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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 게시글입니다. 읽다가 모르는 게 있다면 질문하시면 돼요 *'ㅅ'*
Orchideus(오르치데우스)
; 지팡이에서 한 다발의 꽃을 나오게 함
5. 새로운
민윤기와 박지민 틈에서 끼여살기를 몇 개월째,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험 기간이 다시 다가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둘이 시험 기간에는 좀 잠잠하다는 것? 둘이 만날 때마다 얼마나 기싸움을 해대는지 사이에 끼인 나만 죽을 지경이었다. 한 쪽에서는 이삐야, 이삐야, 거리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뱀새끼 보기 싫다며 툴툴거리고. 아주 그 두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내가 힘만 있었어도 그냥 둘이 만날 때마다 성질을 잔뜩 내고 내 눈 앞에서라도 둘이 싸우는 꼴은 절대 못 보게 만드는 건데. 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쟤들이 너무 센데 어떡해. 내가 진짜... 어떡해. 한 명은 슬리데린에 한 명은 슬리데린 못지 않은 민윤기잖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석진은 그동안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박지민이 알아서 잘 처리를 해 줬겠지.
그나마 삶의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은 호석이 오빠 정도. 오빠와 함께 호그와트를 탈출해 호그스미드로 가 버터 맥주를 먹는 게 내 삶의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었다. 그것도 시험 기간이 되는 바람에 다 부질 없는 짓이 되어 버렸지만. 시험 기간이 되자마자 호석이 오빠는 점수를 좀 따야한다며 호그스미드 금지령을 내렸다. 사실 본인에게 내린 건데 항상 같이 가는 건 나였으니 나에게도 내린 것이나 다름 없어져 버렸다. 즉, 삶의 낙이 하나 없어졌다는 소리. 그리고 김태형 또한 이번에는 공부를 좀 해 보겠다며 호석이 오빠를 따라 도서관만 왔다 갔다 하며 제 기숙사에서는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태형은 봐도 안 봐도 상관 없으니까... 김태형이 들으면 서운하다며 또 눈꼬리를 잔뜩 늘어뜨릴 게 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인데 어떡해.
어쨌든 시험 기간이 되자 민윤기, 박지민 둘 중 하나라도 안 보는 것에 행복해졌다. 위압감만 잔뜩 느껴지고 불편한 박지민보다는 그래도 몇 개월 더 본 민윤기가 훨씬 더 편하잖아. 민윤기는 내가 놀려도 뭐라고 하지도 않으니까. 맞다. 민윤기하니까 생각났는데 호석이 오빠 대신 삶의 낙이 하나 생겼다.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안경 낀 민윤기를 볼 수 있다는 것. 동네 사람들... 민윤기가... 안경 쓰면... 얼마나 귀엽게요... 평소에는 냉해 보이는 표정도 안경만 쓰면 그렇게 새침해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안경 쓴 민윤기 볼 때마다 우리 융기, 안경 써써? 하며 혀 짧은 소리로 놀리는데 그럴 때마다 민윤기는 어이없다는 듯 잔뜩 노려보는 거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새침하고 귀여워서 실실 웃으면 민윤기도 결국 따라 웃고 만다. 그게 진짜 귀엽다. 하여튼 민윤기는 아닌 척 하는데 진짜 귀엽다. 진짜 너무 귀여워서 가끔은 얘가 나보다 오빠인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깨물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민윤기가 알면 또 난리에 난리를 치면서 얼마나 뭐라고 할지 예상까지 간다.
"야."
"..."
"야, 뭐 해. 공부 안 하고."
"윤기야, 왜 이렇게 귀여..."
