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가고 있다고. 쫌 ! "
- 삼.이.일.
" 문 잠그면 뒤져. 진짜!! "
- 땡.
" 아, 병신아! 바로 앞이라고! "
- 그런데 어쩌냐. 어깨 형이 이미 너보다 훨씬 먼저 왔는데.
" ...? "
- 오늘 잡혔던 약속 깨져서 그냥 왔대. 근데 니 집에 없는 거 보고 존나 뿔남.
" ... "
- 앗싸, 오늘 김탄소 제삿날! 야, 쨋든 됐고 빨리 오기나 해. 끊어.
씨발. 좆됐다. 전화가 끊겼음을 알리는 경보음 소리가 귓가에 계속 울려댔다. 어깨오빠 분명히 오늘 약속있다고 밤 늦게 온댔는데. 아아, 하늘이시여. 갑자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아. 일단 우리 집에 사는 이들을 먼저 설명하자면. 물보다 진하다는 그 '피' 로 이루어진 가족은 아니고. 그냥 하숙집 가족, 아니 이건 너무 정 없으니까 대충 613 패밀리라고 하자. ( 사실 다른 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 김탄소는 몇 년 전, 당당하게 미자딱지를 떼고 그 대단하다는 인서울 대학을 붙었다. 자취방을 구해준다던 엄마는 혼자 살면 위험하다며 하숙집을 구해줬다. 근데 남자 일곱명이 드글거리는 아파트라니. 엄마. 여기가 더 위험한데?
하던 생각도 이미 사라진 지는 오래지만, 뭐. 그럼 이제부터 하숙집 패밀리 구성원들을 소개하려 한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해서 말하는 거지만, 얼굴이 반반하다고 해서 속지는 말아요. 그 중에도 함정은 있으니까.
일단 첫 째 김석진. 어느새 반오십을 넘겨서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어깨 오빠. 대학교를 재학 중일 때에는 나름 훈남 과탑오빠라는 소리를 듣고다녔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눈 밑에 꺼먼 다크서클을 달고 오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다정 킹에 부드러운 남자지만 내가 1분이라도 통금시간을 어기는 날이면 등 뒤에 달고있던 천사의 날개가 어느새 악마의 뿔로 둔갑해있다.
그래도 통금시간 10시는 너무하지 않냐고!
그다음 둘 째 민윤기. 뭐, 말많은 할머니. 이 정도면 정의가 되려나? 집 안에 작은 작업실을 두면서 곡작업하는 멋진 프로듀서다. 근데 곡작업 할 때 이외에는 어디서도 민윤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김태형 피셜로는 일이 없을 땐 침대 위에서 내려오지를 않는다고 ㅇㅇ.
셋째 정호석, 김남준. 호석오빠는 해피바이러스, 희망 그 자체다. 가끔씩 어깨오빠나 윤기오빠가 화날 타이밍에 되도않는 애교를 해서 얻어터지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패밀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아주 소중한 존재다. 또, 유명한 댄스그룹에서 스트릿 댄서를 맡고 있다. 저번에 공연을 보러 오라며 장소를 알려주길래 친구들과 갔었는데 우리 오빠지만 참 멋있었음. 그건 인정.
남준오빠는 파괴의 신. 손만 대면 물건을 부순다. 저번에는 윤기오빠의 작업실에 몰래 들어가서 음악장비를 건드렸다가 산산조각이 난 적이 있었다. 어우. 그 날 우리 패밀리 완전 풍비박산. 하지만 이런 모습과는 다르게 감성이 짙은,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기도 하고 마음이 착잡한 날에는 방 안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시를 쓰고는 한다. 아.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모으는 취미도 있음. 요즘은 노랑이에서 똥색으로 갈아탄 것 같던데.
넷 째 김태형, 박지민. 그리고 나, 김탄소까지. 스물 세살의 파릇파릇한 청춘들이다. 근데 김태형이랑 지민이는 어떻게 된 건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셋 다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떡국도 똑같이 스물 세그릇을 먹었는데. 도대체 왜 !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민이는 그야말로 핸섬가이다. 웃을 때는 눈이 어찌 그리 귀엽게 접히는지 볼을 앙 하고 물어주고 싶다. 성격하면 빠지지 않는 게 또 지민이다. 내가 통금시간을 어길 때마다 화를 내는 석진오빠가 있는 반면에, 지민이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너무 늦지는 말고. 조심히 놀다 와."
그리고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지민이가 있다면 천하의 개새끼 김태형이 있다. " 삼초 안에 안 들어오면 문 잠근다. 삼이일땡. 앗싸. 너 오늘 제삿날. 형한테 다 일러야지. "
후, 시발. 얘가 바로 내가 말한 함정이다. 얼굴이 잘 생겼다고 해서 절대로 환상을 갖지 말라니까? 도대체 얘가 어떻게 613 패밀리인 건지.
