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와 연애를.
written by 무담
"같이 앉아도 되죠?"
"아, 네. 그런데 누구.."
"탄소 남자친구요."
지민은 빈 테이블에서 의자를 질질 끌어와 탄소 옆에 앉았다. 바쁜 줄만 알았더니 그 와중에 연애까지 하네. 수소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가득이었지만 탄소는 아까의 통화를 끝으로 갑작스러운 음주에 취기가 올라 정신을 점점 놓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탁해진 눈동자가 그 증거였다. 수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거짓말 했어. 오빠 섭섭하게."
"......"
탄소는 그냥 솔직하게 말할걸, 하고 자책중이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너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짓껄인게 결국에는 무덤을 판 꼴이 되어버렸다. 머릿속에 수만가지 변명이 떠돌았으나 이내 탄소는 그냥 입을 닥치는 게 가장 현명한 행동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변명해봤자 지민의 화만 더 돋굴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 술을 갑자기 들이킨 덕분에 생각이 얼기설기 꼬여버려서, 입을 열면 어떤 이상한 말을 쏟아낼 지 탄소 자신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다. 탄소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민이 그런 탄소와 눈을 맞추기 위해 탄소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 같이 고개를 숙였다. 탄소는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지민의 얼굴에 놀라 시선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그를 마주보았다. 붙잡힌 어깨가 살짝 떨렸다. 탄소 취했네. 지민이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게 중얼거렸다. 퍽 다정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탄소를 숨이 멎을 것만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사신이..죽음을 속삭인다...탄소가 어쩔 줄 몰라하다가 일단은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앞에 놓인 잔을 비웠다. 취기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수소야, 우린 도망가야해! 이 새끼는 미쳤다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탄소가 수소에게 간절한 눈빛을 쏘았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수소는 삐진 여친과 그녀를 달래주는 다정남.jpg같은 둘의 모습에 경악할 뿐이었다. 살다살다 저 년 내숭떠는 꼴을 다 보네. 수소는 탄소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은 지민의 존재가 신기했다. 어느새 아무 말 없이 연거푸 술을 들이키는 걱정스러운 친구는 그녀의 관심대상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붙임성 좋은 수소는 지민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줄곧 탄소를 주시하던 지민의 시선이 수소에게로 옮겨졌다.
"탄소랑은 언제부터 사귀신거에요?"
"아, 그저깨부터요."
"헐, 얼마 안됐네요? 그럼 언제부터 알던 사이셨어요?"
"그것도 그저깨부터요."
잉? 수소가 의아한 표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요하는 시선에 지민이 쑥스러운 척, 픽 웃으며 대답했다.
"첫 눈에 반한다는게 진짜 있더라고요,"
"아.."
"맞담배 피다가 뻑 갔어요. 제가."
풉. 그 말을 들은 탄소가 실소했다. 탄소가 자신 때문에 쩔쩔매는 것을 속으로 대놓고 즐기고 있던 어떤 변태는 그런 그녀의 반응이 의아했다. 탄소를 쳐다보는 지민의 시선이 조금 날카로워졌지만 이미 맛이 가버린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이 샛기한테 꿀릴게 모야! 탄소는 제 근처에 놓여진 잔과 술병이 모두 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작게 투덜거리며 수소가 지민을 위해 채운 잔을 낚아채 입에 털어 넣었다. 술은 그녀에게 쓸데없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탄소가 지민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야 애송이! 니 맘대로 고백하고 니 맘대로 대답하면 다냐?!"
"대답은 니가 했지, 내가 아니라."
아, 그건 그러네? 할 말이 없어진 탄소는 노선을 변경했다. 쒸익쒸익.
"그래, 우리 사귀는 사이야. 인정할게."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그녀를 지켜보는 지민의 눈이 반짝, 빛났다. 탄소의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 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술버릇이 귀엽네. 지민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이제 헤어지면 되겠네?"
"......"
술버릇 진짜 귀엽네. 귀여워서 씹어먹어버리고 싶네. 지민이 단박에 표정을 굳혔다. 방금까지 꽤 귀염상에 속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어..저기..시간이 많이 늦었는데..이만 갈까..요? 커플 싸움 사이에 껴서 피 보기는 죽기보다 싫었던 수소가 점점 이상해지는 기류를 느끼고 재빠르게 술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네, 그러는게 좋겠네요. 탄소가 많이 취했나봐요. 지민이 표정을 풀고 대답했지만 수소에게는 억지 웃음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탄소는 옆에서 눈치 없이 "니가 몬데 나랑 술을 마셔!"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이 그런 탄소를 쳐다보고 수근거렸다. 수소는 진심으로 탄소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런 수소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지민이 손을 들어 탄소의 입을 지긋이 눌렀다.