뭐? 그래, 마치 지금 내 눈 앞에서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저 헤실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민윤기는 다시 한 번 뭐? 하고 되묻는다. 그런 민윤기를 알지도 못하고 저 볼을 깨물면 얼마나 말랑할까, 따위의 생각만 하다 내 쪽으로 손을 뻗어 책상을 툭, 치는 민윤기의 손길에 그제야 너갱이가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한심과 짜증이 섞인 민윤기의 표정이 보인다. 어? 상황 판단도 제대로 못한 채로 민윤기에게 되묻자 민윤기는 방금 뭐라고 했어, 하며 다그치듯 묻는다. 방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또 되물으면 민윤기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하지만 안경 때문에 민윤기의 귀여움이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에 하나도 겁이 안 난다. 민윤기는 차마 제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만 연신 달싹거리다 이내 됐다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 버린다. 뭐야, 싱겁게. 그런 민윤기의 반응에 김이 빠져 나도 고개를 숙이는데 그제야 넋이 나간 채로 생각만 하던 것을 민윤기에게 그대로 실토한 것이 생각났다. 와, 진짜 미쳤지. 입을 떡 벌리고 민윤기를 쳐다보자 또 그 시선은 귀신같이 알아챈 민윤기가 뭐, 하고 고개를 든다. 아니, 윤기야. 미안함에 입을 차마 열지도 못하고 애꿎은 윤기 이름만 부르다 결국 실없이 웃어 버리자 민윤기는 또 곧바로 눈치를 채고는 저도 웃고 만다.
내가, 그게... 생각만 하려던 게. 그래도 변명은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고선 구구절절 말을 하자 민윤기는 한참 듣다 알아, 하고 답한다. 어? 그에 또 어리둥절해진 내가 말을 멈추고 민윤기만 빤히 바라보자 민윤기는 한심하다는 듯 날 힐끔 보고는 안다고, 하고 다시 제 책으로 시선을 둔다. 그 모습을 멍하게 보다 결국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와, 진짜 민윤기... 고단수네.
-
사실 시험 기간에는 민윤기보다 남준이 오빠랑 더 자주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었다. 남준이 오빠는 귀찮지도 않은지 내가 물어보는 것마다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고, 어떤 문제의 유형이 나오는지, 어떤 교수님이 어떤 답을 좋아하는지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이래서 내가 호석이 오빠랑 남준이 오빠를 제일 좋아한다, 진짜로. 오빠들이 없었으면 진짜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막 그렇다. 내가 약 다섯 번째로 틀리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친절히 설명해 주는 남준이 오빠를 보다 떠오르는 호석이 오빠와 남준이 오빠 생각에 흐뭇하게 웃자 열심히 설명을 하다 이내 고개를 들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오빠의 물음에 아니, 하고 짧게 답하자 오빠는 아직도 모르겠어? 라며 친절히 설명을 해 준다, 또.
"어... 사실 여기가 아직도 모르겠어?"
"여기? 그럼 이건 알겠어?"
"어..."
"이걸 이해해야 여기 뒤에 걸 이해할 수 있는데."
아, 이건 알겠다. 한참 문제를 노려보다 겨우 이해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이자 오빠는 바로 그 뒷부분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건 이래서고, 저건 저래서야. 명쾌한 오빠의 설명을 들으니 곧바로 이해가 가는 것 같아 아, 하고 작게 탄식하자 그제야 오빠도 옅은 미소를 보이며 그럼 이것도 알겠지? 하며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하나 보여준다. 어... 이건 이렇게, 어... 이렇게 하면 된다. 맞지? 낑낑거리며 다 풀고는 오빠를 올려보자 문제를 잠시 살피던 오빠가 잘했네, 하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김태형이 이렇게 했으면 곧바로 김태형 머리도 잔뜩 흐트려 놓았을 텐데 남준이 오빠한테 받으니까 그냥 칭찬 받는 것 같고, 뿌듯하고, 기분이 좋기만 하다. 역시 어떤 행동이든 하는 사람이 중요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또 헤헤거리자 오빠는 영문도 모른 채로 같이 웃는다.
