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순영=대환장파티
부제: 제발 닭쳐.
<첫 만남>
"닭을 조심하셔야겠네."
"아~ 닭띠요?"
"아니. 닭 말이야 닭."
"제 생명선이 짧은 게 AI 감염 때문이군요.."
"닭 때문에 힘든 한해가 될 거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제발 그만해.. 대화가 단절된 느낌이다. 연애운 보러 왔는데 왠지 모르게 굉장히 외롭고 쓸쓸해요.
난 계속해서 대답은 하는데 뭔가 원하는 대답은 안주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제 연애운은..?"
"이번년도?"
"네!"
"이번년도는 글렀어. 닭만 조심하면 살아오던 대로 살 수 있어."
살아오던 대로 살기 싫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거 참 답답하시네!!!!!!!!
울고 싶게도 마지막까지 들은 말이라곤 닭, 닭 ,닭 그놈의!!! 닭얘기 뿐이었다(급침착)
알바 가야돼서 잠도 포기하고 더 일찍 나온 건데 고작 닭을 조심하라구요..? 그래요!!! 나 치킨 거의 맨날 쳐먹어요!! 됐어요!?
치킨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 실토를 할 뻔 했으나 꾹 참고 "닭을 피해 다니겠습니다"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혼자가 아닐 거야. 집에서도 말이야."
2017년은 1월부터 납량특집인가? 여름에 납량특집 찍으실 분들 줄서세요! 우리 집 빌려드릴게!!!!
기분은 급 다운됐으나 이런 걸로 따지면 나만 더 분해질 걸 알기에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뿌옇게 흩어지는 입김에 흘러 날아가고 싶으나 내 몸뚱이는 날아갈 생각이 없는지 우뚝 서있기만 한다.
아 맞다, 알바가야지.
알바하는 곳에 도착했다. 손님이 별로 없어 매장 곳곳을 지나다니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님을 찾을 때였다.
틴트제품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고 있는데 날 반기기라도 하듯 존나 해맑은 닭모형이 보였다. 아니 왜 틴트에 닭을 콜라보하고 난리야!!!
귀엽긴 한데 보고 있으려니 닭이 윙크라도 할 것만 같아 황급히 눈을 피해버렸다.
"여주씨 저분 좀 어떻게 해 봐.."
"네? 누ㄱ.. 뭐하시는 거지..?"
돌아서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꿀 떨어지게 닭틴트를 보다가 이제는 볼에 부비적거리기까지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서 전혀 그러고 있는 건 같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물었다.
"여자친구 선물 고르세요? 귀여운 캐릭터가 붙어있어서 여자친구분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내가 알바를 하면서 붙은 별명이 오닝이다. 어감은 귀엽지만 풀어보자면 오지랖 닝겐이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그래요. 나 오지랖 쩔어서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때가 많아요.
"새빨간 꼬꼬는 꼬일, 빨간꼬꼬는 꼬이, 부농부농한 꼬꼬는 꼬삼이야."
"ㄴ, 네?"
"꼬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 나 주라."
얼른 이 정적을 깨야할 말이 필요한데 이 개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걸로 무너질 오닝이 아니지. 존나 이날만을 위해 기다려왔다.
"음.. 꼬이가 예쁘죠? 마음에 드시면 사시면 되겠네요! 귀여운 만큼 색깔도 매력적이에요!"
하나를 거침없이 들어 뚜껑을 여는데 경악하듯이 입을 가리고 날 쳐다본다.
아니.. 누가 보면 살아있는 닭한테 해코지라도 한 줄 알겠어!!!!
"짐씅.."
네..? 짐승이요..? 남자친구가 야성적일 때 앙탈부리듯 짐승~♥이라고 하는 의미에요? 아니면 그냥 그 짐승이에요..?
만약 후자면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려.
"이건 무엇보다 색깔이 예뻐요..!"
이 상황을 좋게 넘겨보고자 손등에 틴트를 발라 보여주자 갑자기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놀라 어깨라도 토닥여주기 위해 다가가는데 뒷걸음질 치다가 출입문으로 뛰어가며 말한다.
