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자꾸 들이대는데 어떡하죠?
02
ㄱ.말챠
"..."
"뭐."
"..."
"왜!"
지금 나 생얼이라고 반항하냐. 어제 생각보다 더 달린 바람에 도저히 화장할 정신머리가 아니었다. 좋은 카페에 가려고 해도 커피냄새를 맡으면 토할까 걱정되서 정국이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래도 일은 해야지. 생얼. 동그리 안경. 똥머리. 거기다가 다크써클까지 완벽히 장착한 내 몰골에 정국이가 충격을 받은 듯 문앞에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
"빨리 와서 일해!"
"..와, 누나."
"뭐."
"..아니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목을 긁적거리더니 자리를 찾아 앉는다. 아직도 어질어질한 머리에 빨리 일 시키고 좀 쉬자 싶어 얼른 서류를 건네주며 할 일을 전달했다. 내 자리에 앉아 의자에 깊숙히 기대어 눈을 감았는데, 정국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답지않게 왜이리 얌전하지.
"어제 제가 보낸 거, 드셨어요?"
"어. 오는 길에 마셨어. 고마워."
"..저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하.."
왜 저 소리 안나오나 했다. 그래, 한달만에 처음으로 내 생얼을 봤으니 궁금한게 폭발할 수 있지. 뭐, 여자들은 화장 유무의 갭이 원래 그렇게 큰가요? 화장 하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리나요? 등등.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자 전혀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화장 왜 해요?"
"뭐?"
"화장 왜 하냐구요."
얘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도전장? 지금 속으로도 겉으로도 배배 꼬여있는 상태라 화장 유무에 상관없이 다 별로다, 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훅 끓어오를 뻔 했지만 겨우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무슨 말이야?"
"화장품이 아까워요, 누나."
"별 차이 없다고?"
"으음. 안한게 더 낫다구요."
짜증섞인 내 물음에 으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은 정국이가 생얼이 더 낫다며 엄지를 척 들어보인다. 아무리 봐도, 사회생활 최적화다. 내 얼굴을 내가 제일 많이 보는데요. 양심에 찔려서 도저히 인정 못하겠습니다.
"넌 어디가서 미움받진 않겠다."
"아부로 들려요?"
"그럼 칭찬으로 들으리?"
"진심으로 들어야죠."
어제 저녁처럼, 오른손을 심장 부근에 올려두고 말한다. 입가엔 장난끼 섞인 미소를 달고. 하여간 능구렁이. 내가 졌다는 듯 웃고 고마워, 하니 진짜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알았다니까 그러네. 받아들이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진심이에요! 를 반복한다.
"어우, 알겠다구요 알바생씨."
"고용주님. 오늘 점심메뉴는 무엇입니까?"
"왜. 뭐 얼마나 먹고싶은게 있길래 출근 하자마자 밥 얘기야?"
"저 기깔나게 하는 집 압니다."
"뭘."
"해장국이요."
"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콜? 하며 입으로 딱 소리를 낸다. 순간 보이는 아재같은 모습은..
혼자만 알고 있기로 하자.
#
"아, 진짜 속풀린다."
"무슨 대학교 새내기도 아니고. 얼마나 마셨길래 그래요?"
"맥주 세 캔."
"뭐요?"
얼마나 마셨냐는 물음에 당당하게 맥주 세 캔이라고 대답했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정국이다. 나는 그런 정국이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속이 풀리는 개운함에 집중하여 해장국만 열심히 후룩후룩 먹었다.
"아니, 누가 맥주 세 캔 먹고 숙취가 와?"
"너 왜 은근슬쩍 말 까?"
"어이없어서 그러죠! 무슨, 소주 두 병은 마신 줄 알았네."
"내 몸이 원체 술을 잘 안받아. 그래서 그래."
나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나를 잘 모르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이없을만도 하다. 근데 정국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충격이 더 큰건지 숟가락까지 내려놓고선 헛웃음을 터트린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거지 거 참.
"누나는 그럼 신입생 때 오티랑 엠티 어떻게 버텼어요?"
"한약 먹는다고 했지."
"아, 누나 진짜.."
또 나왔다. 저 어이없다는 표정. 먹기 싫으면 그런 변명 쯤 댈 수 있는거지 뭐. 근데 이 집 진짜 해장국 잘하는 것 같다. 이렇게 시원한 적은 처음이다. 국물을 한모금 더 마시고 크으, 하며 코를 찡긋거리는데 정국이가 아예 턱을 괴고 나를 관찰하듯이 본다.
"왜."
"신기해서요."
"나 밥먹는거 원데이 투데이 봐?"
"친한 동생 밥먹이러 온 것 같아요."
"뭐? 설마 그 동생이 나?"
"그럼 누가 있는데요 여기?"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슬슬 편하게 대하더니 곧 맞먹을 줄 알았어. 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숟가락을 탁 내려놓았는데도, 그 자세 그대로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뭐야 저 표정은.
"알바생. 그냥 말 다 깔까? 지금 맞먹자는 거지."
"에? 제가요?"
"그럼 여기 너말고 누가 있니."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먹자는 거냐는 내 말에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런 정국이를 놔두고 다시 숟가락을 들어 해장국을 먹기 시작했다. 식어도 맛있네, 크. 인생 밥집 추가다. 마치 맛집 블로거라도 된 듯한 생각으로 해장국을 음미하는데 들려오는 정국이의 말에 다시 동작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누나 화장 안하니까 저보다 어려보여서 그런거에요."
"전알바. 과도한 아부는 동료들의 질투를 유발할 수 있어요."
단호함으로 가득찬 내 말에 정국이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막 열려는 찰나, 인심좋은 식당 아주머니께서 우리 테이블에 계란말이를 놓아주신다. 이건 서비스~ 하며.
"둘이 대학생이지? 아까부터 왜 이렇게 투닥대~ 잘 어울리는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덧붙여진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고, 정국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주머니께서 내 어깨를 토닥이곤 다시 주방으로 사라지셨고, 정국이는 팔짱을 낀 상태로 으쓱댔다.
"봐요."
"뭐가."
"아주머니도 누나 대학생으로 보잖아요. 누나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됐어 임마. 밥이나 먹어."
진짜 좀 어려보이나. 이제부터 화장 안하고 다녀야 되는건가. 아. 나 뭐래니. 이래서 귀가 얇으면 안된다. 여기저기 펄럭대느라 온갖 잡생각들을 하게 되어서. 주책맞은 생각으로 가득찬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버리고, 다 먹었다는 정국이를 데리고 식당에서 나왔다.
#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방학을 맞아서 그런지 대학생 커플들이 많이 보여 정국이에게 툭 물음을 던졌다.
"너는 여친 없어?"
"네."
"여친 엄청 사귀고 다닐 때 아니야? 인기도 많을 것 같구만."
"저는 연상이 좋아요."
"연상? 너보다 연상이면 거의 다 졸업하고 취직했지 않아?"
"네."
"그래서 누나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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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들이대기가 시작됩니다..!
암호닉은 아직 받지 않아요 ㅠㅠ
그래도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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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데이트비용 부담스럽다는데 이해돼..?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