"에..저는 이만 가볼게요. 커플 문제는 알아서 잘 해결들 하시고. 혹시 탄소 집 주소는 아세요? 좀 먼데."
"뭐, 대충은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탄소 잘 챙겨주시고."
지가 지 입으로 남자친구 맞다는데 뭐..둘 사이가 좀 이상해 보이긴 했지만 수소는 이내 미련없이 돌아섰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라지는 수소를 바라보며 지민이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친구의 문자를 되새겼다. '내 여친이 걔랑 같은 과라서 아는데 OO동에 자취방 모여있는데 알지? 김탄소 거기서 나오는 거 봤대.' 지민은 탄소를 바라보았다. 집까지 데려다줘도 되나? 첫만남에 다짜고짜 고백부터 질러버린 사람치고 소심한 고민을 하고있던 지민이 한참동안 난리를 피우느라 진이 다 빠져버려서 잠시 조용해진 상태로 묵묵히 저를 따라오는 탄소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아 왜 갑자기 예뻐보이고 그래, 엄한 생각 들게. 비틀거리는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민이 탄소의 몸을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야, 애송이."
탄소가 나지막하게 지민을 불렀다. 지민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엇다.
"왜 고백 한거야?"
응? 탄소가 풀린 눈으로 지민을 응시했다. 그때 피곤해서 다크서클도 엄청 내려오고 상태 장난 아니었거든? 암만 생각해도 니가 나한테 반할 건덕지가 없었는데. 탄소가 웅얼거렸다. 지민이 대답했다. 내가 취향이 좀 특이해. 간결한 대답이었지만 탄소는 금새 납득했다.
"흐..좀 그런거 같긴 하다."
탄소가 웃었다. 다짜고짜 담배를 입에 물려주고선 사귀자고 하는 지민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진짜 얼척 없었던 거 알아? 나 주사가 고백인 사람 처음 봤어. 몸이 작게 흔들릴 정도로 킥킥 대던 탄소가 불편하다며 어깨에 얹힌 지민의 손을 뿌리쳤다. 이거 놔, 변태새끼야. 지민이 입맛을 쩝, 다시며 탄소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은근히 스킨쉽 하던거 들켯당. 헤헤.
"네가 내 손목 잡고 나갈 때."
"......"
"뒷모습이 예뻤어."
"얼굴은 아니란 얘기네."
음, 그게 그렇게 되나? 지민이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너 짜증나. 탄소가 지민을 째려보다가 이내 표정을 풀고 다시 웃었다. 아까는 미친듯이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제멋대로 기분이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탄소는 아까까지 지민에게 신경질 내던 것도 잊고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아 헤드락을 걸었다. 센 힘은 아니었지만 지민이 엉겹결에 탄소의 키에 맞춰 자세를 낮췄다.
"너 은근 재밌다. 나랑 친구하자."
"이미 네 남자친구야."
"아니, 그건 아니야. 우리 헤어져."
어느새 탄소의 집 앞이였다.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탄소는 지민의 목에 엉성하게 걸고 있던 팔을 푸르고 신나서 제 자취방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집이다, 집! 탄소가 곁을 벗어나려고 하자 지민이 그녀를 잡아 돌려세웠다.
"너 왜 사람 말 못 믿냐. 첫눈에 반한거 진짠데."
탄소는 가까워진 거리 탓에 지민을 올려다봐야 했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터라 지민의 얼굴이 잘 분간되지 않았다. 뭐지, 장난 치는 건가? 탄소가 아까처럼 지민을 뿌리치려했으나 웬일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 너 안 잡아먹어."
"......."
그러니까 쓸데없이 겁먹지 말고 피하지도 말고. 다음에 또 이렇게 거짓말 하면 죽는다 진짜. 애송이 취급도 그만해. 내가 너보다 3살 많아. 지민이 그 말을 끝으로 탄소를 놓았다. 탄소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취한 와중에도 방금까지 저런 애송이한테 설렜다는 건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탄소가 아 뭐래, 하고 투정섞인 말을 내뱉고선 황급히 자취방 대문 안으로 숨어들어갔다. 지민은 한참동안 그자리에 서 있다가 그제서야 아직도 손에 쥐고 있던 전공책의 존재를 눈치챘다. 아싸, 아직 얼굴 볼 핑계 남았다.
