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X백현]
겨울병동
w.레녹
기어이 교통 사고가 났다. 여느 십대 폭주족들처럼 헬멧따위 쓰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도로를 누비다 트럭과 부딫혀 사고가 난 것. 찬열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는 병원으로 옮
겨지고 난 후였다. 온 몸이 쑤셨고 정신이 몽롱했다. 찬열이 눈을 뜨자 침대 곁에서 저를 초조하게 지켜봐왔을 부모님이 놀라 저의 손을 꽉 잡아왔다. 괜찮니? 어머니가 물었
다. 찬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찬열의 집안은 한국에서도 한가닥 하는 집안이었다. 이름 난 국회의원 아버지, 미대교수인 어머니, 대학병원 과장인 형, 텔레비전에도 나올만큼 실력있는 미술가인 누나.
그 속에서 찬열은 부모님의 기대와 형, 누나들의 짱짱한 스펙에 부담감을 느끼며 서서히 엇나갔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담배와 술에 손을 댔으며 몇 달 전부터는 오토바
이까지 타고 다녔다. 부모님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찬열을 보며 혼을 내기도, 매를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크게 다치니 꽤나 걱정하셨던 모양이었다.
꼬박 석 달을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리가 부러졌다. 것도 가루처럼. 그리고 어깨뼈도 부러졌고, 내장파열도 있다고 했다. 어찌됐든 찬열은 온 몸의 뼈가 부러졌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었던 찬열은 일반 입원실로 옮겨졌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잘 사는 집안인 찬열네 부모님이 찬열을 곧장 일인실로 입원을
시켜서, 찬열은 적잖이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부모님이 사다준 노트북으로 컴퓨터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밖에 나가고 싶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찬열은 휠체어를 타야했다. 간병인 아주머니를 불러 겨우 휠체어에 앉았다. 학생, 내가 밀어줄까? 휠체어를 밀어주겠다는 간병인 아주머니께 거절의 의
미로 고개를 젓고서 혼자 바퀴를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소독약 냄새가 지독했다. 근 일주일간 맡았던 소독약 냄새지만 늘 적응이 되질 않는다. 혼자서 처음 끌어
보는 휠체어에 끙끙 대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겨우 도착했다. 크고 유명한 대학병원이라 환자며 방문객이며 의사며…, 하여튼 사람이 많았다. 층층 마다 서며 겨우겨우 올라오
는 엘리베어터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한참을 기다려 찬열이 있는 15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VIP병동까지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서 찬열이 탔을 때는 엘리베이터가 텅
비어 있었다. 끙끙 대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1층을 눌렀다. 찬열이 탄 엘리베이터는 얼마 안 가서 섰다. 분명 홀수층만 운행되는 엘리베이턴데, 14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섰
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인턴 둘과 간호사 하나가 바퀴달린 침대를 밀며 엘리베이터로 밀고 들어왔다. 변백현 환자, 갑자기 왜 이래? 인턴 하나가 소리를 꽥, 질렀다. 휠체어
에 앉은 찬열의 눈에 바로 침대에 누운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하얗게 핏기없는 얼굴. 가지런한 속눈썹. 혈색 잃은 마른 입술. 갑자기 왜 세미코마 상태냔 말야? 아까 그 인턴이
낮게 중얼거렸다. 다른 인턴은 연신 수동 호흡기를 꾹, 꾹, 누르고 있었다. 셋의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찬열은 그 셋의 얼굴을 보다, 다시 환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디가
아픈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환자의 얼굴에서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침대와 그 셋은 사층에서 내렸고, 찬열은 곧 도착한 일층에 도착해 휠체어를 끌고 내렸다. 복잡한 로비, 저 멀리 보이는 응급실. 부모님과 형, 누나는 바쁘다고 저를 찾아오지
않은 채 꼬박 다섯 밤이 지났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간병인 아주머니, 가끔 저를 체크하러 오는 젊은 남자 의사, 여자 간호사 둘. 그게 찬열을 찾아오는 사람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친구들도 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찬열의 친구라고 해봤자 찬열의 뒷배경과 외모만 보고 환심을 사려는 날파리들이 다였으니까. 찬열은 휠체어를 끌
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쌀쌀한 바람이 얇은 환자복 틈으로 찔러들어왔다. 그래도 바깥에 나오니 살 것 같았다.
