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서 울리는 미미한 진동에 핸드폰을 들어 확인 해보니 카톡 하나가 와 있다. 저녁에 갈께요,기다리고 있어요.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아 작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누군데 그렇게 웃어요,형? 침대에 엎드린 채 고개만 빼꼼 들어 그 나이또래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오는 모습이 귀엽다. 찬이의 옆자리에 누워 볼을 앙 깨물어가며 장난을 치니 꼭 강아지가 된 기분이다. 나는 여우랬는데, 여우 같은 새끼. 살짝 인상을 찌부리며 했던 그 말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지만 곧 내게 말을 걸어오는 찬이의 목소리에 뿌옇게 수증기처럼 내 머릿 속을 채웠던 그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친구에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입술에 쪽 입을 맞춰 촉촉하고 뜨거운 감촉을 느끼며 찬이의 몸을 꽉 껴 안았다. 응, 그냥 친구야. 으응,그렇구나. 별 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마저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터져나왔다.
-
"걔 왔다갔어요?" "응?" "싱크대에 밥그릇이 두개잖아, 형 집에 누구 들이는 거 싫어하잖아요. 나 아니면 걔 밖에 올 사람 더 있어요?걔 왔다갔죠?" "잠깐 왔다갔어. 아, 주방 간 김에 나 커피 한잔만."
손에 쥐고 있던 리모콘으로 티비 채널을 돌리며 말하자 멀뚱히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왜. 굳이 억양의 차이를 줄 필요를 못 느껴 시시각각 바뀌는 티비화면에 시선을 고정 한 채 억양 없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할 땐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말 하는 게 예의에요,형."
"우리가 뭐 예의 차리고 그럴 사이나?" "걔랑 얘기 할 때도 나한테 하는 것처럼 이래요?" "에이, 그러지말고 우리 떡이나 치자구 친구." "그럴까요?"
쿵떡 쿵떡 쿵기덕 쿵떡
야!!!!!!!!!!!!!!!거기 떡 치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