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02
그 이상한 전학생과는 의외로 쉽게 친해졌다. 하필이면 그 녀석이 전학오게 된 반도 우리반이었고, 말을 좀 멍청하게 하는 것 빼고서는 사교성도 꽤 좋아보여 금새 여러 친구들을 사겼었다. 그렇기에 분명 나와 친하게 지내지말라는 반애들의 말을 들었을 것에 틀림이 없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내게 와서 웃으며 같이 밥 먹자는 둥 매점을 가자는 둥 자기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주위에 널렸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친한 척 말을 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가면 갈 수록 그녀석의 멍청함에 동화되어가는건지 이상한 드립에도 빵빵 터지고, 잘 웃으며, 나는, 입학초와 같이 평범한 남고생이 되어 가고 있었다.
"태일아, 매점가자."
"뭐? 또? 넌 배에 거지가 들었냐?"
"하하, 그런가보다 진짜. 왜 이렇게 배가 계속 고프지.. 너도 빵 하나 사줄게 가자!"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표지훈과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매점으로 가는 게 일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고. 단지 느낌이 쎄-하다 싶더니만 개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매일마다 찾아와서 날 괴롭히던 박경 무리들이 며칠째 보이지 않길래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매점 앞에서 낄낄대며 모여앉아있던 것이다.
"...지훈아"
"태일아, 잠깐만 기다려 빵 빨리 사가지고 올게! 넌 소보로 맞지?"
저 놈들 눈에 띄기 전에 어서 돌아가고자 지훈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 녀석은 평소와 다름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세워 놓은채 매점을 향해 뛰어 갔다. 박경 눈에 띄지 않게 고개 숙이고서 눈을 안마주치려고 노력하면서 속으로만 표지훈의 이름을 되뇌이면서 빨리 오라고 사정없이 빌었다. 하지만 이놈의 신은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와, 씨발. 오랜만이다, 태일아. 형아 안보고싶었어?"
바지 주머니에 두손을 집어 넣은채 허세에 찌든 자세로 자기 무리들과 낄낄대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 새끼의 얼굴은 지독히도 혐오스러웠다.
씨발, 이제 어떡하지?
"....."
"아휴, 내가 요새 좀 바빠서 말이야. 기집애들이 얼마나 좋다고 앵겨대는지"
"....."
"오랜만에 재미좀 볼까. 섭섭했지?"
서서히 가까이 다가오는 그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신발코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를 훑어보니 내게 도움을 줄 놈은 아무도 없었고, 표지훈 새끼는 아직도 빵 계산을 다 못 끝낸 모양인지 뒤돌아볼 생각조차 하지를 않고 있다. 뒤로는 박경무리들이 총 6명.
그리고 우지호.
우지호는 표정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채 그냥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 내 말이 좇같냐? 말 씹냐?"
이마를 툭툭 쳐오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올라봤더니 피식하고 비웃는 박경의 얼굴이 눈에 가득찼다. 박경의 손이 순식간에 위로 올라갔다가, 주먹이 내 뺨에 닿기 직전에 눈을 꽉 감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뭔가 일이 잘못됐구나 싶어서 눈을 뜨니 박경의 팔목을 한손으로 잡고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표지훈이 보였다.
"너 뭐야, 새끼야!"
"그러는 너야말로."
"미쳤냐? 손 안놔?!"
자존심이 구겨진 모양인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긴 박경이 다른손으로 표지훈을 향해서 휘둘렀다. 놀랍게도 표지훈은 힘들이지 않고 그 손 또한 막아냈고, 박경은 표지훈의 손을 벗어날려고 힘을 쓰는듯 보였지만 뜻대로 되지않자 당황스러운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표지훈이 순식간에 두 손을 놓아버리자 우스꽝스럽게 엉덩방아까지 찍어버렸다.
"풋."
그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가 깜짝 놀라 손을 올려 입을 가렸다.
"씨발, 이태일. 방금 웃었냐?"
나도 모르게 나온거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눈만 도르르 굴리다가 표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듯하면서도 냉기가 서린 그 녀석의 눈길에 가만히 있었더니 녀석은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박경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말 진짜 험악하게 하네. 입에 걸레를 물었나."
"뭐 새끼야! 너 진짜 죽으려고!"
"박경."
험악해져가는 분위기에 주위에서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는 무리들, 구경하는 무리들, 모습은 각양각생이었다. 조금만 더하다가는 크게 싸움이 날것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단 한 사람의 개입으로 모든 분위기가 가라앉고, 정적만이 흘렀다. 우지호. 전혀 개입할 생각이 없어보이던 우지호의 개입에 나도 많이 놀랐긴하지만 누구보다도 이름이 불린 박경 본인이 가장 놀란듯 보였다.
"어? 나?"
"적당히 하자. 네가 먼저 쓸데없이 시비 걸었잖아."
"아...어, 그렇지. 아, 어..."
우지호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서는 벌벌 기는 박경의 모습을 보니 같잖을 다름이었다.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 시킨 우지호는 몸을 일으켜 박경을 지나쳐 표지훈 앞에 서서 흥미롭게 위아래로 훑더니 미소ㅡ라고 하기에는 소름끼치는ㅡ를 짓더니 표지훈의 어깨를 탁탁 털어주며 녀석과 눈을 맞췄다.
"..표지훈? 너도 그 정도로 해. 괜히 일커져서 좋을 일도 없잖아?"
명백한 경고의 표시.
조용하지만 그 음성에는 자신보다 아래의 족속들을 향한 비웃음과 함께 으르렁거리는 듯한 위협 또한 들어 있었다. 음성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기를 죽일 수 있는.
바로 옆에 서있는 내 몸이 덜덜 떨려올 지경인데 표지훈은 어떻겠나 싶어서 슬쩍 곁눈질로 표지훈을 바라 보니 의외로 전혀 겁먹어 보이지도, 기분 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멍한듯하면서도 묘한 표정이라고 해야하나. 눈은 뭔가 발견한듯 반짝이는가 싶으면서도..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겁조차 먹지 않아보이는 표지훈이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훑어보며 뚫어지게 쳐다보자 우지호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표지훈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 쪽........아니 너...."
"..?"
"와..존나 야하게 생겼다. 기집애같이."
순식간에 우지호가 만들어냈던 정적과는 또다른 정적을 만들어낸 표지훈의 엿같은 발언이었다. 무슨 상황이 닥치던지간에 표정의 변화가 미미했던 우지호의 인상이 순식간에 확 구겨졌고, 다른이들은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미친새끼를 보듯 표지훈을 바라보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된듯,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우지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표지훈을 향해, 우지호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린채 낮게 으르렁거렸다.
"미친새끼."
표지훈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다가 두고보자며 자리를 뜨는 우지호의 뒤를 박경 패거리들이 어미를 뒤쫓는 똥개마냥 숨죽이며 쫓아갔고.
미친 새끼, 표지훈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된듯 나를 향해 환히 웃으며 공포감에 얼굴이 굳어버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명찰보니까 우리학년이네? 이름이 우지호던데?"
"......야 표지훈"
"와, 완전 내타입! 존나 내타입!!"
"......."
"와, 씨. 뒷태도 존나 이뻐."
현재까지도 상황파악이 전혀 안되는 눈치없는 표지훈새끼가 멀어져가는 우지호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실 때 생각했다.
미친 게이 새끼. 넌 좇됐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걸 알았지만.
+
핡 핡 핡
우지호와 표지훈의 만남!
학교 다녀왔는데 기말이라 ㅇ믕햐너ㅑㅇ 으핡
봐주셔서 감사혀요! 신알신도 감사혀요!
쌀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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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일..아니 오늘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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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