"수녕이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네..? 빠르게 밖으로 나가는 순영이라는 분은 내 바람대로 내 눈 앞에서 사라지셨다.
빛났다 사라져★ 빛나는 분 떠오르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네.
**
"마니 춥지? 내가 따듯하게 해줄게.."
집에 가던 중에 들린 슈퍼에 신기하게도 틴트남이 있었다.
달걀 앞에 쭈그려 앉아 살살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제발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빠르게 계산대에 닭다리와 맨주 한 캔을 올려놓았다.
"오늘도 닭다리에 한잔하려고? 술 몸에 안 좋아 아가씨!"
계산을 마치고 말씀하시는 슈퍼아주머니에게 웃으며 받아치려고 하는데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닭다리라고 적혀있는 과자를 빼앗듯 가져가 품에 꼭 안았다.
안 그래도 찢어진 눈이 더 찢어져 나를 향하자 당장 지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봐요. 그거 제거예요."
"아까 꼬이한테도 그러더니 진짜 짐씅이야!!!"
"그만하고 이리내요."
손을 쫙 피고 얼른 닭다리를 내 손 위에 올려놓으라는 인상을 가득 풍기며 바라보자 내 손 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 결심한 듯 내 손 위에 자기 발을 낑낑대며 올려놓는 틴트남이다.
시발!!!!!!!!!!!!!! 아니 왜 이렇게 유연해!!!
"뭐하시는 거예요!?"
"내 다리도 닭다리야."
안되겠다 싶어 닭다리를 뺏어들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날 졸졸 쫒아온다.
닭다리 때문이야?? 왜 이렇게 닭에 집착이야!!!
"이제 좀 있으면 집 다와 가는데 언제까지 쫒아올 거예요?"
"추어.."
"추어탕이요?"
"아니.. 수녕이 춥다구.."
"이름 알았으니까 삼인칭 집어치우ㅅ"
"수녕이 진짜 추워.."
지금 딱 생각나는 말은 이거밖에 없다.
"저도요. 너무 추워 미치겠어요."
"추워?"
"네. 죽겠어요."
나에게 다가온 이 남자는 어이없게도 아까 달걀들에게 하던 것처럼 내 머리를 슬슬 문질러주었다.
추위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미치겠어요.
"이제 집에 가요. 그래야 나도 집에 가죠."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얼른 앞장서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내온다. 그것도 존나 간절한 표정으로.
일단은 가긴 하겠는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집 앞까지 오긴 했는데 끝까지 따라오려는 이 남자에게 해줄 말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데려다 줘서 정말 고마워요 쑤녕씨."
"쑤녕이 아니라 수녕이야."
"네 수녕씨. 조심히 살펴 가세요."
급 내 닭다리를 가리키는 손짓에 한숨을 쉬며 내미니 고개를 빠르게 젓는다.
뭐 어쩌라고 18새끼야!!!!!!!!!
"닭다리는 데려가면서 왜 나는 안 돼?"
"닭다리는 과자잖아요."
"그럼 수녕이도 과자할래."
"집이 어디에요? 그쪽을 위해 데려다줄게요."
"도망 나왔어."
"그러면 마저 도망가세요."
"화낸다! 나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이미 화 내셨네. 그러면 전 올라가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한발을 걸쳐놓고 망설이는 듯 한 모습을 보인다.
(마른세수)
"잠시마안.."
"발을 빼세요! 그러면 올라가질거에요."
"발을 빼?"
속이려고 했으나 이 사람은 꽤 똑똑한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발을 뺄 건 또 뭐람..
"움직인다..!"
위로 올라가자마자 신기한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속이 타들어갔다.
그런 바보 같은 모습도 잠시 날 보며 치명적이게 말하는 모습에 어이가 가출했다.
"내 다리가 더 튼실해."
"네?"
"그 닭다리 말고 수녕이랑 살자."
"이봐요.. 저 이거 먹을거에요. 그러면 그쪽 다리도 먹게 해주던가!!!!"
"짐씅도 수녕이랑 같은 종족 아니야..?"
"종족 맞죠. 그러니까 이걸 먹는 거 아니에요."