-
아, 아침부터 기운빠져..시험기간이 다가와 사람들로 가득찬 도서관 구석자리를 운좋게 차지한 탄소가 조용히 숨을 돌렸다.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 그녀는 등교중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지민의 모습을 발견해버렸다. 헐, 쟤도 여기 근처 살았어? 왜 한번도 못봤지? 자신 때문에 대학 근처 오피스텔로 집을 옮긴 지민을 꿈에도 모르는 탄소는 당황해서 본능적으로 그의 눈에 띄지 않게 후드를 뒤집어 쓰고 몸을 숨겼다. 이제 무섭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어젯밤 일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 얼굴을 맞대는게 심히 쪽팔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자체 공강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탄소는 곧 시험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지민에게 들키지 않게끔 간신히 등교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도,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해다니는 중이고.
[잘 잤어? 어제 술 많이 마신 것 같던데]
매번 아슬아슬하게 성적 장학금을 받았던 탄소는 지금이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으나 어젯밤 새로 갱신한 흑역사와 지민의 말이 머릿속에 뒤엉켜서 한 페이지 조차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액정에 정갈한 글씨로 미친놈이라 저장된 열한자리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답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네'라는 한글자만 수십번을 지우고 쓰길 반복하던 탄소는 문득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거칠게 가방 안으로 집어 넣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거냐.
탄소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도서관을 나왔다. 책이 걔한테 있으니 어쨌든 얼굴을 보기는 해야 할텐데..어떡하냐 진짜. 탄소가 한숨을 푹 쉬었다. 전날 주량을 한참 넘게 과음한 탓에 몸상태도 별로고 입맛이 없어서 삼각김밥 하나로 대충 점심을 해결한 탄소가 시간표를 확인했다. 다음 교양수업까지 40분이 남아있었다. 시간 애매하네. 수업 전까지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우나 고민하던 탄소는 머리도 좀 식힐 겸 그냥 강의실에서 눈이나 좀 붙이기로 결정했다.
텅 빈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탄소가 뒤쪽과 중간 사이의 어중간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너무 피곤해서 의자에 앉아 책상에 얼굴을 붙이면 금방이라도 잠에 들 줄 알았는데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밥 대신 마신 커피가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지 눈이 잘 감겨지지 않았다. 탄소는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수소에게 괜히 카톡을 보냈다. 어제 잘 들어갔냐? 한참동안 액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탄소는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결국 포기하고 다시 엎드렸다. 애송이도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자기도 모르게 지민을 생각하고 있던 탄소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뺨을 두드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우, 아니야. 걔 생각 하지마.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든 탄소가 깨어난 건 수업 10분 전, 강의실이 사람들로 막 북적북적해지기 시작 할 때였다. 옆에 있던 가방에서 책을 꺼내기 위해 몸을 살짝 돌린 탄소가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이름에 몸을 굳혔다. "박지민 지금 지 발로 강의실 들어오는거냐? 죽을 때가 됬나봐." 그 말을 시작으로 뒤에 있던 무리들 사이에서 남자 특유의 장난 섞인 욕설이 오고갔다. 애송이랑 같은 학교 다니는 것도 안 믿기는데 수업까지 겹친다고? 탄소는 제발 동명이인이기를 빌며 들키지 않게 살짝 뒤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바램과는 다르게 멀리서도 확 튀는 회색머리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탄소는 속으로 좆됐다를 연신 남발하며 책에 코를 박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쪽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제발 여기는 오지 말아라, 제발!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민과 그의 친구들은 탄소의 대각선 뒤쪽에 자리를 잡은 듯 싶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소란스러웠던 강의실의 소음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강단에서 조교가 탁탁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와 출석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시발 나 왜 김씨냐. 꽤나 앞쪽에서 이름이 불린 터라 지민은 조교가 탄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쟤가 걔냐? 뒷자리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못해 네, 하고 짧게 대답한 탄소는 목덜미에서 따가운 시선이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민이 굳은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거리며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탄소에게 문자를 보냈다.
