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야빠바
우린 연애가 아니라 원수다 01
"야!!"
어김없이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저 익숙한 우렁차고 박찬 목소리는 제일 지겹게 내 곁에서 붙어 다니는 이석민이다. 또 무슨 일인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평소에는 나오지 않는 한숨이 잘도 나온다. 딱, 저 녀석이 저러고 다닐 때만. 나는 분명 오늘 아침부터 아무 잘못 한 것도 없는데 왜 저러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부터 쟤한테 잘못한 건 절대 없다. 안 봐도 뻔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게 뒤통수에서 보인다. 또 무슨 일이 생겨서 저렇게 다가오는지 고개를 돌려 이석민을 쳐다보니 한껏 인상 쓴 얼굴이 보인다. 갑자기 또 병이 도졋는가 싶어 무시하고 걸어가려는데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뒤통수로 날라온 손에 순간 빡칠뻔했다.
"야, 씨발. 너는 번호 따였으면 말을 해"
"아! 왜 때려. 씨발이 뭐냐, 그게 너랑 뭔 상관?"
"뭔 상관? 이 자식이"
"소식통도 존나게 느려, 어제 번호 따였거든"
평소에는 이런 소식 들어도 아무 말 않던 애가 갑자기 왜 지랄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아픈 뒤통수를 잡고 이석민 촛대를 깔려다가 무슨 일로 지랄을 하나 싶어 말을 건네려고 하는 순간 손에 든 폰을 가져가서는 연락처를 살핀다. 저렇게 찾으면뭐 해, 내가 저장 따위 하지 않는데. 번호 따인게 한두 번도 아닌 데다가 신경도 안 쓰던 애가 난데없이 저러는 게 오늘따라 참 이상하다. 이석민이 연락처를 계속 보더니 아무것도 없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얘 진짜 오늘 무슨 일 있는가 싶은 마음에 갸우뚱거리며 이석민을 쳐다보는데 폰을 내 손에 쥐여주고 잘했어.라며 머리를 헝클이고는 달아난다. 진짜 병신인 게 분명한 거 같다.
달아나는 이석민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나오는 한숨에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귀에 대고 바람은 분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데, 이 짓을 하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이마까지 차오른 빡침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뜨니 역시 내 예상대로 눈앞에서 있는 이수민이다. 아침부터 화나게 만드는 이 쌍둥이들은 진짜 제일 먼저 세상을 떴으면 하는 일 순위들이다. 쌍으로 시비를 걸지 않나 누구 동생 아니랄까 봐 하는 짓도 어쩜 나를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 애써 빡침을 참고 웃으며 모닝 인사를 건네고는 집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마음속에 담아두고 반으로 갔다.
이게 바로 여자만 아닌가, 등교하자마자 화장들 하고 있는 이 모습을 몇 년째 보는지 진저리가 난다. 중학교, 고등학교 공학 나왔는데 왜 반은 이지경인지 교육청에 신고하고 싶다. 합반에다가 좀 잘생긴 애들도 있고, 어? 그러면 얼마나 좋은데 여자만...
"안녕, 칠봉이 ?"
"응, 근데 누구"
"나 전학생인데"
전학생이면 뭐 나보고 어쩌라고? 딱 보니 길게 뺀 아이라인 새빨간 입술, 이상한 애가 전학 와서 심기를 건드리는구나. 오늘 하루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아침인데 운도 지지리 없을 수가 있나. 대충 알겠다는 눈빛을 보내자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불쌍한 얼굴로 바라봐 주고는 엎드리려고 하는 찰나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간단한 모닝 인사와 새로 온 전학생을 소개해주고는 자기 할 일하러 교실을 나간다. 개이득. 점심시간까지 쭉 자면 되겠지. 어차피 찾아오지도 않는 이석민인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맘 편히 자면 된다. 나에게 공부 따위 없어진 지 오래니까.
___
으응, 귀찮게 누가 깨워. 책상에 엎드린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깨우는 건지. 학교 다 끝났다고 병신아, 일어나라고. 남편님이 기다리잖아. 뭐? 학교 끝났다고? 내가 잠든 지 얼마나 됐다고?뒤척이며 뻐등한 허리를 펴며 입가에 흐른 침을 닦고 시계를 보는데 헐! 대박사건. 나 지금 그럼 하루 종일 잔 거야? 미쳤나 보네. 4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지금은 집 갈 시간인데 아침에 자서 이때까지 쉬지도 않고 자다 일어나다니 혹시 모른다 중간에 깨도 내가 기억을 못 하는지 암튼 나 년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옆에서 알짱거리며 자꾸 재촉하는 이석민에 배를 한 대 시원하게 쳐주고는 풀지도 않은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자 금방 뒤에 따라와 조잘거리는 이석민이다.
"무슨 전생에 잠자다가 뒤졌나 보다. 하루 종일 자냐?"
"아, 몰라.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닭갈비 콜?"
"개콜, 라"
"역시 우리 돼지 일어나자마자..."
안녕. ?누구세요. 앞에 불쑥 나타난 여자에 둘 다 표정이 당황한 채로 동시에 얼굴을 마주 보다 익숙한 얼굴에 다시 고개를 돌리니 아침에 나한테 뜬금없이 말 걸었던 우리 반 전학생이다. 아, 얘 우리 반 전학생. 내 말에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배고프다는 말에 내 손을 잡더니 여자 앞을 지나쳐 학교 앞에 있는 닭갈비 식당으로 나를 끌고 간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선수치며 쟤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이석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쟤는 어디서 나타나서 눈에 거슬리는지.
