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 - 코 끝에 겨울
+) 00편 있어요 ㅠㅠ
[EXO/징어] 헤어집시다, 우리 (부제: 균열) 01
" 지금 장난해요? 어떻게 프로젝트 컨셉을 방금 서류로 이해한 나보다 몰라. 혜빈 씨. 거기에다 컬러매치를 그런식으로 해버리면 이미지가 탁하게 느껴지잖아, 안 그래? "
" 죄송해요, 팀장님..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입힐게요. "
" 하... "
카메라에 담기자 마자 모니터로 바로 전송되어 오는 화보들을 바라보며 이마를 짚었다. 진짜, 총체적 난국이야. 코리안 웨이브는 개뿔 이대로 가다간 죄다 망하지. 화보 사진들
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찍어 가면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지적하는 심기가 꽤나 불편하다.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놓자 마자 지속된 기류에 초조함이 물밀듯 나를 덮쳤다.
너머로, 옷의 핏을 수정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의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던 찰나, 밀려오는 짜증에 소리쳤다. 그래, 오징어. 공과 사는 구분하자. 아마추어 아니잖아.
" 아니, 그거 말고! "
스튜디오 중앙에 널부러져 있는 다양한 의류들과 악세사리들 중 몇 가지를 잡아채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에게 집중되는 여러 쌍의 눈동자들을 애써 무시한 체, 스타일리스트
의 손길이 매달려 있는 종인에게로 다가갔다. 스타일리스트가 한 걸음 물러서자, 종인의 손목에 걸려 있던 팔찌를 빼내고 시계를 채웠다.
" 카이 씨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스포티한 악세사리는 너무 미스야. 그리고, "
한 걸음. 발걸음을 옆으로 옮겼다.
" 찬열 씨는 다정하고 자상한 이미지가 강하니까, 그런 매니악한 반지말고 심플한 링으로 가죠. "
찬열의 오른 쪽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들을 빼내고는 장식이 심플한 링으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반지를 확인하려는 찰나,
" 안뺍니다. "
낮은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왼속 약지에 끼워져 있던 실버 링에 시선이 빼았겼던 징어가, 이내 찬열의 손을 내려놓고는 얼굴을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 ..그러세요. "
징어가 등을 돌려 발걸음을 의상실로 옮겼다. 등 뒤로, 포토그래퍼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찰칵거리는 소리만이 가득 들렸다.
**
" ..하아.. "
스튜디오의 철문을 마주한 체, 등을 벽에 기댄 징어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배달이 오자마자, 샷이 더블로 추가 된 자신의 몫인 아메리카노를 들고 쏜살같이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담배가 말린다는 기분이 이런걸까. 지친 얼굴로 눈을 꼬옥 감은 체 커피를 한모금 물었다. 입 안으로 침범하는 아메리카노의 씁쓸한 향처럼 기분이 썼다.
" 변했네. "
느껴지는 인기척에 눈을 뜬 징어가 눈 앞의 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 준면 오빠. "
남자라기엔 하얀 얼굴을 가졌던 사람이였는데, 연예인 관리라는 것을 꾸준히 받아왔는지 더욱 하얘진 것 같았다. 마치, 너무 하얘서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 커피라고는 달디 단 바닐라 라떼만 먹던 애가. 아메리카노라니. "
" ........ "
" 많이, 변했구나. "
" 1,2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8년이예요. "
" 징어야. "
" 사람은 누구나 변해요. "
" ....... "
" 신인이였던 엑소가 누구나 다 아는 한류스타가 된 것 처럼. "
" ....... "
" 시간은 사람들을 변화에 무뎌지게 만들죠. "
" ....... "
" 연예계라는 세계와 공존할 수 없을 것 처럼 느껴졌던 오빠도, 진짜 연예인이 다 되었네요. "
" ....... "
" 신기하다. "
징어가 낮게 탄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면이 힘빠진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 그렇지? "
" ....... "
" 그리고 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
" ....... "
" 머리를 조아리기만 해야 했던 우리들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
" ....... "
" 더 이상 나약하지 만은 않아. "
" ........ "
" 보고 싶었어. "
" 오빠. "
" 내 동생. "
준면이 그 말을 끝으로, 징어의 머리 위로 손을 살짝 얹고는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남겨진 징어는 이미 식어,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를 마저 들이켰다.
머리가 아파왔다. 잠잠해졌던 두통이 다시 찾아오는 듯 했다.
**
" 팀장님, 오늘 진짜 감사해요. 팀장님 안계셨으면 저희 진짜 "
끽.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하던 지현이 징어의 손을 꼬옥 잡고는, 계속해서 고맙다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저기서 화보 촬영이 끝난 스튜디오를 정리하느라 바
쁜 스탭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보그 7월호의 표지를 장식할 사진들을 에디터와 조율한 뒤 셀렉한 징어가 책상위에 널부러져 있는 서류들을 챙겨들었
다.
" 이놈의 회사, 관두던가 해야지. 진짜, 휴가중인 사람을 불러내는게 말이나 되? 외국에서는 어림도 없어. "
" 에이이, 팀장니임. 그래두 절대 그만두시지 마세요, 안되요. 저희 진짜 망해요. "
헤헤. 미소짓는 지현의 어깨를 대충 두드린 징어가 흘러 내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 지현씨, 뒷정리는 부탁할께? 나, 빨리 빈이한테 가봐야 될 것 같아서. "
" 아우, 당연하죠! 어서 가보세요!! "
" 그래. "
팀장님, 안녕히가세요!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인사에 손을 흔들어준 징어가 스튜디오를 나섰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구두 굽이 걸릴까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간 징어가,
주차장을 배회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징어의 손목을 낚아채었다. 반동에 몸이 돌려진 징어가 손목에 느껴지는 악력에 인상을 찌푸렸다.
" 찬열아. "
찬열은 아무 말 없이 징어를 끌고,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차로 이끌었다. 삐빅. 차의 잠금이 해제되고 조수석의 문을 열어재낀 찬열이 멀뚱하게 서 있는 징어를 보며 시니컬 하게 말했다.
" 타. "
" 나 차 있어. "
" 타. "
" 안 타. "
" 타. "
찬열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징어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찬열 또한 아무 말이 없었다. 징어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너 정말 왜 이래. "
" 왜 이래? "
" ....... "
" 몰라서 물어? "
" ...찬열아. "
" 입 다물고, 타. "
징어가 입술을 짓이기듯 깨물고는, 이내 조수석으로 허리를 굽혔다. 징어가 타는 것을 확인한 찬열이 운전석의 문을 열고는 자신의 몸을 구겨 넣었다.
" 안전벨트 매. "
딸칵. 안전벨트의 잠금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찬열이 시동을 걸었다. 거칠게 으르렁거리며 출발한 차가 어둠에 잠식된 서울 도심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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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기대이상의 반응에 후다닥 1편을 휘갈겨 왔어요 ㅠ_ㅠ 1편이 기대이하면 어쩌죠? (((((((리버))))))) 2편도 기대..해..주실거죠? 독자님들의 댓글에 힘이 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