마지막으로는 막내 정국이. 아니 정국오빠. 잘 생기면 다 오빠야. 사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지만 정국이랑 나는 그렇고 그런 사이다. 뭐 사귀는 거 그런 건 아니구. 그냥 ... 썸 ... 뭐 그런 거라 해야하나. 솔직히 남녀가 한 집에서 살을 부대끼며 사는데 로맨스가 없을 수가 있습니까? 체대를 다니는 정국이는 가끔씩 있는 장기훈련이 잡힐 때마다 집에 얼굴을 비추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내 맘도 남아나질 않고. 헝. 울어도 되나.
어쨌든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오늘 약속이 있다며 밤 늦게 들어올 거라는 어깨오빠의 말에 친구들과 술을 한 잔 걸친 나였다. 12시까지만 들어가야지, 하면서. 그런데 이게 뭐람. 이런 게 어디있냐고. 어깨오빠가 부리는 히스테리를 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미치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태형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집 앞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결국은 도어락을 열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신발을 대충 벗어두고 거북이 마냥 고개를 빼꼼 내밀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 때, 방에서 나오는 김태형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 어깨오빠는? "
" 어깨형? 아직 안 왔는데? "
" ... "
" 왜? "
" ... 진짜 한 번 뒤져볼래? "
" 왜? "
" 지금 왜라는 말이 나와? "
" 안 돼? "
" ... 개새끼야 !!!!!!!!!!!!!!!! "
김태형이 지 방으로 몸을 숨긴 건 순식간이었다. 문을 두드리며 빨리 못나오냐고 소리를 마구 쳐댔더니, 그런 나의 행동에 얼굴을 드러낸 건 애꿎은 정국이와 호석오빠였다.
" 무슨 일이에요? "
" ...아, 그게. 아니! 김태형이! 나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어깨오빠 벌써 집에 왔다면서 빨리 오라는 거야! 그래서 뛰어왔는데 오빠가 오긴 개뿔. 김태형이 거짓말 친 거였어. 이 개새끼. "
" 누나가 잘못했네요. "
" 어? "
" 걱정되니까 빨리 들어오라고 한 거잖아요. 늦을 것 같으면 연락이라도 해주던지. 걱정되서 잠을 어떻게 자요, 우리가. "
아, 심쿵. 심장에 무리왔다. 그러게 정국이처럼 말을 예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 자다가 일어난 건지 정국이 뒤에서 두 눈을 부비던 호석오빠는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 그래그래. 한 번만 더 늦으면 호도기 진짜로 삐질꼬얌! "
" ...알았어요, 앞으로는 절대로 늦으면 안 되겠다, 오빠 애교 보기싫어서라도. "
" 어? 뭐라고? 못 들었어. "
" 아녜요! 아무 것도! "
" 그래그래. 그럼 탄소 통금시간 어긴 기념으로 치킨 콜? 호도기가 쏠게. "
" 헐. 진짜요? 오빠가 쏘는 거? 그럼 완전 콜이져! "
치킨을 쏜다는 호석오빠의 말에 슬그머니 문 밖으로 몸을 내놓은 김태형이었다. 그 사이를 틈 타서 김태형의 머리 한 방을 크게 휘갈기니 아! 하며 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는 김태형이었다. 아까는 아주 나 제대로 놀려먹더니 꼴 좋다.
역시 김태형은 우리 613 패밀리의 완벽한 함정이야.
놀러오세요, 613호 !
written by 쩡사
" 쩝쩝, 근데. 지민이랑 다른 오빠들은 왜 아직도 안 왔어요? 석진오빠는 약속때문에 늦는 건 아는데. "
" 아, 좀 다 삼키고 말해. 병신아. 역시 김탄소, 매너 꽝. "
" 아, 좀 닥쳐. 넌. 아까부터 빡치게 할래? 니는 613 패밀리의 유일한 함정이야. "
" 뭐? 함정? 그러는 너는 뭐라도 되는 줄 ㅇ, "
" ... 둘 다 그만 좀 해요. 둘이 눈만 마주치면 싸워. 이래서 집이 조용할 날이 있겠어요? 곧 형들 온다니까 좀만 기다려요. "
낮게 읊조리는 정국이의 말에 우리는 둘 다 입을 다물고 눈만 부라려댔다. 저 놈의 김태형을 콱.
" 곧 온대? 다? "
" 네. 만나서 다 같이 오는 중인 것 같은ㄷ..."
