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김종인과 눈을 마주친건 1학년때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무심한 김종인과 2학년때 같은 반이 되고 나서 일주일이나 지난 후 였다. 항상 김종인은 세상사의 별 관심없다는듯 무심한 눈을 하면서 나른하게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만큼은 꽤 새로운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뒤, 꽤나 빈번하게 눈이 마주치거나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럴때마다 김종인은 항상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쳐다봐주었다. 오직 나한테만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좀 웃기게 생겼나? 라는 별 생각을 다 했는데 한번은 자기 전 문득 생각해보니 김종인도 꽤나 내게 호감이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김종인도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라고.
하지만 내가 김종인에게 친구가 되자는 말을 하기도 전 김종인은 갑작스레 학교 일진 녀석들과 어울렸다. 그리고는 학교도 제대로 안나오고 나온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나를 바라봐주지는 않는다. 그게 내심 굉장히 서운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서서히 내 감정을 깨닳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감정이 사랑임을 알게되었을때 좌절했다. 첫눈에 반한다는 그 말 쥐뿔도 안믿었는데 결국 내가 김종인한테 첫눈에 반하고 말았구나…젠장.
부탁해요, 나의 로맨스
“임시 반장! 교무실로 오래.”
공부를 조금 잘한다는 이유로 원치않게 임시반장 직을 얻게 된 나는 오늘도 또 학교가 끝나자마자 교무실로 직행했다. 아직 적응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워낙 내가 존재감이 없는건지 내 이름이 아닌 임시반장으로 모두들 부른다. 이태민이라는 이름 있는데…그렇다고 또 이태민이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구 뭐….
“어어- 반장 왔어?”
“네, 선생님.”
“너 지금 시간 있냐?”
“시간…이요? 무슨 일 이신데요?”
“아니 다름이 아니라 아직 새학기 초반인데 벌써부터 학교에 빠지는 성실하지 못한 놈 집에 좀 들려보라고.”
“…종인이요?”
“임시반장이라고 해도 우리반에 관심이 많은가보구나? 역시 태민이.”
역시 라는 수식어같은 말이 어색해서 하하 웃어보이며 머리를 긁적이자 담임선생님이 쪽지를 내게 건넸다.
“시간있으면 여기 적힌 주소로 좀 가서 김종인 좀 잡아와라.”
“네? 네….”
사실 시간이야 없었다. 과외선생님을 맞이하려면 숙제도 해야하고 준비도 해야하지만 그 시간을 쪼개서라도 왠지 김종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친하지도 않고 말을 해본것도 아니지만 어설프게 알것같은 이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싶은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것치고는 자꾸만 긴장이되고 설레여서 내가 드디어 사랑이라는것을 하는구나라는 조금의 두려움이 피어올랐지만 아무렴 어때 라는 대책없는 생각을 하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을 나와 긴 복도를 걸었다.
“야! 임시반장! 어디가?”
이성종이 물어오는것도 손을 살짝 흔들어 단번에 씹어버리고는 학교를 나오는데 빈손으로 찾아가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근처 슈퍼에 들릴까 하다가 지금 내가 가는 이유가 놀러가는게 아니라 학교에 나오라는 말을 해주러 가는 것 이라는 걸 깨닳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우리 사이에 놀러가기는 무슨…. 쪽지에 적힌 주소를 보니 우리학교와는 조금 떨어진 우리 집 근처 동네라는것을 알고 또 괜히 설레서 발걸음을 빠르고 경쾌하게 했다. 우리 집으로 갈때는 항상 귀찮고 힘들고 다리아프고 짜증이 났었는데 항상 보던 동네 담벼락의 낙서들이 오늘따라 앙증맞은 애기들의 장난같아서 귀엽고 날아다니는것 같아 다리는 아프지도 않다. 음- 음- 허밍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수십번 나는 놀러가는게 아니라 그저 임시반장의 임무를 수행하는다. 라고 되뇌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기분 정도는 내고 싶었다.
하지만 곧 김종인네 집 앞에 도착하니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매일 길게만 느껴졌던 그 동선이 왜이렇게 짧냐… 나는 그냥 가는길에 애인집에 들리는 기분을 내고싶었던것뿐 실제로는 이렇게 들어가려니 민망하고 두려운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임시반장의 임무를 수행하려는것이다. 해야만한다. 네 라고 대답도 했으니 안 들어갈수가 없다. 그러니까 좀 실례할께 김종인.
노크를 두여번 하다가 초인종을 발견하고 초인종을 누르니 마당에 있는 강아지가 월월-! 짖는게 들린다. 그리고 곧 초인종 스피커로 김종인의 많이 낮지도 그렇다고 높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누구세요? 무슨 일 입니까? 그런 형식적이고 기본적인 물음이 아닌 왜? 그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나를 알아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레발부터 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김종인이 아닌 종인아 라고 친한척 말해버렸다.
“종인아 들어가도 되?”
내뱉고도 내가 놀라서 티나게 흠칫 놀랐다가 곧 침묵만 감도는 상황에 얼굴이 붉어지는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강아지를 안은 김종인이 들어와. 라고 말하자 그 부끄러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우와 집 넓다-”
마당을 이리 저리 둘러보면서 김종인을 따라서 집으로 들어가자 김종인이 먼저 쇼파에 앉았다. 그 마주편에 조심스럽게 앉자 무심한 눈으로 슬핏 쳐다본다. 뭐하러 왔냐는 듯 귀찮다는 듯.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그 눈빛이 비수를 꽂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예전도 마찬가지로 나와 김종인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고 그저 나혼자 설레서 이러는건데 괜히 티내서 좋을건 없을테니까.
