기 앉아"
호원이 제 옆자리를 툭툭쳤다.그러고보니 바닥이 냉골이 따로없다.아,생각났다.오늘 낮에 기절초풍할 만한 보일러의 상태가,
절절 끓는 집안의 상태에 놀라 최대한 낮춘다고 온도를 확 내려놓고 그대로 잠이 들어 지금의 시간이 된터라 절절끓던 바닥은
냉골이 되기에 충분했다.호원의 말대로 호원의 옆에가 앉았다.털썩 자리에 앉고나자 방바닥에 이리저리 발을 대어보던 호원이
갸우뚱 고개를 젖히며 혼자 중얼거리는게 들렸다.
"이럴리가 없는데.........보일러가 고장났나......"
"아저씨.이런집에 혼자 사는거보면 돈 많고 그런것같긴한데...."
오늘 낮에 기겁하고 꼭 말해야지라고 다짐했던게 떠올라 입을 열였다.할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머리라,
"무슨 보일러를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돌려요???그러면 돈은 둘째치고 불나요!!"
"......."
"발 화상입는줄알았어요!!무슨 보일러를 그렇게 올려놓고 외출을 해요???"
아........목소리가 너무 컸나...주의만 줄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했나보다.호원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살짝 무섭다.
"아...나는 추울까봐 따뜻하게 있으라고...."
"아니 대체 누가 춥다고 그!!!!!네....?"
"아니..오늘 날도 춥고.....마음에 걸려서 일부러 그런건데....좀 심했나?"
뎅-뎅-뎅- 머릿속에서 종이 친다.변명하듯 말을 하는 호원이 눈에 비친다.마치 5살 꼬마가 엄마를 위하는 마음에서 집안청소를
거들다가 더 어지럽혀놓은 상황에 어찌할줄 모르며 변명하는것만 같다.아니.....내가 생각한 상황은 이게 아닌데.....
아무리 귀엽게 느껴진다했고.편한 느낌이 든다했어도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방금 아저씨의 표정에 한번 깨지겠구나,
주제넘는다고 한소리 듣는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황은 뭐지?어째 아저씨의 모습에 풀죽은 강아지가 겹쳐보인다.
"아...니요.....뭐...다음부터는 안그러셔도 되요...."
"알았어,아 일단 잠시만..."
약간 시무룩해진듯한 표정의 호원이 뒤적뒤적 가방안에서 무엇인가를 찾는듯 뒤적인다.호원의 표정에 어쩐지 기분이 조금 묘하다.
"이거,여기서 맘에 드는거 골라봐"
"네?"
몇개의 책자를 꺼내 내 손에 건네준다.이게 뭔가 싶어 보니 다 가구 책자들이었다.이걸 왜 나한테 주지?라는 생각에 호원을 쳐다보았다.
"아...변변한 가구하나 없어서 불편할까해서.."
호원의 말에 고개를 돌려 이 집안내를 훓어봤다.음....여기가 많이 휑하기는 하지.
호원의 말에 동의하며 한 책자를 펼쳐보았다.다들 귀티가 좔좔흐르는 제품들의 컬렉션이었다.
하나같이 꽤 괜찮은 디자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보던중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응????0이 몇개야?????????
이런걸 사는건가 싶어 놀랐으나 돈 많은 사람이 그 많은 돈 이런데 투자하는게 정당하다는 생각에 다시 가구로 시선을 돌렸다.
"사야될게 뭔데요?"
확실히 이집은 넓기만 딥따 넓지 뭐하나 제대로 구비되어있는건 없다.
"침대도 사야하고....음...그냥 고르고 싶은거 다 골라봐"
어제 방 들어갈때 스쳐보니까 침대 꽤 좋은거 같던데 굳이 바꿔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새 떨쳐내었다.자기돈 자기가 쓰겠다는데.
"가구같은건 직접 보고 사셔야하는데...그리고 저 이런거 고를만큼 안목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니가 쓸거니까 니가 고르는게 좋지않나?"
"아...그래요.......네?????????"
내가 쓸거라고?이 하나같이 0의 숫자를 감히 손이 떨리고 눈이 떨려서 세지도 못할 가구들을 내가 쓴다고?
호원의 말에 깜짝 놀라 찬찬히 살펴보던 책자를 확 덮었다.자신은 가구같은건 필요없었다.특히 이런 거라면 더더욱.
찬바람이 스미고 보일러관이 툭하면 얼던 자취방에서도 침대니 뭐니 필요없이 잘 살았는데 이곳에서 뭐가 아쉬워서,
"괜찮아요!!!저 이런거 없어도!!!"
그리고 가격이고 뭐고 상식적으로 나한테 이런걸 사준다니?나는 잡혀온 인질일 뿐인데?무슨 애인도 이런건 해주지않을텐데.
"그냥 맘에 드는거 골라,내가 해주고싶어서 그런건데..."
"아니....저한테 이런걸 왜 해주세요..."
"거기 있는게 너무 부담스러워?그럼 다른거라도...."
"아니 진짜 괜찮아요!그리고 가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거랬어요!!"
상황을 빠져나가려 막 내뱉은 말에 호원의 안색이 변한다.내 말에 턱까지 괴며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고민하는듯한 표정에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던것을 뚝 멈췄다.
".......아저씨?"
"그건..좀 곤란한데...."
"...............?"
"........알았어,나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사자"
아니,이 아저씨 정말 말이 안통한다.그 문제가 아니라 이런걸 왜 사주냐라는거에 중점을 맞추고 열변을 토했는데 영 핀트가 엇나갔다.
그나저나 이 말을 할려고 그렇게 한참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건가?라는 생각에 의문이 들었으나 곧 들려오는 호원의 말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듯 멍-해졌다.
