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in 조선
w. 표범
“ 아오씨… 머리 아파 죽겠네. ”
어제는 또 무슨 망나니짓을 했더라. 학교 종강기념으로 동기들이랑 주점에서 술을 마셨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의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필름이 끊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 얼마나 내가 망나니짓을 했을지 눈에 선했다. 설마 전정국(현 짝남)한테 추태부린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쯤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근데 요상하게 드라마에서만 보이던 방의 모습에 나는 숨을 멈췄다.
“ 여긴 또 어디야? ”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난 나는 방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우리 엄마가 좋아하던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물건들이 사방곳곳에 널려있는 게 이상했다. 아날로그틱한게 아무리 좋아도 이 정도로 옛날 물건들이 즐비한 집이 존재할 리가 없을텐데. 그 순간 나는 내가 종강 때 입었던 청바지가 아닌 한복처럼 생긴 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아가씨 일어나셨네요! 주인어른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 지 모릅니다. ”
“ 아가씨…? ”
“ 아가씨 어디 편찮으세요? ”
“ 누, 누구신데…. 혹시 저 아세요? ”
갑자기 열리는 문 소리에 깜짝 놀라 문을 쳐다보자 열댓살도 채 안 돼보이는 여자아이가 대뜸 들어오더니 나보고 아가씨라 부르길래 나는 당황했다. 그 여자아이도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입고 있는 치마에 비해 질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꼬질꼬질한 옷이었다. 머리를 하나로 땋은 여자아이는 내 말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더니 큰 소리로 주인어른이라고 외쳐대더니 방을 부리나케 나갔다. 나는 열려있는 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에 생각하는 걸 그만하기로 했다. 사극 드라마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에 입을 떡 벌리고는 내 뺨을 내려챘다. 씨발! 진짜 아프다.
“ 꿈이 아니야?! ”
나는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치마가 올라갔는지 치마에 가려져 있던 버선을 신고 있는 내 발목이 보였다. 여름에 귀찮다고 썬 크림을 안 바르고 다니다가 까맣게 그을렸던 내 피부가 맞는지 엄청 하얬다. 심지어 술살 때문에 묻힌 내 발목뼈도 도드라져 있었다. 내 발목이 맞는 지 요리조리 몇 번 만졌을 쯤에 콧수염을 기른 아빠와 함께 아까 뛰쳐나갔던 여자아이가 급하게 방에 들어왔다.
“ 연화야 이게 무슨 소리냐! ”
“ 연화가 누구…. ”
“ 네 이름이잖니! 장난은 그만 하거라! ”
나는 굉장히 진지한 아빠의 모습에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빠는 굉장히 근엄한 얼굴로 어디 아프냐로 시작해서 걱정을 가정한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데 나는 그냥 고갤 숙이고 손장난만 계속 쳤다. 아빠는 헛기침을 하더니 그만 쉬려무나라고 하고는 나갔다.
“ 아가씨! 정말 괜찮으신겁니까!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
바깥에서 계속 기다린 건지 여자아이가 다시 들어오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했다. 나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지만, 엄마 옆에서 봤었던 드라마를 곱씹으며 최대한 사극말투를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 그래, 장난 한 번 쳐본 것이다. 네 이름이 뭐였었지? ”
“ 연우입니다. 정말로 괜찮으신 거 맞으십니까? ”
“ 그렇대두! 그… 바깥에 나가고 싶다…. ”
“ 준비하겠습니다! ”
이름이 연우인가보네. 내가 읽던 팬픽 여주 이름이랑 똑같아서 잠깐 흠칫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연우는 할머니집에서 봤을 법한 화장대로 날 데려가더니 앉혔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빗질하며 묶기 시작했는데, 연우는 가만히 앉아있는 내 행동에 의아해했다.
“ 어라? 오늘은 분칠 안하셔요? ”
분칠? 화장얘기인가? 연우의 말에 나는 도자기들로 시선을 돌렸다. 붓으로 보이는 걸 대충 집고 도자기 뚜껑을 열었다. 오, 이게 립스틱인가보네. 나는 붓으로 묻혀서 입술을 칠하기 시작했다. 입술을 칠하고 퍼프로 보이는 걸 집어 흰 분을 묻혀서 얼굴을 두드렸다. 연우는 헝클어져있던 내 머리를 금세 정리하고 땋아올렸다.
“ 아가씨 고르세요! ”
연우는 머리 장식으로 보이는 것들을 꺼내 보여줬다. 나는 속으로 감탄사를 삼켜냈다. 이, 이걸로 할래. 연우는 나비 장식을 머리 곳곳에 쑤셔 넣었다. 벌써부터 피곤했지만 몸을 일으켰다. 마루에 앉아서 신발을 신으려고 고갤 숙이자 연우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 아가씨! 뭐하시는거에요! 아랫것한테 고갤 숙이면…! ”
“ 엥? ”
“ 어서 고개를 드세요! ”
연우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연우의 말에 숙인 고개를 다시 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목을 꼿꼿하게 세운 채로 신발을 신었다. 신발이라고도 하기 뭐한 고무신이었지만 되게 화려한 무늬로 색칠되어있었다.
“ 와… 집 한 번 존나 크네. ”
“ 네? 뭐라고 하셨어요? ”
“ 아… 아니. ”
엄청 큰 기와집이었다. 마당도 엄청나게 넓었고 마당엔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쓸어대는 연우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도 있었다. 연우를 따라서 조금 걸으니 시장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우와.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표범이에요 (。╹ω╹。) 처음 써보는 소설이라 되게 떨리네요 ٩(๑°∀°๑)۶ 이름만 조선이지 조선이랑 관련없는 내용이랑 문화가 많이 나올테니깐 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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