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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다 그치.
응. 가로등에 우산 비춰보니까 빗방울이 되게 이뻐.
그러지 말구 앞 잘보고 들어가. 응?
알았어 알았어. 형은 지금 어디야?
나도 집가는길. 횡단보도.
또 무단횡단 하지 말고. 듣고 있어?
어어 지금 파란불ㅇ..
전화기 너머로 귀를 찢는 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서로에 대한말로 달콤함이 묻어나던 연인의 목소리가 빗소리로 들린다.
귓가를 기분좋게 울리던 비가 축축하게 몸을 적셔왔다. 아마도- 생각되는 곳으로 뛰어간 남자에게 남은건 차갑게 젖어가는 몸 뿐이었다.
시간이 늦어 지나가는 차도 없을 만큼 한적한 도로에 떨려왔다.
형- 일어나봐. 형.
하얘지는 손을 잡고 손끝으로 더듬어갔다. 매달려 울던 남자의 곁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한 건 맞닿은 손에서 미약하게 남은 온기마저도 식어갈 즈음이었다.
저새끼는 무슨낯짝으로 여길 와? 더러운 게이새끼.
이미 죄 쥐어뜯긴 머리와 흐트러진 옷차림이 차가운 시선을 보여준다. 질질 끌려가다 못해 장례식장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내던져진 경이 아직도
내리는 비를 보며 멍하니 주저앉았다. 작은웅덩이에 퐁퐁 떨어지는 물방울이 자꾸만 환상을 보여주었다. 얼굴로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 튀어나가는 물방울만 바라보았다.
"저기요. 거기 있으면 감기걸려요."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는 머리위로 따뜻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얹어졌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경에게 말을 걸던 사람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앞에 와서 섰다.
셔츠 위로 비가 내려앉아 점점 드러나는 실루엣이 보인다.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경을 일으키곤 말없이 차에 태우고 히터를 틀어준다.
따뜻함이 돌자 몸에 닿는 옷의 차가움이 느껴져 그제서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해 남자가 수건으로 대충 닦아주곤 묻는다.
"아직도, 말 안하실거에요?"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고 다정하게 웃어주는 모습이 닮았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웃으며 머릴 쓰다듬는것까지 닮아 혼란이 머릿속을 채워왔다.
손을 뻗어 얼굴을 더듬으며 갈라져버린 목소리로 애타게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형..형..민혁이형"
남자의 얼굴이 빠르게 찌푸려졌다 펴졌다. 얼굴형을 더듬어오는 조그만 손에 그나마도 미소가 지어졌다.
진정하길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손을올려 등을 토닥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난, 민혁이형이 아니에요."
외면하며 자꾸만 중얼거리는 이름에 붙어있던 몸을 떼고 얼굴을 보였다. 고개를 저으며 끝까지 잡아오며 결국 자신을 놓아버릴 때까지 옷깃을 놓지 않았다.
웃으며 볼을 꼬집는 이름모를 얼굴이 환하게 웃는다. 항상 자주가던 곳에서 자꾸만 장난을 걸어와 누군지도 모르면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조심스레 손깍지를 쥐자 느껴져야 할 손이 느껴지지 않아 올려다보았다.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지고 남자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손이 바닥으로 떨어져간다.
아..ㅇ..
자면서 우는 경을 지호가 빤히 바라보다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베게가 그 전에 흐른 눈물로 젖어들어갔다.
한참을 울던 경이 눈을 조심히 뜨고 손을 떼는 지호를 쳐다보곤 커튼 새로 창 밖을 보았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물, 마실래요? 따뜻한건데."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경을 바라보다 손에 자그마한 머그컵을 쥐어주었다. 그 온기가 싸늘함을 느끼게 했다.
부은 눈으로 물을 마시다 말고 다시 조심히 내미는 머그컵을 받아들었다.
항상 이게 좋다며 추천해주던 소리가 귓가를 채우고, 고장난 티비처럼 눈 앞이 지지직거려왔다. 꿈에서 봤던 비어있는 얼굴이 남자의 얼굴로 바뀌어 흔들렸다.
"어디,아파요?"
"아니..아니요."
비칠비칠 창문가로 걸어간 경이 커튼을 걷어젖혔다. 비가 오면서도 한쪽에선 햇빛이 새어나왔다. 하얀 병원복이 위태로워 보인다.
하루종일 달라붙어 다정하게 지켜봐주는 남자가 이제서야 이상하게 느껴진 경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근데요.. 근데.."
"내가 누군지, 묻고싶은거죠?"
살짝 끄덕이는 고개짓이 귀여웠다.
"그건 맞춰봐요. 아직, 뭐 잊은건 없어요?"
"전, 없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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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인가요.. 메일링하고 한 하루이틀 지난거 같은데 왜이렇게 오랜만인것처럼 느껴질까요..
직경이라고 적긴 했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저 삼각관계를.
.....어휴;; 이렇게 짧은글만 던지고 전 도망갑니다;;
+) 항상 글이 우울한건 제가 수능을 망해서 그러해요 ㅠㅠㅠㅠ네..그럽니다... 엉엉엉어어엉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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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