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여름 어느 날. 그날은 오랫동안 그치지 않던 비에 학교는 구석구석 습기로 눅눅했었다. 그리고 여름의 더위는 어디로 갔는지 습기 때문에 켜 놓은 에어컨 바람이 추워질 정도로 서늘했었다. 그런 서늘함 때문인지 요즘 아이들의 유행인지 여학생들은 모두 커다란 체육복 상의를 어깨 위에 걸쳐 입고 돌아다녔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점심시간. 나는 점심시간이 싫었다. 아이들은 점심 메뉴에 대해 이야기한다. 듣고는 있지만 말할 수는 없다. 나는 혼자니까. 중학생이 된 뒤로 점심을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점심을 먹는 아이들. 같은 공간이지만 그 아이들과 다른 분위기의 나. 그런 공간에서 나 혼자 숟가락을 드는 게 너무나 싫었다.
12시 50분. 나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급식실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였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구관의 빈 음악실. 혼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이 음악실은 최고의 장소였다. 그곳은 아무도 없고 조용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음악실 안에는 다른 누군가 있었고, 그 누군가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덕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음악실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큰 건지. 누군가의 노랫소리는 복도까지 크게 울렸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누군가는 굉장히 노래를 잘 불렀다. 마치 가수처럼. 그렇게 나는 음악실 문 앞에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
- 말하지 않고 널 기다려. 어린 왕자가 내게 말했어. 사람이 사람의......
나는 궁금했던 걸까 아님 노래가 더 듣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의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실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는 문을 열어버렸다. 그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의 등장과 함께 문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누군가의 노래는 멈췄고 동시에 누군가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나의 시선도 누군가에게 향하였다. 누군가는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내게 물었다.
“어, 이쪽에 사람 있는 줄은 몰랐네. 미안. 시끄러웠어?”
“......”
누군가의 물음에 나는 얼음이라도 된 듯이 멈춰버렸다. 내 숨도 시간도 멈춘 듯 주변이 온통 조용했다. 나의 침묵에 음악실 안은 빗소리만 울려 퍼졌다. 누군가는 나의 침묵에 민망했는지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저기, 괜찮아?”
“어? 으... 응. 미안해. 노랫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들어와 버렸어......”
“아, 그래? 부끄럽네.”
“아니야. 미안해. 그니까 내 말은......”
내가 무슨 말은 한 걸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속으로 창피해하며 나 자신을 미워해 봤자 이미 뱉어 버린 말이었다. 나는 우물쭈물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미안하다고 소리치며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다시 생각해보니 도망친 것이 맞는 것 같다.
얼마나 뛰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비를 맞으며 운동장 끝에 있는 교문까지 와 있었다. 이 비 오는 날, 비를 쫄딱 맞은 채 여기까지 도망쳐 온 나 자신이 한심했다.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다시는 거기 못 가겠다고. 조금 지나서는 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까지 하였다. 16년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은 처음이다. 헉헉 숨을 내쉬며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 장면을 돼 새겼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고 크게 뛰었다. 화끈해지는 얼굴과 함께 누군가의 표정이 떠올라 버렸다. 부끄러워하며 밝게 웃는 그 표정.
그날부터였다. 굳게 했던 다짐도 잊은 채 점심시간만 되면 음악실로 달려갔던 것도 내가 제일 싫어했던 점심시간을 기다렸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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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나사 입니다.
첫 글이라 굉장히 떨리네요ㅠㅠ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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