"대신....너 도망가면 안돼"
"....네?"
"내 옆에 꼭 붙어있어."
아.......나 잡혀왔던 사람이구나.계속 입버릇처럼 되뇌이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정작 중요한것을 잊고있었다.그냥 잡혀온게 아니라
나는 여기 갇힌 신세인거다.쾌적하고 넓은 공간이 나에게는 감옥과 같았던 것이고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어찌되었든 도망칠수있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는것에 지금 이 아저씨는 고심하고 있던거다.무섭다.하루만에 이 당연한 사실을 잊은 내가,
"그래,이왕 나가는 김에 네 옷도 사야겠다."
"........."
"내일 같이 나가자,아...점심은 잘 챙겨먹었어?"
곧 원래의 아저씨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눈에 띄게 당황한 빛이 서리던 아저씨의 얼굴이 여유로움을 되찾았다.하지만 내머리는 한층
혼란스러워졌다,나는 이제 눈앞의 아저씨의 허락없이는 밖에도 못나가고 꼼짝없이 이 집안에 갇혀 사는건가?어제 그곳에서 봤던
갈색머리의 남자가 말했던대로 운동장처럼 넓은 이곳이 감자기 검게 물드는 듯한 느낌이다.점점 좁혀와 좁디좁은 철창이 되어
나를 짓누르는것만같은,내 목을 조여오는것만같은 착각에 빠진다.왜 이생각을 못했을까...무지막지하게 갇혀버린거라는것을,
어쩐지 따끔따끔 눈가가 아려온다.
".............."
"또 울려그러네...이번엔 또 왜그래"
"............."
"사지말까?가구 이런거 사지마?안살게!울지마"
"..........."
"왜....왜..또 뭐가 그렇게 서러운데...어?"
"............."
"울지마라 좀..."
어제 펑펑 울때는 시야가 뿌얘서 앞에 서있는 호원의 형체만 알아볼 정도였는데 오늘은 눈물이 쏠리기 직전의 따끔따끔 눈이
아려오는 상태라 시야가 맑아 눈앞의 호원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그래서 더 서러워졌다.안절부절하는 호원이 너무나도 잘보여서.
드라마나 영화속에서처럼 울지말라고 할거면 막 여느 조폭처럼 험상궃게 다그치기라도 하던가,그렇게 우는걸 싫어하면 협박이라도
하던가..뭐 그런걸 바라는 미친놈은 아니지만 더 울고싶게 그런식으로 울지말라는 조폭이 어딨어.
"........아저씨......"
"응?"
"내가.....도망갈까봐 무서워요?"
"무섭다기보다....니가...일단 너는...너희 아버지 빚때문에...."
호원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변명하는듯한 태도의 호원에 결국 눈물샘이 왈칵 터져버렸다.
미친게 분명하다.웃었다 울었다 몇번을 반복하는건지,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그럼.....나는 이제 여기서 못나가요?"
"......어?"
"흐으........나 잡혀온거 아는데.....흐...."
"....."
"아저씨가...이런식으로 나오니까....흐으.....계속 까먹어요......"
"....."
"어제 오늘 딱 이틀인데......흐읍....미친것처럼 막 왔다갔다...흐으.....해요"
"......."
"언젠가 만난것처럼......막 마음이 놓여서......무섭다가도.....흐으....펴...편해서.."
"........"
"그래서 잊고있었는데....흐읍.........나....난 여기 갇힌거였어요........"
눈물이 미친듯이 터져나왔다.벌써 세번째다 이렇게 진탕 눈물을 흘려대는것이.그렇게 한참 내가 무슨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게
지껄이고 있는데 확-하고 온몸에 온기가 스몄다.등뒤로 내 몸을 감싸는 호원의 손이 느껴졌다.따스한 감각이 느껴진다.아저씨에게 안겨있는건가.
차갑게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아저씨의 품은 다정한 그의 말투처럼 한없이 따뜻했다.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왜인지 모르게 그리운 느낌.어디선가 느껴본적이 있는듯한 그런 따스함......
"......가두어두지않을게....갇혀있는거 아니야...."
"흐읍.....흐으.....으...으....."
호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뚝뚝 한없이 눈물을 흘려내었다.젖어가는 그의 어깨가 느껴지지만 멈출수가 없다.
"대신 도망가지않겠다고 약속해.여기를...........집처럼 생각하면 되잖아."
"흐으......으......읍......"
"울지마,울지마라 꼬맹아"
"여기서 왜 울고있어?"
. . . . . .
"집 나온거야?"
. . . . . .
"울지마.사내자식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는거 아니야"
. . . . . .
"울지마라 꼬맹아"
.............................그 언젠가 들었던 것만 같다.
------------------------------------------------------
아힝힝히잏힝........................똥글이다!!!!!!!!망글똥글이 나타났다!!!!!!!!!!!!!!
기억하고 계시는분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있었으면 좋겠으나 없을거같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위에 투표 좀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일단 메인 현성으로 시작한거긴한데 계속 야성만 쓰니까 얘들도 탐나요ㅠㅠㅠ
현성이 메인이 되면 호원이의 질투폭팔화르르르르흐으르륵 이런 식으로 이야기진행이 될거고
야성이 메인이 되면 꽁냥꽁냥한 야성이들을 우현이가 찢어놓으려 위협하는 그런 아힝힝흥헹한 스토리로 이야기진행이될거예여........
다 안이어지게할려면...................................음..................................성규는.......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댓글 부탁드려요ㅠㅠㅠ저 지금 소심해서 그냥 안적을려다가 적은거예여ㅠㅠ
반응별로없으면 아......난 역시 안되는거구나.....라고 생각하며 걍 조용히 묻혀서 짜질게여ㅠㅠ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