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왜 이러는지 아는 사람?
w. 엔돌핀
전정국 욕을 하도 해서 그런지 티켓팅의 결과는 참혹했다. 시이바아아알. 취켓팅까지 했는데도 이선좌의 ㅇ도 보지 못하다니, 이건 내 인생의 수치다. 그 자리에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내뱉고 귀신이 붙은 것마냥 몸을 달달 떨어대는 나를 내려다보던 전정국의 시선따위 내가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지. 보면 어쩔거냐,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우리 아가들의 콘서튼데. 양도표를 알아보려 트위터를 시작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면 내 인생이 정말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예감에 그만뒀다. 늦덕이 무섭다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내가 지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아가들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한 지 삼년 째, 이런 문화에 개방적이지 못한 부모님을 겨우겨우 설득하는 데 성공해서 티켓팅만 성공하면 되는 거였는데.
역시 사람은 남 욕하면 못 쓰는 건가보다. 반성하자, 김탄소.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회개한 나에 만족하며 미소를 띄우는 동시에 궁금증이 도졌다. 따지고보면 이게 티켓팅 직전에 내 폰 뺏은 전정국 때문인데. 우씨. 아니 그게 요점이 아니고,
걔는 왜 그런건가. 이게 첫 번째.
내 폰을 가져간 건 자기면서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것 같아 보이던 그 태도는 대체 뭔가. 이게 두 번째.
티켓팅을 망치려는 의도였다면 티켓팅 수단을 모두 차단하는 게 맞는데, 자기 폰은 왜 그렇게 순순히 내놓은 건가. 이게 세 번째.
아아. 머리가 아프다. 정말 전정국, 총체적 난국이다. 티켓팅도 망하고, 궁금한 것만 잔뜩 생기고. 분명 앞에서 질문을 쏟아내면 또다시 입을 꼭 닫고 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넌 왜 항상 나한테 의문점만 던져놓고 멀어지는데. 이 나쁜 자식. 서로 간에 넘지말아야 할 선을 선명하게 그어놓고 가끔 그 선 안으로 실수처럼 던져넣는 전정국의 의도모를 행동들이 나를 더 헷갈리게 했다. 더 다가가지는 못하게 해놓고, 너한테 궁금한 것만 많아지게 만드냐고 왜.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짝사랑인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러나 조금 후에 알게 되었다. 그건 동경 같은 거라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우위를 가진 사람에게 갖는 짝사랑과 비슷한 감정이라고. 모든 추억은 사람마다 다른 무게와 깊이로 남는 것처럼, 나에게 아주 커다란 추억이 전정국에게는 작고 가벼운 기억으로 남는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해 조급해지는 거라고. 또다시 관계에 상처받고 홀로 쓸쓸하게 남을 것을 대비해 발버둥치는 것. 난 다시 버려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거다.
어쩌면 짝사랑일지도 모른다. 짝사랑이라면, 내가 전정국을 남자로 좋아하는 거라면, 외면당할 때 받게 될 상처의 크기가 가늠이 되질 않아서. 그래서 이 감정을 그저 인간관계의 일부분으로 치부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확답할 순 없지만, 이건 확실하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나보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건 전정국이라고.
그래서 더더욱 틱틱댔다. 같은 말이라도 더 가볍게, 같은 행동이라도 더 아무렇지 않게. 더 이상 정같은 거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전정국이 내 인생에서 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지내자. 그러나 그 결심을 번번이 깨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 진심을 장난으로 덮어 자연스럽게 넘기고 싶을 때도, 힘든 일이 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할 때도, 내가 약한 모습을 가리려 할 때마다 느슨해진 틈을 비집고 손을 뻗어낸 건 항상 전정국이었다.
정말 그 아이답게도 묵묵하고 담담하게. 그래서 도가 넘는 행동이지 않느냐는 둥, 왜 이렇게 오바하냐는 둥, 농담조로 넘길 수도 없었다. 그저 그 말투와 행동과 눈빛을 고집스레 받아내며 사고회로가 정지된 머리를 가동시켜보려 스스로를 다그치는 수 밖에.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제 더는 모르겠다. 포기다. 근데. 그런데,
너 진짜 왜 그러는데.
대답 좀 해주라, 제발.
*
또 답도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통에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주말을 홀랑 보내버렸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전정국을 대해야 할지. 아주 오래 전부터 안고있던 고민거리였다. 티켓팅 날, 나를 바라보던 전정국의 눈빛, 그가 주도권을 쥐는 게 마땅한 상황과 대조되던 전정국의 태도, 그것들이 잠깐 덮어뒀던 심지에 불을 붙였고. 난 타들어가는 심지를 내버려둘지, 더 타버리기 전에 불꽃을 잠재워야할지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 조금이라도 덜 혼란스러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다녀오겠습니다-"
"왠일이래, 평소에는 나가라고 등떠밀어도 밍기적 거리던 애가."
맞다. 엄청 1차원적이고 대책없는 방법이긴하지만, 전정국을 피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17층, 전정국 집은 13층.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바람에 등하교를 나란히 하는 것은 나와 전정국의 암묵적인 약속같은 거였다. 너무 당연한 거라, 너네는 무슨 사이길래 매일매일 같이 다니느냐고 묻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 누구 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그걸 어기려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넌 나랑 무슨 사일까.
아. 생각 그만. 그만, 그만!
김탄소는 이제부터 머리를 비웁니다.
하나하면 들이마시고 둘하면 내쉬고
셋하면 쏘세요!
...망할. 이제 진짜 될대로 되라다.
*
17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얼마나 초조했던지,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손에 땀이 흥건했다. 혹시나 13층에서 멈춰버리면 어쩌나, 매일 우뚝 서서 등을 보이던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행동이 굼뜬 나 때문에 기다리는 쪽은 늘 전정국이었기에 혹시나 먼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했지만,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와서 그런 건지 다행히도 전정국은 보이지 않았다.
후아. 이제 진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나 혼자 가면 전정국은 분명 내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답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재촉할 게 분명하다.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직접 물어보거나, 궁금증을 한껏 담은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겠지. 차라리 전자가 나을 것 같다. 전정국이 빤히 쳐다보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드니까.
"아아아아- 진짜 어떡하지? 아, 전정국 진짜..."
로비를 나설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벌써 10분이나 흘러버렸다. 먼저 학교에 가버리면 뭐라고 해명해야할지 막막하고, 그렇다고 이런 정신 상태로 전정국과 마주치면 안될 것 같고. 으악. 날 쏘고 가라. 그
냥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본능대로 하자, 본능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어차피 피하기로 한 거, 계속 잘 피해다닌다면 굳이 해명같은 거 안해도 되지 않을까. 좋아, 그럼 가자. 김탄소, 움직여. 움직이자. 마음을 굳히고 고개를 든 순간 내 눈이 담은 건,
1층입니다-
경쾌한 엘리베이터 알림음과 동시에 열린 엘리베이터 속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이었다.
안녕하세요, 엔돌핀이 돌아왔어요!! 헤헿 전 편에 조회수도 많고, 암호닉 신청까지 해주셔서 넘나 감사한 것...!! 사실 글을 메모장에다 쓰고 여기서 간단한 수정만 하는 거라 댓글이 달린 줄도 몰랐는데....너무 감동이네요ㅠㅠㅠㅠㅠ 땅위님!! 댓글 남겨줘서 고마워요ㅠㅠㅠ작가는 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빨리 다음 편을 들고 올 줄 저도 몰랐어요. 전편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속도가 많이 느려서....독자님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전정국] 얘 왜 이러는지 아는 사람? 02 4
8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