"어떠케 같은 종족을 먹어!?"
환장하기 직전에 다행히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비밀번호를 빠르게 눌러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근데 발이 끼었는지 낑낑거리는 틴트남에 의해 한숨이 터져라 나왔다. 시바라 사파리로 꺼져(노연관성
"발을 빼세요."
"이렇게?"
이번에도 안쪽으로 더 발을 들이민 이 남자에게 해줄 건 1도 없었다.
체념하고 문을 열어주는 수밖에.. BGM 좀 틀어주세요. 이게 진짜일리 없어★
"추위만 녹이고 나가는 거예요."
"수녕이 여기서 살 꺼야! 너무 조아!!"
집 안 곳곳을 누비고 다니던 틴트남은 어느 한곳에 멈춰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건.. 내가 며칠 전에 산 달력에 그려진 닭이었다.
"진짜 멋지다.. 나도 커서 이렇게 돼야지."
"닭쳐."
"날 치겠다고..?"
"말을 말자.."
그렇게 하루라도 대환장파티가 안 나는 날이 없는 일상이 시작됐다.
<수녕이 삐졌을 때>
"오랜만에 반모해서 빠질 수가 없었어.. 너도 알다시피 방학인데 내가 너무 집에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니..?"
"짐씅은 나보다 반모라는 애가 더 중요하구나.."
"반모라는 애는 없는 아이란다. 그 아이를 만들려면 술로 만들어야하니?"
"짐씅은 지금 반모를 감싸주고 있어.."
대환장.
"내일은 5시 전에 올게. 무려 알바를 째고 오는 마법을 보여줄게! 누나매직을 믿니?(찡긋"
"진짜!?"
"당연하지!!!"
"역시 짐씅은 멋진 닭이야!!!!"
사실 내일 알바 안 간단다^^ 약속 있어서 잠깐 만나고 오는 누나를 용서하렴..
그리고 나 닭 아니라고 시팔마리 닭같은 새끼야.
<수녕이 화났을 때>
"짐씅!!!!!!!!!!!!!!"
"아 왜 또!?"
"이거 꼬꼬알이지!!!!!!"
"너 덕분에 닭이랑 계란 끊은 지가 언제인데 또 그 딴 헛소리야!!!!!!!!!!"
"...."
"앞으로 꼬꼬의 꼬만 꺼내도 널 밖으로 내보낼 거야. 알았어?"
"...으응"
그리고 그거 꼬꼬알이 아니라 에그몽이야.
<알바 갈 때.>
"아.. 수녕이 아파..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
"어디 아픈데?"
"가슴살이 아파.."
"퍽퍽한 살?"
순영이의 충격 받은 듯 한 모습을 보며 한술 더 떠줬다.
"가슴운동 하고 있어. 더 퍽퍽해지게~ㅎ 다녀온다!"
"가지마.. 수녕이 심심해.."
"나도 가기 싫단다. 하지만 수녕이의 미래를 위하여 누나가 뼈 빠지게 돈 벌어 온다는 것만 기억해."
"짐씅 가지 말라고 안할 테니까 뼈 빠지지 마.."
"알았엌ㅋㅋㅋㅋㅋㅋ 순영이 잘 놀고 있어. 누.나. 갔다 올게^^"
"짐씅 언제올 건데?"
"짐씅이 아닌 누.나.는 오늘 9시까지 뼈ㅃ, 아니 열심히 일하다가 올 거란다."
"좀 더 일찍 오면 안 돼..?"
"안 돼."
"너무 단호해.."
"나 없을 때 닭똥 같은 눈물을 쏟고 있어."
"눈물은 똥이 될 수 없어."
쓸데없는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알바갈 때2>
"갔다 올게!"
"..."
"마중 안 해줘..? 섭섭해.."
"다녀와"
"그놈의 휴대폰 좀 내려놓고 배웅해줄래?"
알바로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장만해준 걸 이런 식으로 써먹는다이거지?
"중요한 거 하고 있어. 짐씅은 모를 거야."
"뭐하는데 그래? 보여줘."
"안 보여줄 거야."