“무슨 일 인데.”
“아니 그게…, 너 요즘 학교 안나오더라?”
“그래서?”
“나오라구….”
“…끝?”
“응? 으응….”
“잘가라.”
망설임없이 나온 인사의 헐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괜히 욕심이 나서 저,저기! 하고 부르자 막 일어나려던 김종인이 다시 자리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할 말 또 있어? 대놓고 정말 귀찮다는듯이 조금 미간을 찌푸리고 쳐다보는 김종인에 하고싶었던 말이 쏙 들어갔다. 그래서 그냥 아니야. 하고 일어나자 김종인이 눈썹을 꿈틀인다.
“나 갈께.”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집을 나가느라 현관문 버튼을 누르자 띠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닫힌 문이 열리고 나는 문고리를 돌렸다. 신발을 대충 구겨신고 나와 현관문을 조금 소리나게 닫고 마당을 걸어나오는데 쿡 쿡 가슴이 찔린다. 진짜 병신같네 자기 혼자 착각하고 설레발치고 기분 상해서 괜히 화풀이 하는 꼴이라니…. 머리를 사정없이 망가트리고는 한숨을 내쉬는데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자 김종인이 팔짱을 끼고 현관문 옆 벽에 기대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밑에서 강아지가 왈왈 짖고있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김종인은 피하지 않는다.
“…….”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먼저 고개를 돌린건 김종인이었다. 더이상 관심없다는듯 그대로 집에 들어가버렸고 강아지는 내게 헐레벌떡 달려와 앙앙 짖어댄다. 조금 들뜨려 하던 가슴이 또 추락해버린다. 이래서 짝사랑은 지랄맞다는 거야. 조울증이라고 걸리겠네…. 강아지를 무시하고 가려다가 계속 놀아달라는듯 안겨오는 강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평소에 안놀아주면 처음보는 나한테 이렇게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릴까… 에휴….”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를 쓰다듬자 금방 배를 들어내고 벌러덩 누워서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든다.
“너는 이름이 뭐냐? 응?”
배도 쓰다듬어주다가 안아서 이름을 묻자 역시나 강아지는 대답이 없이 그저 헥헥-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다.
“하긴 니가 대답을 할리가 없지…쟤 원래 저렇게 싸가지 없냐? 응? 니 주인 원래 저렇게 차가워? 아주 얼음왕자네. 얼음 프린스….”
강아지를 내려놓자 빙글 빙글 내 주위를 정신사납게 돈다.
“와그작 와그작 깨물어 먹어버려 씨….”
닫힌 현관문을 째려보면서 인상을 썼다. 내가 아무리 니가 좋다지만 니 성격은 별로야. 완전 재수없어.
“그래 좋아 강아지야. 넌 이제부터 이름이 얼음왕자가 되는거야! 알았지 얼음왕자?”
멍멍-! 짖는 강아지때문에 김종인이 나와볼까 식겁을 해서 도망쳐 마당을 뛰쳐나왔다. 내가 이게 뭔 꼴이래………. 김종인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우리집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들이 괜시리 낯설다.
“태민아! 이제 오면 어떡해? 빨리 과외 준비해!”
조금 좋아지려고 했던 기분이 다시 한번 추락했다. 공부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는 또 잔소리만 한다. 그놈의 공부, 공부,공부. 지겹지만 어쩌겠어? 하는수밖에. 내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그냥 과외준비고 뭐고 잠깐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서 눈을 감았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다.
***
오늘도 학교에 오지 않은 김종인 때문에 나는 또 끝나자 마자 김종인네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첫번째로 가는 느낌과 두번째로 가는 느낌은 괜시리 다르게 느껴졌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김종인이 반겨줬으면 좋겠다는 이루어지지않을 소망을 하면서 초인종을 누르자 이번에는 아예 답조차 없다. 집에 없나? 싶어서 살짝 문을 열어보니 쉽게 열려진다. 들어갈께- 조금 크게 말하고는 마당으로 들어가자 얼음왕자가 달려와 반겨준다.
“니 주인 어디갔데?”
배를 쓰다듬으면서 물어보자 역시나 답이 없다. 손길을 멈추고 일어서서 집 근처를 어슬렁거려보니 집에 있는것 같지도 않아 오늘은 이만 가는게 좋겠다 싶어서 나가려다가 마당 구석에 있는 그네가 보였다.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그네는 김종인과 어울리지 않게 파스텔 톤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냉큼 앉아서 발로 그네를 밀면서 혼자서 타는데 좀 옆이 비어서 그런지 누우면 딱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얼음왕자 눈치를 보다가 쪼그려서 누웠다. 그네가 움직여 떨어질뻔했지만 나름 편하고 좋았다.
계속 누워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다보니 조금 나른해지는 감각에 눈을 감았는데 꽤나 몸이 피곤했던건지 잠이 쏟아진다. 아아 자면 안되는데… 민폐인데… 하지만 잠 앞에서는 그런 생각들은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나는 잠이 들어버렸고 내가 눈을 떴을때는 이미 하루가 꼬박 지난 후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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