이것까지 맞히면 이 유형의 문제는 모조리 맞힐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오빠는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내게 보여줬다. 오... 미치겠는데.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한숨만 푹푹 쉬어대니 괜히 옆에서 눈치를 보던 오빠가 많이 어려운 것 같아?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의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걸 하나 못 맞히는 내가 답답해서 작게 한숨을 쉬자 옆에서 오빠가 더 안절부절 못해 하는 게 느껴진다. 한참 문제를 노려보고 있다 겨우 펜을 들어 끄적거리기 시작하자 오빠는 옆에서 잔뜩 응원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앞에서 오빠가 가르쳐 줬던 것들을 천천히 생각하다 겨우 문제를 풀고는 오빠 쪽으로 슬쩍 밀어줬다. 덩달아 퍽 심각한 표정으로 답을 확인하던 오빠가 내 눈치를 힐끔 보고는 큰 동그라미를 그리며 살짝 웃는다. 잘하네. 덧붙이는 한 마디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뭔가 이번 시험은 느낌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어. 남준이 오빠와의 공부를 끝내고 잔뜩 지친 발걸음을 옮기다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작게 탄식하는 목소리 같기도,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의 탄성 같기도 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앞에 보이자 눈을 감으며 들고 있던 가방을 손에 꾹 쥐었다. 그래... 오늘은 좀 잘 넘어간다 싶었더니 꼭 마무리가 이렇다. 작게 한숨을 쉬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데 곧바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이삐야, 하는 목소리는 덤이다.
"응... 지민이네."
"이삐, 어디 가는 길이야?"
나 기숙사... 말 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자 박지민은 음, 하며 나를 위아래로 살짝 훑고는 예의 그 환한 웃음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뭐 했는데? 그런 박지민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그냥 남준이 오빠랑 공부했다고 하면 되는데... 되는데, 얘는 좀 무섭다. 남준? 걔가 누군데, 하면서 곧바로 인상을 굳힐 것 같다고. 내가 박지민과 몇 개월 동안 안면을 트고 지내며 느낀 것은 그런 것밖에 없었다. 특히, 박지민은 내 주위의 인간관계에 대해 좀 예민했다. 아니, 좀 많이... 고민하는 사이에 응? 하며 다시 나를 다그치는 박지민의 물음에 어쩔 수 없이 남준이 오빠랑... 하고 말을 꺼내자 박지민의 표정은 바로 굳었다. 봐라, 내가 얘 이럴 줄 알았다고. 속으로 연신 망했다, 망했다를 중얼거리는데 이상하게 박지민의 다음 반응이 없다. 괜찮은 건가. 종잡을 수 없는 반응에 잠시 고민하다 같이 공부했어, 하고 말을 끝내니 박지민은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보다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모야, 모야... 진짜 괜찮은 건가.
이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박지민의 표정을 살피는데 진짜 하나도 변함이 없다. 그냥 생글거리던 그 표정 그대로. 그러다 내 손을 잡아채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아니, 걸음이 다른데... 박지민에게 무언가 항변하려고 해도 제멋대로인 박지민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결국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그런 곳은 아니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기숙사 앞이었다. 아니, 데려다 줄 거면 좀 천천히 걷든가... 차마 박지민에게는 못할 말을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그새 박지민의 표정은 또 변했다. 아니, 아깐 분명 웃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라도 웃자 싶어 어색하게 입술을 끌어 올리자 박지민은 딱, 한 쪽 입술만 끌어올려 웃는다. 그 미소에 괜히 쫀 내가 움찔거리다 한참 날 빤히 보고 있다 내일도 공부할 거야? 하고 묻는다. 그런 박지민의 물음에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늘처럼? 하고 다시 물어온다. 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젓자 박지민은 또 그럼? 하고 묻는다. 얜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을까. 또 박지민에게는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생각하며 내일은 기숙사 방에서 혼자 하게, 하고 말하자 박지민은 또 음, 하며 잠시 고민한다.
"그럼 내일 같이..."
"아니."
"내 말 안 끝났는데."
분명 같이 하자고 할 거였겠지. 박지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리질을 치며 말을 하자 박지민은 그대로 표정을 굳힌다. 그런 박지민을 보다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자 박지민은 빤히 날 보다 어쩔 수 없지, 하고 중얼거린다. 다행이다, 같이 안 한다는 말이겠지? 박지민의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하고 어색한 목소리를 내자 박지민은 어딜, 하며 내 손을 다시 끌어와 자리에 세운다. 그러고는 한참을 본다. 그냥, 본다.
