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메모장을 켜라! 00



 

메모장을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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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방학의 마지막 날이였다.
그래서 마지막 방학을 내 방식대로 맘껏 보내기로 했다.

친구와 만나서 영화보고 밥먹고 카페가서 수다떨고 마무리는 주점에서 술마시기.
사실 다음날 학교 갈 생각을 하면 전혀 도움되지 않을 음주파티였다. 하지만 나의 소중했던 방학이 마지막이라는데 그렇게 헛되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술을 진탕 마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바람좀 쐬며 술좀 깨려고 난 편의점으로 가서 숙취해소음료를 하나 사들고 주변 공원으로 갔다.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지금 내가 술이 깬건가 아직 안깬건가.

그러다 주머니속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술에서 깰때까지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아무튼 요즘 인기있는 게임이 어떤게 있을까 싶어 'App Store'에 들어갔다. 근데 메인화면에 큼지막한 어플 광고가 하나 눈에 띄었다.

'메모장을 켜라!'

새로나온 게임 어플인가 하며 호기심으로 눌러보았다. 그러더니 이 어플에 관한 꽤나 웅장한 광고와 소개 문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 당신의 메모장을 켜십시오!
평소 상상해왔던 이야기를 쓰고 저장을 해보세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일이 당신앞에 일어날 것입니다!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딱 세번뿐! 당신에게 주어진 세번의 기회로 새로운 운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의사항:
1. 글을 저장한 후 수정은 불가하오니 가급적 신중한 결정을 내리신 후에 글을 저장해주세요.
2. 단순한 상상의 내용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므로 범죄 또는 사회적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악용은 금합니다.
3. 사용자의 메모 내용은 작성 1개월 뒤, 관리자들의 특별 심의가 이어진 후 상황의 유지 혹은 폐기가 결정됩니다.
4. 본인의 작성 내용을 절대 외부인에게 유출하지 마십시오.'

'어플 신규 출시 이벤트!
단 7일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기회!
(7일 후 부터는 자동으로 유료어플로 변환됩니다.)'


"오 공짜?"

사실 어플의 유용성보다는 무료 행사 이벤트 라는 말에 혹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는 일단 다운을 받아본 후에 판단을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재미없으면 바로 삭제하면 되는거니까.

나는 단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설치' 버튼을 눌렀다. 한 10초 후 설치가 끝났고 어플은 휴대폰 바탕화면에 안착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바로 실행했다.


'메모장을 켜라!'

로딩화면에 큰 문구가 뜬 후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어서오십시오! 환영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화면이 떴다.

'지금부터 사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작 버튼을 눌러주세요'

문구 아래에 시작 버튼이 있길래 눌렀다.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김탄소.

'성별을 입력해 주세요'
-여자

'평소 이루어졌으면 했던 이야기, 또는 관심사와 관련된 키워드 3개를 입력해주세요'

..? 키워드?

막상 입력하라고 하니까 뭘 써야할지를 몰랐다. 평소 그런거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긴한데..그래도 이왕 쓰는거 좋은걸 쓰는게 좋지않을까 싶어 뭐라도 입력하긴 했다.

-#부자 #존잘 #행복

부자는 그냥 나의 희망사항이였고, 존잘은 말그대로 존잘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거였고, 행복은 내가 가장 누리고싶은 완전체를 뜻하는 거였다.
별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써보니까 한번쯤은 이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실행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해주세요' 

 

뭐지? 그냥 여기에 내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면 되는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진짜로 이루어질리가 없잖아. 어떤 할짓없는 사람이 만든 어플인가? 처음엔 그냥 넘어가주려고 했더니만 갈수록 가관이다. 현대판 지니램프도 아니고 여기에 글을 쓰면 실제로 이루어 진다고? 진짜 내가 서울대다니는 소리하고 있네. 그래도 어플개발자가 꽤나 심혈을 기울여 쓸데없는 성의를 들였을텐데 그 성의를 봐주어서라도 써보긴 할까?

밑져야 본전 일텐데.

 

'이제 실행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해주세요' 

'이제 실행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해주세요' 

'이제 실행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해주세요' 

 

아, 재촉하지마. 뭐 어떤 내용을 써야될지 생각좀 해봐야할거 아냐.