" 여!!!!!! 오빠 왔다 !!!!!!!!!! "
" 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
" 호랑이? 무슨 얘기했어? "
" 아니요. 그나저나 손에 든 그건 뭐에요? 설마 치킨? "
" 응. 치킨인데. 너네끼리 먼저 먹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것도 너네끼리만. "
" 아, 아니 ... 우리끼리만 먹으려고 했던 거 아닌데, 진짜 ... 어깨오빠 것두 당연히 남기려 했져 ... "
" 거짓말 치지마. "
" 진짠데여? "
" 뻥치지 말라니까. 너네 그거 두마리밖에 안 되잖아. 나 혼자 두마리 먹는 거 알면서 되도않는 거짓말 치려고하네. 탄소 많이 컸다? "
" ...... 헹 ....... "
양 손에 치킨 봉지를 쥔 채 들어오는 석진오빠의 뒤에서 후광이 보였다. 석진 오빠 뒤로 졸졸 들어오는 넷째들과 지민이도 보였고. 윤기오빠는 먹는 것에는 역시나 흥미가 없는 건지 잘 거라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남준오빠와 지민이는 내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 석진오빠까지 들어오니 맞닿아오는 지민이의 무릎에 나 혼자 실실대며 느끼고 있던 찰나.
" 어유. 김탄소. 저거 표정 봐라. 박지민 지 옆에 앉았다고 헤벌레하는 것 좀 봐. "
" 뭐래. 넌 제발 하루라도 시비를 안 걸 수 없냐? "
" 아. 둘 다 그만 좀 하라니까요. 그리고 탄소누나 지민이 형한테 그런 마음 안 품거든요? "
김태형과 또 한 번 싸움이 붙으려는 순간 나를 감싸주는 정국이의 말에 또 한 번 심쿵. 설마 정국이 저거 질투?
" 그래애. 김태형, 너. 탄소한테 시비 좀 그만 걸어. 집에 여자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렇게 못 되게 굴어야겠어? "
" 여자~? 여자~? 박지민, 너 방금 여자라고 했냐. 니 눈에는 얘가 여자로 보여? 여자는 개뿔. 힘만 쎈게 최홍만 같아서는. "
" 뭐? 최홍만? 이 개새끼야 !!!!!!! 니 진짜 장난하냐? "
" ...아, 탄소야아. 너도 너무 흥분하지 말고. 태형이 쟤가 원래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장난 많이 걸고 그런 이상한 버릇 있는 거 알잖아. "
" 좋아해? 내가 김탄소를? 미쳤냐? 그런 마음 눈곱만큼도 없어. "
" 야. 김태형.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성낼 놈이 누군데 지금 지가 씅을 내고있, "
그 때였다. 우리 두 눈 바로 앞에서 나무젓가락이 공중부양 한 것 말이다. 어깨오빠가 바닥으로 내리친 나무젓가락이 순간 우리 시야에 보였다가 사라졌다. 순간 정적이 된 집 안에서는 어깨오빠의 목소리만이 울려댔다.
" 김탄소. 김태형. 일어나. "
씨이발.
" 둘이 마주 보고 서. "
설마.
" 손 마주 잡는다. 실시. "
하. 좆같다.
거의 한 달만에 실시된 어깨오빠의 613 패밀리 화해법이었다. 더럽다는 표정을 지은 김태형과 내가 손 끝만 대충 대고있으니 ' 제대로 못 잡아? ' 하는 석진오빠에 못 이겨 두 손을 땀 날 정도로 꽉 쥐어댔다. 그제서야 613 패밀리들 사이에서 픽픽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곁눈질을 하며 주위를 살피니
아직도 존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깨오빠,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는 정국이와 지민, 그리고 언제 나무젓가락을 부러트린 건지 우리는 안중에도 없이 눈치를 보고있는 남준오빠, 결국은 못 참겠다는 듯이 목젖까지 보여대며 캬학학 웃는 호석오빠. 그리고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윤기오빠까지. 그야말로 개쪽이었다.
대체 언제쯤이면 613호의 평화로운 날이 찾아올까?
하지만 613 패밀리는 지금부터 시작인걸.
놀러오세요, 613 호! |
안녕하세요. 쩡사입니다. 첫 작품을 이렇게 방탄 완전체 글잡으로 찾아 뵙게 되어서 넘나 기쁩니다 !!!!!!!! 오예!!!!!!!!! 음. 아직 부족한 유머감각에 부족한 글실력이지만 그냥 ... 킬링타임 용으로 봐주세요 ............ 헤헷 ...................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ㅁ^ ! 그러면 방나잇하세요!!!!!!!!!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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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