이제 좀 가고 싶은데. 한참 박지민과 눈싸움을 하듯 빤히 보고 있다 시간이 더 늦을 것 같아 박지민 손에서 내 손을 살살 빼내려고 비틀었다. 하지만 박지민이 누구야. 바로 눈치를 채고는 조금 더 힘을 줘 손을 꾹 쥔다. 아프지는 않지만 뭔가 좀 그렇달까. 괜히 눈치를 보며 기숙사 입구인 뚱보 여인 그림을 한 번, 박지민을 한 번 보자 박지민은 내 시선을 따라 저도 여인 그림을 힐끔 보고는 작게 웃는다. 이제 들어가야지. 그런 박지민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흔들자 박지민은 빤히 내려보다 이내 내 이마에 제 입술을 가져다댄다.
그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박지민은 싱글거리며 웃고는 입술을 뗀다. 내일 같이 공부했으면 계속 이렇게 하고 싶었을 것 같아, 이삐야. 그런 박지민의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멘붕이다. 아니, 얘 진짜 미쳤나 봐... 그 와중에도 몸은 부끄러움을 충실히 반영해 귀끝까지 뜨거워진다. 분명 얼굴이 빨개졌을 거야. 박지민의 작은 웃음소리가 부끄러움에 한 몫 한 게 분명하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게 있다 박지민에게는 잘 가라는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로 도망치듯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어, 왔네. 공부를 하다 질린 건지 그새 큐브를 들어 만지작거리던 민윤기가 날 힐끔 보고는 씩 웃었다. 그런 민윤기의 말에도 반응 없이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사이에 얼굴을 봤는지 너 얼굴 왜 그래? 하며 민윤기가 물어온다. 내가, 뭐. 그런 민윤기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해 말을 더듬자 민윤기는 더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민윤기는 눈치가 빨라서 분명 알 텐데. 입술을 꾹 물고는 잠시 고민하다 머리 많이 써서 그래! 하고 소리치고는 또 다시 도망치듯 방으로 달렸다.
미쳤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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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덕분에 시험은 잘쳤다. 민윤기도 미친듯이 피해다니고, 박지민도 미친듯이 피해다닌 덕분에. 눈치 빠른 민윤기가 마지막 시험까지 끝낸 후에 붙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물은 덕분에 민윤기에게 들키기는 했지만... 민윤기가 뱀새끼 죽여 버리겠다며 지팡이를 꺼내드는 것도 겨우 말렸지만... 덕분에 민윤기한테 소원 들어주기 같은 것도 만들어 줬지만... 그래도 시험이 끝났고, 그 시험을 매우 잘쳤다는 게 중요했다. 진짜 남준이 오빠 클라스. 기숙사에서 나와 집에 가기 전에 간만에 호석이 오빠도 만나서 호그스미드도 갔다. 오랜만에 본 오빠 얼굴에 눈물이 왈칵 나올 뻔한 걸 참는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물론 과장 조금 보태서.
급하게 집으로 간 김태형은 못 봤는데 덕분에 방학 때도 김태형을 봤다. 자기는 왜 안 만나주냐며 얼마나 징징거리던지. 솔직히 호석이 오빠 말고 내가 본 사람이 더 있냐고 김태형 멱살을 쥐고 짤짤 흔들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엄청 서운해 할 걸 알아서 마지못해 우리 집에도 초대하고, 같이 쇼핑도 하러 가고 그랬다. 소중한 방학의 일부분을 김태형한테 투자하다니... 솔직히 말을 이렇게 해도 재미는 있었지만.
하여튼 그렇게 긴 방학이 지나고 마침내 개학이 되었다. 와, 신입생이당. 아침부터 방방거리는 김태형을 보자니 괜히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같았다. 신입생이라니. 결국에는 김태형에 완전히 동화거려 헤헤거리는 모습을 보던 민윤기가 혀를 쯧, 하고 찼다. 그게 그렇게 좋냐. 민윤기의 물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는 턱을 괴고는 날 빤히 보다 앞머리를 살살 정리해 주었다. 그래, 좋을 때지. 할아버지 같은 소리를 덧붙이며.