다가가 뭐하는지 보는데 지 옷 속으로 숨기더니 시치미 뗀다.
아침부터 땀 뺄 정도로 열심히 휴대폰을 뺏은 결과 화면을 보는데 성공했다.
"내 사진 보고 있었어?ㅋㅋㅋㅋㅋㅋ"
반모때 찍은 사진이 내 프사였는데 그걸 보고 있던 건지 내 얼굴만 확대되어 있었다.
"..안 보여준다고 했잖아!!!"
"그러면 내가 보여주고."
얼굴은 붉어져가지고 소리를 지르는 순영이를 뒤로하고 최대한 예쁘게 셀카를 찍어주자 그 사진을 하염없이 보다가 신이 났는지 일어나서 방방 뛴다.
귀여워... 대지 뿌셔.. 아파트 뿌셔.. 지구 뿌셔.. 행성 뿌셔.. 우주뿌셔.. 다 뿌셔..
"이제 짐씅 얼굴 선명하게 계속 볼 수 있어!!"
"그렇게 좋아?"
"아니."
"이제 나 닮아가니? 왜 이렇게 단호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그랬어."
"내놔. 지워 버릴 거야."
"싫다고는 안 했어.. 그냥.. 그렇게 좋지는 않고 그냥 좋아."
"그게 좋은 거 아니야???"
"조금."
가끔은 너무 때리고 싶은데 가끔은 너무 쓰다듬어 주고 싶어.
오늘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걸 꾸욱 참고 집 밖을 나선다.
<뭐 필요할 때>
"짐씅 이리와 봐아아아"
"응?"
"나 보면서 대답해줘야지.."
"왜?"
"이거 봐."
순영이가 보여준 건 단순한 닭사료였다.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순영이는 어서 대답해달라는 듯이 내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짐씅 나 이거 먹고 싶어."
"닭 아무 거나 잘 먹는다며."
"닭으로 가끔 돌아오면 짐씅 음식 먹기엔 너무 크단 말이야.."
"이거 시켜주면 뭐해줄 건데?"
"주인 원하는 거 아무거나. 내가 원하는 것도 좋고."
Q. 닭이 저런 표정을 지으면 무슨 의미인가요?
A. 모두가 생각하는 거죠.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야."
"말만해. 다 들어줄게."
"순영이 울리는 거~! 수녕아 울어봐! 어서! 난 너가 울 때가 제일 좋아!"
"수녕이 이제 아무 때나 막 안 울어."
"오 상남자 다 됐네!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순영이의 핸드폰을 들어 내 셀카 하나를 지워버렸다.
반응은 바로 오지.
"짐씅 나빠!!!!!"
화로 시작해서
"다시 살려내ㅠㅠㅠㅠ 짐씀 나가면 나 뭐 보고 살아ㅠㅠㅠㅠㅠ"
"순영아 간지나는 닭이 되고 싶어?(feat.프로듀스101) 그러면 이렇게 울면 안 돼."
"다 필요 없어.. 짐씅이랑 안 놀아.."
구석에 가서 벽에 머리를 박으며 중얼거리는 참기 힘든 귀여움에 내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텼다.
그냥 귀여워할 걸 왜 그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순영아 슬플 땐 사람음식이지."
과자를 쥐어주니 더 우울해지는 순영이다. 슬픔은 음식으로 이겨내는 법.
영원히 너에게 사료는 없다는 뜻이야.
끝이 될 수도 있고 시작이 될 수 있는 닭썰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더 쓰겠습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는 건 모든 다 해드릴 수 있는 세하 아니겠습니까!!!?
제가 꼭 써보고 싶었던 반인반수물입니다! 닭이라서 멋이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귀여움이 가득하니 좋네요!!!
반인반수물 너무 재미써..! 짜릿해..! 늘 새로워..!!
재밌게 즐겨주셨다면 다행이겠지만
재미가 없었다면 우러규ㅠㅠㅠㅠㅠㅠ순영이 짤처럼 엉엉 울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저 지금 굉장히 진지한데 사랑합니다♥
알러뷰 쥬뗌므 아이시떼루 워아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