 

 

 

"음..."

 

휴대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본지 15분째. 뭘 써야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 하룻밤 사이에 존예여신이 되게 해주세요? 그것도 아니면 잘생기고 완벽한 남자친구를 갖게 해주세요?

 

그래, 이거다!

 

2n년 모솔인생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바람, 남자친구가 생기는 것. 

 

「잘생기고 키도 크고 나만 좋아해주는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이차이는 적당했으면 좋겠다. 이왕 생기는거 돈도 많으면..좋겠다. 영앤핸섬!리치!」

 

뭐라 자판을 두들겨 내용을 써보긴 했다. 어차피 이루어질 일이 절대로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현실성없는 이야기 그 자체였다. 혹여나 실제로 이 내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아마 난 양심에 찔려서 그 남자한테 이별을 고할지도 모르겠지. 아무튼 대충 쓰고 '입력완료' 버튼을 눌렀다.

 

'내용을 저장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저장중입니다...(1/3)'

 

'저장이 완료되었습니다!'

 

'메모 내용을 관리자에게 전송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전송중입니다...(1/3)'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관리자는 회원님의 메모 내용을 심의한 후 한달 후 재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어플을 종료합니다'

 

응? 뭐야, 이게 끝? 어플도 자기 맘대로 꺼지고 비록 현실성은 없지만 내용도 나름 고민해서 쓴 글이였는데 저장한 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봐 내가 뭐랬어, 이런게 있을리가 없다고 했지? 아놔 내 시간만 버렸네. 에잇 퉤.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집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정류장에 사람들이 없었다. 원래 이 시간이면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째 느낌이 평소와는 달랐지만 잠시후 버스가 도착했고 교통카드를 찍고서 버스를 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따라 버스 안에도 사람들이 없었다. 그럼 나야 다행이지. 버스 안 앉을 자리는 많았고 난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버스안에 사람도 없어서 조용하고 또 추운 날씨때문에 따뜻한 히터바람에 몸도 노곤노곤 해지고 게다가 아직 덜 깬 술기운 때문에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집까지 몇정거장 남았으니까 딱 10분만 자고 일어나야겠다.

 

.

.

.

.

 

 

 

"저기요. 일어나세요"

 

"으음..아 뭐야.."

 

"이봐요. 일어나시라구요"

 

"아.."

 

"10초안에 안일어나시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에?"

 

잠시만. 나 혹시 길바닥에서 잠들었나? 아닌데, 지금 내가 누워있는 여긴 되게 푹신하고 따뜻한게 마치 내 방 침대위 같은데?

 

"10, 9, 8"

 

"헉!"

 

결국 난 눈을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여긴 내 방과 똑같았다. 다만 평소 내 방에 있던 가구들과는 조금 달랐는데..어제 내가 나간 사이에 엄마아빠가 싹 다 가구들을 바꿔버린건가. 그것만 아니면 지금 여긴 우리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누가 날 깨운건지?

 

"일어나셨네"

 

 

처음보는 남자..아니! 실제로 처음보는 이 사람..그러니까 분명 티비에서 많이 본 얼굴인데 이름은 모르는 연예인과 닮은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 그 연예인인지 모를 남자가 지금 서서 누워있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밖에서 들어왔는지 두꺼운 외투를 입은채로.

 

"..누구세요?"

 

"제가 하고싶은 말인데요"

 

 

 

 

 

 

 

 

 

 

 

 

 

 

 

 

 

꺄륵..전 몰라여...일단 싸지르고 봅니다........퐈이어어어엏

[독자2]

완전 신선해요!!!!! 내용 넘나 좋은것❤

[비회원196.9]

끼에에엑 으오옹ㅇ 완전 특이한 글이네요!! 스폐셜해요! 현실세계에서도 저런 어플 있으면 나라가 큰일나겠죠? 가지고싶다... 저 어플

[독자3]

신선 참신 ㅋㅋㅋㅋㅋㅋ 개꿀잼 핵꿀잼 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요우♥

[독자4]

엌ㅋㅋㅋㅋㅋㅋㅋ 신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신선한거 아니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