김태형은 제 기숙사 테이블로 보내고 한참을 더 민윤기와 시시덕거리고 있었을까, 곧 문이 활짝 열리고는 교수님이 나타났다. 그리고 더불어 신입생들도. 와, 진짜 애기 같다. 작은 내 중얼거림에 민윤기가 옆에서 웃는 게 느껴졌다. 너네도 다 저랬어. 민윤기의 말에 살짝 노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민윤기도 그랬겠지. 덧붙여 작게 중얼거리자 어쭈, 하는 소리도 들린다. 무섭지 않다. 애써 자기 세뇌를 하며 고개를 돌리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연회장에 들어서는 모습들이 보인다.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아는 사람을 찾기도 하면서. 그 중에서도 당연히 눈에 띄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절대로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잘생기기는 했는데 얼굴 때문은 아니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에다가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리는 모습이 왠지 시선이 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어쩌다 눈이 마주쳤는데 씩, 웃어 보이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애? 하고 옆에서 물어오는 민윤기에게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민윤기는 알아듣지도 않는다. 아니, 진짜 아니야, 하고 고개를 있는 힘껏 저으며 부정하자 그제야 민윤기는 아니면 아닌 거지, 하고 만다. 아니, 네가 안 믿었잖아. 억울한 걸 어디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나만 억울한 상태로 기숙사 배정이 시작되었다. 잔뜩 기대한, 또는 불안한 표정으로 신입생들은 제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반쯤 배정을 마쳤을까. 곧 전정국, 하고 교수님이 호명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일어나 모자 쪽으로 향했다. 어, 아까 걔... 역시나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아이가 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가만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모자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다들 숨을 죽이는데, 곧 모자는 레번클로! 하고 소리쳤다. 레번클로 테이블은 잔뜩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그런데 모자를 벗은 전정국의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 실망한 듯한, 그런 표정. 전정국은 고개를 돌려 나를 또 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그런 전정국을 본 건지 민윤기가 아니라고? 하며 귓속말을 했다. 아니, 진짜 아니라니까...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 그새 삐친 민윤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전혀 못본 얼굴이라니까. 진짜, 새로운 얼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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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빼꼼) (데구르르)
여러분 모두 잘... 지내셨나요... ㅎㅅㅎ 진짜 너무 오랜만이죠. 진짜... 너무 죄송해요.
현실에 치이고 이것저것 치이고 지치다 보니까 글을 쓸 생각도 못했네요. 언젠가 써야지, 써야지, 했던 게 이렇게까지 미뤄졌을 줄 몰랐어요. 제가... 쓰레기입니다... ㅠㅅㅠ 심지어 중간에 글태기 비스무리한 것도 와서 더 쓰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제 나름의 변명이라면 변명... 입니다.
솔직히 오랜만에 쓰려니까 내용도 너무 희미하게 기억나고 어떻게 전개 시키려고 했지? 싶은 거예요. 그래서 진짜 연중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ㅠㅅㅠ 진짜... 무조건 끝을 보는 저였는데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짜...
그래서 일단은 앞의 편들을 차근차근 보고 어떤 식으로 전개를 하려고 했는지 최대한 생각을 해 놓으려고요. 하하... 진짜 이렇게 말하면서도 너무 죄송하고 그런 마음뿐이네요... ㅠㅅㅠ
조금 염치 없기는 하지만 앞으로 다시... 같이 달려 보아요. 글은 쓰지 않았지만 그동안 독자님들 너무 보고 싶었어요... 독방에서 언급되는 것도 봐써... ㅠㅅㅠ 늦어서 미아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아내...
참... 나름의 좋은 소식이라면... 오르치데우스 완결 지으면 쓸 후속작을 생각해 놓았다는 것...? 이미 독방에도 맛보기로는 올렸었다는 것? ㅎㅅㅎ 꼭 쓰고 말 거예요. 그것도, 오르치데우스도.
어쨌든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저 이제 다시 짤줍도 열심히 해야 돼요 ㅠㅅㅠ 지짜로...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미아내요, 지짜.
♥오랜만이어서 더 미안한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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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더 이상 받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