식당으로 들어와 닭갈비 5인분을 시키고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젓가락으로 장난치고 있는데 생각에 잠긴 이석민이 눈앞에 보인다. 많이 배고픈가? 다 익으면 먼저 이석민 한 입 먹여주고 그다음은 내가 다 먹어야지. 닭갈비가 나오고 야채가 익으면 먹어도 된다는 잘생긴 알바오빠에 말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석민을 바라보는데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잖아. 이석민, 무슨 일 있냐? 표정 개구려. 없다는 말과 함께 입속으로 닭갈비가 들어왔다 이거 먹고 닥치라는 뜻인가 암튼 뭐 맛은 있네. 그렇게 말없이 우리 둘은 닭갈비를 흡입하고는 마지막에 하이라이트! 볶음밥까지 시켜 먹고 돈은 물론 이석민 님께서 내고 밖으로 나왔다.
"데려다줘"
"왜, 혼자가. 나 일 있어서 먼저 가야 돼"
"지랄은... 알겠어. 혼자 갈게. 잘 먹고 잘 살고 내일 보자"
이석민에게 윙크를 해주기도 전에 벌써 달아나고 없다. 뭐지, 되게 이 적막한 분위기. 갑자기 짜증 난다 평소에 저러지 않는 이석민인데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설마 여자 생겼어? 에이, 그러면 존나 쓰레기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야. 집이나 가야지. 애써 걱정을 떨치고 신나게 집으로 가니 문 앞에 죽치고 앉아있는 사랑스러운 내 동생 찬이가 보인다. 춥게 왜 혼자 앉아서 나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네 나한테 전화하면 비번 가르쳐주면 되는데.
"찬아, 웬일이야?"
"방학이라고 엄마가 누나 집에 있으라 그랬어"
"근데 나는 방학 아닌데?"
내가 방학이 아닌데 왜 동생을 내 집으로 보낸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어린애 혼자 집에 놔두면 안 되는데? 엄마몬한테전화 걸어봐야겠네. 신호음도 가기 전에 초스피드로 받으신 우리 엄마는 웬일로 전화를 했냐며 묻는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웬일로 전화를 이렇게 빨리 받으시는 걸까. 찬이 왜 우리 집에 있냐고 물어보는데 큰소리로 걔, 거기 있어?라고 갑작스레 물어보는 소리에 응이라고 대답했더니 가만히 잡고 있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뭔데. 찬이한테 물어봐야겠네. 나 가출했어. 에? 무슨 개소리라니. 가출? 나도 안 했던 그 가출? 사랑스러운 동생 뒤통수를 한대 툭 치니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이게 웃어? 귀엽네. 근데 가출은 왜 한 건데? 엄마가 게임하지 말래, 할 거면 피시방 가서 하라잖아. 잠깐만 거기서 거기 아닌가? 몰라, 엄마몬이 오는 거 같으니까 나는 신경 안 써.
피곤한 몸에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치마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밀렸던 답을 하다 보니 어째서인지 이석민한테서 온 톡이 없다.이새끼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나한테는 절대 안 말해준다. 죽어도 말을 하라고 해도 존나게 심각한 일 아니면 도통 알려주지를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네. 무슨 일 있냐고 톡을 보내면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게 뻔한데 굳이 톡을 보내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지가 알아서 언젠가 톡이나 전화나 하겠지 뭐.
-Rrrrrrrrr
아, 뭐야. 나의 단잠을 깨우는 이 시끄러운 벨 소리. 비몽사몽 옆에 놓인 폰을 들어 전화를 받으니 들려오는 이석민 목소리다. 첫마디가 자냐? 자다 일어났으면 뭐!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자다 일어난 게 티가 나는가 보다.
"그래서 이석민 왜 전화했는데"
"..."
"장난치면 죽여버린다."
"..."
"아, 말을 하라고! 잠와 죽겠는데, 끊는다"
전화벨 소리 때문에 잠 다깼네. 이 자식은 뭔데 전화를 해놓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신경질을 긁는 건지. 술 처마시는 것도 아니고 오늘 일 진짜 안 풀리려고 작정했나 보다. 하루 종일 한 거라곤 잔거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있어야 될 찬이는 가고 없다. 내가 자는 동안 엄마 못이 와서 애기 가져갔나 보다. 내일도 학교를 가야 하는 생각에 머리가 갑갑하다 아니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놈의 학교 때려치워야지 그랬다간 분명 집 쫓겨 날 것 같아서 무서워서 하지는 못하겠다. 이렇게또 허무하게 하루가 가는 건가. 울리는 카톡에 폰을 보니 이석민한테서 온 연락이다.
-이상한 번호로 전화오면 받지마
-알겠어?
-저장 안되있는 거 받지마
-진심이다
-받으면 너 가만 안 둬
안녕하세요, 야빠바입니다.
아직 첫화라 내용이 이상한 부분도 있을테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테지만 앞으로 좀 더 발전해가면서 글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 신청은 댓글에서 하면 추가해드릴게요!
뛰어쓰기나 틀린 맞춤법이 있으면 댓글 살포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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