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春)이와 산다라는 오이지(吳二地) 마을의 유일한 계집아이이다. 마을 삼면을 둘러싼 뫼 때문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이 마을에서는 농사가 제대로 되지않아 가구 규모가 무척 단촐하기 때문이었다. 풍수지리학에 의하면 높은 뫼의 기운을 받는 이 마을에선 세상을 흔들 인물이 적어도 셋 이상 나올 것이라하였다만 순박함을 넘어 무지한 주민들은 햇빛이 잘 들지않는 음습한 기후가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서당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둘은 옥수수 밭을 지나갔다. 어젯밤에도 다락방에 올라가 강냉이를 몰래 먹어 아직 얼굴이 부어있는 춘(春)이는 옥수수 밭을 보며 한숨 쉬었다. "조금만 더 양지바른 곳이었다면 옥수수가 더더욱 잘 영글었을거여" "춘(春)이 너는 그 놈의 옥수수 타령 좀 그만 할 수 없니?" 귀를 후비적 파며 산다라가 얄궂게 대꾸하기 무섭게 춘이가 눈을 부라리며 버럭했다. "이 지지배 좀 보소? 누가 보면 옥수수 못먹어 죽은 아귀인줄 알겠다!" "사실 맞자네! 늬 저번에 뒷간에서 또 옥수수 훔쳐먹다 아부지께 걸려 두들겨 맞았담서?" "요 놈의 지지배! 너 오늘 나한테 맞아 죽어보자" 말을 끝마치자 산다라에게 덤벼 머리채를 잡고 사정없이 흔드는 춘이 곁을 서당개 승리가 맴돌며 컹컹 짖어 싸움을 말리려 애썼다. 이 년들 자꾸 싸우면 훈장주인님께서 혼내시느라 내 밥도 안챙겨줄텐데..!!! 바로 그 때 누군가 둘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아이들! 늬들 지금 설마 싸우는 건 아니겠지?" "누구ㅇ...?!!!!! 아아 아니요 언니.." "어어어언니!! 아니에요!!! 그럴리가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제와비(帝瓦妃)어르신네 마을의 판소리꾼, 선미였다. 여리여리한 몸매와 고운 용모와는 달리 괄괄하기 그지없는 성격때문에 춘이와 산다라는 선미를 무서워했다. "그래, 그래야지. 이 아름다운 오이지마을의 풍경을 구경하기에도 24시진(時辰)이 부족할텐데 싸울 시간이 어딨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승리를 쓰다듬으며 선미가 읊조렸다. 어유 승리 얘는 날이 다르게 잘생겨지네, 근데 제니(題泥) 그 암캐년은 대체 왜 이 잘생긴 애 놔두고 새앙쥐같은 개시끼랑 바람이 났을까? 중얼거리는 선미의 손을 햝는 승리의 두 눈이 촉촉해졌다. 나쁜 지지배... 사실 오이지마을의 환경이 아쉬운 것은 옥수수덕후 춘(春)이 고것 하나뿐이었다. 저어기 바다 건너 양국(洋國)의 막도나도(幕度喇島)에선 상해식닭튀김밀가루떡이 엽전 단 두푼이라는 소문이 조선 팔도에서 전염병처럼 유행했을 때도 오이지마을 사람들은 그게 말인지 방구인지, 무시하며 귀만 후비적 파댔다. 몽유도원과도 같은 망상에 반응할 시간이 바쁜 농사때문에 부족하기도 했지만, 오이지마을 사람들은 지금 주어진 환경에 충분히 만족했다. 오늘도 넓게 펼쳐진 인삼밭에서는 너댓명의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것 참 이상하지, 흙을 일구던 농사꾼 초이수(草二首, 37세)가 허리를 일으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늘따라 자꾸 눈이 부시고 몸이....따뜻하다. 수맥이 변한건가 싶어 눈을 가늘게 뜬 초이수가 산을 넘고 오이지마을을 향해 다가온 인영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인영의 정체는 바로 전설의 례전두(例煎頭), 엿장수 영배였다. 만백성에게 공평히 태양의 기운을 내리쬐어주려 태어났다는 소문이 무성한 그의 뒤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밝은 오오라가 퍼졌다. 그리고 영배가 마을에 당도하자마자 오이지마을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내 눈!!!!!" "춘아, 나 자꾸 땀이 나!! 여름이 돌아왔나?" "컹컹컹!!! 컹컹컹컹!!!!!" 밭일을 하던 주민들은 인삼 위로 펼쳐놓은 검은 천막 속으로 대가리를 파묻었고, 마을에 있던 사람들과 개들은 각자 집으로 숨어들어 어둠을 갈구했다. 난리를 피우며 자신을 피해 음침한 곳으로 숨는 오이지마을 사람들을 황당하게 쳐다본 영배는 유일하게 정상적인 선미와 눈을 마주치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 엿장수 짓만 8년을 했는데 이런 병신같은 마을은 처음이었다. 병신들도 엿은 먹겠지, 쓸데없이 긍정적인 마음을 먹은 영배는 가위질을 시작했다. "아아..고물 삽니다. 불구된 아저씨 불알, 노쳐녀 아지매 머리카락까지 다 사갑니다~ 금요일은 불금이니까 화재조심!" - 영배편이 아마 두 편으로 될 것 같네열..? 원래는 여기서 끝맺을 할까 했는데 영배편에 영배가 없기도 하곸ㅋㅋㅋㅋ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탑편으로 넘어갈지 더 쓰고 갈지 고민해보겠슴둥 오늘도 역시 막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볍게 봐주소서.. + 영배 2편 이어써야겠다..ㅎㅏ...특별출연이라는 말 보니까 심쿵ㅋㅋㅋㅋㅋ영배 내 삶의 구원 나란 지구의 자전축 나의 태양 나의 사랑 나의 치킨같은 존재인데 이건 걍 퉤니원 인 조선인듯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