여전히 병원은 복잡하고 바빴다. 찬열이 바깥에 있던 삼십 분동안 응급차 열대를 보았다. 피가 철철 흐르는 어떤 사람을 보며 저도 여기에 실려올 때 그랬겠지, 하는 생각이 들
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업혀 병원에 도착한 여자도 봤고, 병원 앞까지 다 와서 쓰러지는 사람도 봤다. 문득, 무서워졌다. 찬열은 서둘러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제가 지내
던 평화로운 입원실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
부모님이 간만에 찬열을 찾아왔다. 올 때는 역시 뭔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왔다. 게임기며, 책이며…. 형은 큰 수술이 잡혔다고 했고, 누나는 외국으로 전시회를 하러 갔다
고 했다. 그 둘은 오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찬열은 연신 제 상태를 물으며 걱정하는 어머니를 보며 작게 웃었다. 이렇게 저에게 관심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가끔 이렇게
크게 다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자고 가겠다는 어머니를 찬열과 아버지가 겨우 설득해서 저녁 즘에야 부모님이 돌아갔다. 근 몇 년만에 부모님과 장시간동안 얘기를 한듯 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제 뒷머리를
쓰다듬은 후로 처음으로 아버지가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빨리 나으렴, 하고 얘기해 주었다. 저를 위해 울었던 어머니도, '빨리 나으라'고 문자를 보냈던 형도, '못 가서 미
안하다'며 전화했던 누나도. 찬열에게는 낯설었다. 싫진 않았다. 몇 년만에, 저가 전혀 무관심의 존재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서 그런 거였을까.
*
찬열의 고집으로 찬열은 VIP병동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 일인실이 아닌 삼인실로 옮겨졌다. 삼인실이지만 병실에는 저와, 또 다른 한 명 그렇게 둘이 지내게 되었다. 게임
기며 책이며 노트북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온 찬열을, 이미 지내던 환자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찬열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엘리베이터 세미코마. 그였다.
안녕? 찬열이 인사했다. 하얗게 핏기없는 얼굴의 그는 그저 고개만 까딱했다. 몇 살이야? 찬열은 제 또래처럼 보이는 그에게 살갑게 물었다. 열여덟. 마른 입술이 그렇게 말했
다. 나도. 찬열이 웃었다. 그는 그런 찬열을 보다가 다시 무릎위 쿠션에 얹은 책을 읽었다. 숱이 별로 없는 옅은 갈색머리가 조금 자라 뒷목을 덮고 있었다. 마른 손가락이 책
장을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찬열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저도 책을 펼쳤다. 한 두 페이지를 보다 말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이름은? 찬열의 물음에 그는 찬열을 쳐다
보지도 않고 짧게 변백현, 하고 대꾸했다.
오랜만에 제 나이 또래를 보는 것 같아 찬열은 반갑기만 했는데 그는 전혀 아닌 것 같았다. 얘기할 틈을 주질 않았다. 한 번 의사가 찾아와 치료할 시간이야, 하면 어디론가 휠
체어를 타고 가서 몇 시간째 돌아오지 않았다. 찬열의 몸 상태를 보러 온 의사에게 비어있는 백현의 자리를 가리키며 쟨 어디가 아파요? 하고 물었다. 의사는 망설이다 백혈병,
하고 대답했다. 못 고쳐요? 찬열의 물음에 의사가 또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의사는 찬열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찬열이 빈 백현의 침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때 첫인상의 느낌이 맞았다. 삶의 희망이 없는 얼굴. 찬열은 약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 레녹 |
안녕하세옇ㅎㅎ 팬픽도 처음이고 엑소 팬픽도 처음써봅니당 갑자기 필받아서 슬픈 거 한번 써보고 싶어서...ㅋㅋㅋ 근데 글잡에는 불마크 달린 거 인기있는거 가틈...물논 저도 불마크달린거 좋아해여 으흐흐흫흐흫 일단 이 거 끝내면 불마크 달린 것도 한 번 써볼 예정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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