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04
주위에 우글거리던 무리들이 단체로 병원에 입원을 한 덕택에 오랜만에 혼자 기분을 내며 옥상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ㅡ표지훈.
처참한 꼬라지가 개꼴이던 박경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놈이라고 했다. 그 미친 새끼. 매점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끈덕진 시선에 언제나 기분이 더러웠다. 그 놈이 주위에서 놀려대는 것처럼 진짜 게이 새끼라서, 그 눈길이 차라리 사랑에 빠진, 따스함에 서린 것이었으면 물론 내가 그쪽 취향은 아니어도 고민정도는 해봤겠는데. 그 놈은 사랑에 빠진 척 연기를 하는 미친 새끼임에 틀림없었다. 그 눈길은 사랑에 빠져 연모하는 대상을 쳐다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사냥감을 바라보는듯한, 털이 쭈뼛 서는 듯하게 소름끼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친 놈에 대해 생각하던 찰나에 끼익-하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게 누군가가 나만의 공간에 침범해 들어왔다. 슬쩍 곁눈질로 보니 표지훈 그 놈이었다. 저 새끼도 양반은 못되는구만.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새끼인 터라 보지 못한 척 무시하고 눈을 감고 있었더니 점차 다가오는 발 소리가, 신발과 바닥이 마찰하면서 끽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섞이며 서서히 커지는 것이, 기괴하게 귓속을 강타해왔다. 금새 멎은 발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 놈이 바로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역시 옥상에 있었네. 불량아들의 아지트. 우지호도 뭐 별다를 건 없네."
"시발, 헛소리 말고 너 뭐야."
"..태일이 괴롭히지마."
"....그게 누군데"
"진짜 몰라서 묻는거야?"
모를 리가 있나. 이 새끼가 말하는 이태일이 그 때 매점에 같이 왔었던 조그마한 녀석이라는 것 쯤 알고 있었다. 박경을 시켜서 그 녀석을 괴롭히라고 요구한 것은 나였으니까. 예상했던 대로 그게 자극은 된 모양인지 이렇게 나를 찾아온 표지훈을 향해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그 놈의 입장에서는 좀 가증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약간 열 받은 모양인지 항상 웃고 있던 녀석이 정색을 하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경고야."
그 말에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리니 까만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별안간 다시 싱글벙글하니 웃기 시작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새끼. 안 그런 척 했지만 그 변덕스런 모습에 섬뜩함을 느껴 나도 모르게 놈을 경계하고 있었다.
시발. 설마 천하의 우지호가 저딴 개새끼한테 쫄고 있는건가.
"니 새끼가 경고하면 어쩔건데."
"글쎄. 이쁜 지호한테는 어떤 벌을 줄까."
"미친 새끼가, 안다물어?"
"가까이서 보니까 더 이쁘네."
"돌았냐 시발새끼야?"
"입이 험한게 단점이지만."
"하"
"존나 따먹어버릴까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놈을 향해 순식간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놈의 얼굴에 닿기 전에 팔목을 붙잡히며 제지를 당한 것이었다. 한쪽 손이 붙잡히자 반사적으로 반대손까지 녀석을 향해 내질렀지만 결과적으로 양손이 녀석에게 붙잡힌 꼴이 되었다. 마치 놈과 처음 만났을 때 박경이 당한 자세와 같이.
솔직히 그 때는 박경이 원래 약한 놈이라 그런 식으로 쪽팔리게 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녀석을 내가 과소평가한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본능적으로 내지른 주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발력이 엄청난 녀석은 가볍게 내 주먹을 제지했고 양팔이 포박당한채로 벗어나려하면 할수록 손에 힘을 가해오는 녀석의 악력은 보통 우리 나이대의 남자애들 수준이 아니었다. 시발, 이 새끼 도대체 뭐하는 새끼지?
"이거 놔."
"태일이 괴롭히지마."
"시발 싫다면?"
"흠."
완벽하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놈에게 기가 죽었다거나 쫄았다는 것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않았다. 그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러자 의미심장하게 웃은 녀석은 갑작스레 양팔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줘 벽으로 밀쳤다. 그 덕에 날개뼈를 잘못 부딪혀 아픔에 인상을 찡그리고 신음을 내뱉는데 그 사이 조금더 밀착해 온 녀석이 5cm도 안되는 거리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유모를 공포감에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 순간 다리 사이로 놈의 다리가 들어오며 옴짝달싹 못하게 고정되어 버렸다.
"우지호."
"....."
"태일이 건드리면 정말로 가만 안둘거야."
환히 웃으며 위협의 메세지를 담은 말을 건네던 녀석을 죽일듯 노려다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내 중심을 무릎으로 문질러대는 녀석 덕에 휘청하면서 균형을 잃었다.
"아흣...ㅇ흐..."
"지호야."
"아으....씹...흐읏........."
예상치못한 행동에 당황하기에 앞서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정신없이 자극에 신음만 흘려대는 날 웃으며 지켜보던 표지훈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며 입을 귀에 가져다 댔다. 혀로 귓바퀴를 한번 훑는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약간 눈물이 고인채로 우는 소리를 냈다.
"지호야, 내가 널 못 따먹을 것같아?"
"...흐....개새...ㄲ.."
"태일이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알지?"
가증스러운 웃음소리가 베인 목소리와 함께 자기 할 말을 마친 표지훈이 떨어져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린채 주저앉았다. 온 몸이 덜덜 떨려오며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새끼는 분명 나를 조롱 섞인 얼굴로 쳐다 보고 있겠지.
"이만 가볼게."
"....."
"그 정도로 그렇게 설 줄은 몰랐네. 알아서 잘 처리하고."
시발새끼.
처음 느껴보는 수치심, 굴욕감, 서러움, 분노. 온갖 감정이 뒤섞여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붙박이처럼 머물러 있으니 감정이 서서히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느껴지는 감정은 단 하나. 복수심. 나를 이렇게까지 벼랑끝으로 내몰아 수치를 느끼게 한 새끼에게 이 보다 더 큰 고통과 상처, 수치감을 선사하리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저 새끼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낭떠러지 끝으로 내몰아 그보다 더 심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ㅡ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내 꼴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와 같은 꼴이었는지.
ㅡ움직임을 최소화 시키고 가만히 있다가 슬쩍 날개를 떼어내면 벗어날 수 있었을 터인데 괜히 발버둥치는 탓에 거미줄에 더욱 엉겨붙어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미 벗어나기에는 늦어버린.
+
이거 학교에서 쓰다가 만거.
하라는 기말 공부는 안하고..
지호 시점.. 아 이거 불마크 달 수준은 아니라서 걍 안달았어요 가볍잖아요? 허허
저 좀 변태인가봐요; 왜이렇게 자존심쎈애가 당하는게 좋지;;;
쌀알님
새주님
이불님
Aa님
꼬리님
포비님
봐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스릉합니다 ><
아
이제는 진짜 기말 공부때문에 안들어올수도있고 걍 조금씩 쓰다가 한번 들어와서 쓰고 갈수도 있고..
일단은.. 기말 전까지 4화정도까지 쓰는게 목표였는데 목표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