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민은 대회 이후 넋을 놓고 있을 때가 많았다. 매정하게 돌아섰지만 2년간의 기억을 완전히 잊는 것은 지민의 마음이 너무 컸기에 불가능해보였다. 하루에도 수천번씩 생각했다. 여주가 왜 나에게 그랬을까. 대회를 위해 한달간 학교를 빠졌던 그 때였다.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수가 뜸을 들이며 말을 꺼냈다. "지민아. 내가 너한테 예전부터 말할지 되게 고민한거있는데"
"응?" "김여주 있잖아" 지수 입에서 나온 여주의 이름이 왜인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그날 지수는 내게 충격적인 사실들을 말했다. 여주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싫어한다는 것. 처음에는 지수가 장난을 치는겠거니하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수는 장난이 아니었다. "니가 준 선물 그거 애들한테 뿌리고 다니는거 아냐? 니가 1주년 선물로 준거 김도연 가방에 달려있는건알아? 네가 준 향수도 김도연 손안에 들어있던데. 아 그리고 이거" 윤지수가 꺼내든건 내가 여주의 생일에 선물했던 여주의 이름과 내 이름이 새겨진 샤프였다. "너 이거 나한테 엄청 물어보고 고른거잖아" "이거 여주가 너 부담스럽다고 나 가지라고하더라" "네가 써준 편지 애들 돌려보는건 아냐? 너 여주한테 발렌타인데이 때 너랑 결혼하고 싶다 이런식으로 적었냐?" "그거 여주가 보고 너 꼴깝떤다고 하더라. 혼자 김칫국 마시냐고 하던데. 같이 있던 애들 다 돌려봤어. 애들 너 엄청 비웃던데 내가 진짜 한 대 치고싶은거 겨우 참았잖아" "걔 그런거 한두번 아니야 매번 그랬어. 니가 다칠까봐 이때까지 얘기 안했는데 더는 아닌거 같아. 내가 김여주한테 화도 내보고 했거든? 근데 걔 내가 어이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지민아 너 그만해 애들이 뒤에서 너 뭐라고 하는지 알아? 호구라고 해." "걔 되게 영리한거 너도 알잖아. 너 지금 그냥 걔항테 놀아나는걸로밖에 안보여. 걔는 너한테 편지 쓴적있어? 없잖아! 나 걔가 다른애들한테 편지쓰는거 엄청 봤는데 너한테는 어떻게 한장을 안쓰냐고"
순간 앞이 깜깜해지는 듯 했다. 윤지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지수가 하는 말이 거짓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들어맞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내가 쓴 편지와 선물까지 너무나 디테일하게 알고있었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수의 계속된 너무나도 섬세한 이야기는 마침내 내게 여주의 나에 대한 행동들이 거짓이었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했다. 한달 내내 마음이 허했다. 내 앞에서 짓던 웃음, 내게 했던 말, 내 손을 잡던 온기 모두 거짓말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일상생활이 되지않았다. 사람이 한꺼번에 큰 충격을 받으면 아무것도 먹지않아도 배가 고프지도 잠이 오지도 않는다는게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여주에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역시 내가 쓴 편지 내용과 선물,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들에 묻지않아도 그것이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내가 이렇게 한심한 놈이였구나. 한달에서 첫 일주일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정말 하루종일 불안했고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않았다. 여주로부터 오는 카톡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리면서도 이것도 다 거짓말인가 싶어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먹을수도 없었다. 연습이 끝나고나서 샤워를 하면서도 헛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그 다음 이주일동안 연습에 몰두했다. 이별에 관한 주제여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놀랍게 표현력이 늘었다며 만족하시는 듯 했다. 지수는 내 상태가 걱정되었는지 계속해 말을 붙혔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싶지 않았다. 여주의 생각이 날때마다 괴로운것은 여전했고 내 행동들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수치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일주일에 나의 상태는 꺼진 촛불같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든 의문은 사라지지않았다. 왜 난 진심이었는데 그 아이는 아니었을까. 왜 진김이었던 내행동들은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어떤 이유들을 생각해보아도 이해가 가지않았다. 여주가 너무 미웠지만 한편으로는 여주가 내게 했던 말들 ,행동들이 미련으로 남았기 때문에 차마 미워할수가 없었다. 이런 내가 너무 싫었다. 이런 나를 보면서 김여주 너는 얼마나 내가 재미있었을까. 한국으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왔을때 여주가 나를 찾아왔다. 가증스럽고 역겨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너의 모습에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나에게 연락의 부재에 대해 걱정스럽게 묻는 모습마저 거짓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거 같았다. 네게 차갑게 말을 뱉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내가 어떻게 너한테 이런말을 했을까. 너무 괴로웠고 또 원망스러웠다. 왜 너는 내가 이렇게 되도록 만든걸까 * 1일 1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을거같아 써봤습니다. 지민이의 이야긴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올려봤어요. 외전! 입니다. 어쩔수밖에 없었던 지민이만의 사정...!입니다. 어휴 제가 처음 올리는 글이라 그런지 넘나... 흐름이 매끄럽지않은것같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게 고민인데요...ㅠㅠ 아직 서툴러서 그렇겠져...이런 실수투성이 글임에도 많이 읽어주시고 꾸준히 댓글 써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나날이 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