[뒤돌아봐]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탄소의 핸드폰 액정이 켜지는 것을 확인한 지민이 실소를 터뜨렸다. 진짜 말 안 듣네. 탄소는 켜져있는 액정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확인했다가 지민의 문자를 확인하고 뻣뻣한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항상 웃는 상인 지민이 작정하고 정색을 빨고 있었다. 아하하..탄소가 어색하게 웃음을 내보였지만 굳은 지민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강의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을 느끼던 탄소는 쉬는시간을 알리는 교수의 말에 바로 여자화장실로 튀려고 했으나 그런 탄소를 진작에 눈치챈 지민이 의자에서 나오는 통로를 막아버렸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지민에게로 다가간 탄소는 "에..잘 들어가셨어요?" 하고 어색하게 인삿말을 건냈다.
"응. 잘 들어갔지."
지민이 탄소를 보고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입에서는 결코 해사하지 않은 말이 나왔다. 여친아, 내가 뭐라고 했어. 피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잖아. 장난섞인 말투로 지민이 탄소를 타박했다. 탄소는 기가 눌려서 우물쭈물 거리다가 결국 쪽팔려서 그랬어요..죄송합니다..안 도망갈게요..하고 작게 대답했다. 도망가지 않겠다는 약속에 만족한 지민이 탄소의 머리 위에 전공책을 턱, 올렸다. 때리는 줄 알고 눈을 꾹, 찡그리고 있던 탄소는 곧 두 손으로 머리에 얹혀진 전공책을 확인했다. 감사합니다아..하고 전공책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으려던 탄소는 갑자기 책을 뺏어가는 지민을 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조련당한 듯한 느낌에 그녀는 급격한 현타를 느꼈다. 진짜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에여. 엉엉..
"아, 이거 돌려주면 나 또 안 만나 줄 것 같은데."
"ㅇ, 아닌데요."
귀신 같은 새끼..; 정곡을 찔린 탄소가 버퍼링이 걸린 채 대답했다. 버벅거리는 탄소를 보며 지민이 의심미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게 아닌거 같은데.
"정말인데..이따가 커피도 쏠게요."
"......"
"..쿠폰도 드릴까요..?"
지민은 탄소의 마지막 말에 의심하는 표정을 거두고 픽 웃었다. 귀여우니까 봐준다. 지민이 다시 건낸 책을 잽싸게 책을 가방에 쑤셔넣고 지퍼까지 잠근 탄소는 지민이 습관적으로 짓는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에 마음이 풀려 오늘 처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돈 없는데 어떡하지..지갑에 딱 커피 한 잔 시킬 돈이 남아 있으니 아무래도 제 몫의 음료수는 포기해야 할 듯 싶었다. 이 새끼 얼굴 보니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이래저래 돈 나갈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민하는 탄소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생각 없이 사는 지민은 금새 뒷자리에서 외투를 챙겨오더니 탄소를 구석으로 몰고 그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나 책 없어. 같이 봐.
"아까 들고 계신거 봤는데요."
"술 덜깨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뻔뻔한 지민의 모습에 결국 탄소가 두 손을 들고 포기했다. 아 선배 마음대로 하세요. 손을 훠이훠이 내저은 탄소가 다시 시작되는 강의에 앞을 쳐다보고 설명에 집중했...하려 했으나 지민이 옆에서 온갖 끼를 떠는 바람에 하나도 듣지 못했다. 우리 탄소는 옆모습도 예쁘다. 일부러 못 들은 척 하며 꿋꿋하게 앞만 보고 있던 탄소는 머리를 부드럽게 걷어내는 손길에 진저리를 치며 지민의 손목을 잡아내렸다. 정확히 말하면 살살 내리려고 했는데 감정이 실려서 그런지 책상 위로 던지는 꼴이 되었지만. 억.. 괜찮아요? 탁, 소리가 나며 지민의 손목이 책상 위로 세게 부딪히자 탄소가 놀라서 지민의 손목 뼈를 매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지민은 그저 잡힌 손목을 빤히 바라보더니 헐..스킨쉽..하고 중얼거리며 행복해 할 뿐이었다. 아, 이게 더 짜증나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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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뭔가 애매한 곳에서 끊긴거 같지만 기분탓입니다(단호).
암호닉 신청해주신 콩, 땅위, 바니, 줄라이, 바다코끼리, 꾸월달, 김석봉, 민트, 청포도, 맴매때찌, 뽀로로, 예삐침뀽, 탄빵, 요귤, 유자청, 침구, 됼됼, 초코호빵, 2월,삐리, 쟈가워, 아조트, 모찌한찌민, 물결잉, 뿡뿡이 님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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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현상 진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