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횡단보도를 걸어오는 여자, 도서관에서 우연히 같은 책을 고른 여자, 나와 비슷한 옷을 입고 지나가는 여자. 내가 상상하는 뮤즈란 그런것이였다. 특별하고 환상적인 나만의 여신. 그러나 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그런 뮤즈를 만날줄이야. 정말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였다. You Are My Muse! 울적한 기분에 모처럼 헤드셋을 새로 하나 사야겠다 싶어 매장에 들렀다. 올때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자주가던 곳이였다. 잔잔히 깔린 음악은 늘 선곡이 좋았다. 내 옆을 쫓는 점원에게 그냥 둘러보겠다고 말하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는데, " 이거 판 사람 어딨어요?! " 한 여자의 쩌렁한 목소리에 안에 있던 모두가 그 여자를 쳐다봤다. 저게 무슨 개매너일까 싶어 계속 쳐다보는데 여자의 손이 한 할머니 손을 붙들고있다. 아이구 난 괜찮다니까! 연신 아이구 소리를 내며 난처해 하는 어르신에게 여자는 믿으라는듯 제 가슴께를 팡팡 쳤다. "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환불 안된다고 어디 써있었냐니까? " " ...저기요 고객님 진정하시구요, " "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행사하는 5만원짜리 헤드셋을 25만원에 팔아먹었는데?! " 대충 들어보니 여자가 손붙들고 온 할머니는 오늘 오전 손자에게 줄 선물로 여기서 헤드셋을 샀고, 이 가게 직원들이 대출을 올려보고자 덤탱이를 씌웠다는 상황같았다. 소란에 얼굴을 찡그리던 사람들도 얘기를 듣고는 찝찝한듯 각자 돈에 든 헤드셋 또는 스피커를 내려놓고는 가게를 나갔다. " 알겠어요,알겠어요 손님 환불해드릴테니까 조금만 조용히... " 그 모습을 보던 직원이 마지못해 환불해주겠다며 영수증을 받아들었다. 여자는 그제서야 금방이라도 다 뒤집어 엎어버릴듯한 표정을 풀었다. 어르신에게 쪼르르 가서는 환불해준대요! 하고 말하는 얼굴이 꼭 토끼같았다. 상으로 당근받은 토끼. 그 표정이 아까와는 영 딴판이여서 퍽 웃음이났다. 환불받은 돈을 쥔 여자는 그대로 어르신에게 전하고는, " 할머니 앞으로 물건 조심해서 사셔야해요! 저런 나쁜놈들이 이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 " 고마워서 어쩜좋누...고마워 아가씨 " 듣는 나쁜놈들 표정이 문들어지고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어르신에게 저 또한 활짝 웃는다. 그 모습에 나까지 따라 웃었다. 그나저나 어르신의 손녀 즈음 되는줄 알았더니 모르는 사이였다니. 모르는 사이에도 제 일마냥 나서서 얼굴을 붉히는게 나로선 이해가 잘 안갔다. 평소에 내 일 아니면 관심없는 성격이니 내 성격탓이겠구나 싶었다. 그런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아까 그 여자는 이미 매장을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생각해보면 아는 사이도 아닌 그냥 처음본 여자일 뿐인데 나는 무턱대고 그 여자를 따라나갔다. " 흰 셔츠에 긴머리... " 그 여자의 인상착의를 생각하며 그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아마 멀리가진 않았을거다. 골목 3개, 커피숍 2개를 뒤지다가 찾은 어느 작은 꽃집. 남색 앞치마를 매고 병에 꽃을 꽂는 여자가 보였다. 얼굴을 가린 꽃은 하얀 수국이였다. 내 인기척에 꽃을 내려두고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하는 여자는 아까 매장에서 봤던 그 여자였다. " 꽃 사시려구요? " " ... " " ...꽃 안사세요? " " ...아, 아니 그게, 네 사려구요 " 내가 생각해도 병신같았다. 말은 왜더듬냐고. 무슨 꽃 찾으세요? 씩 웃으며 묻는 여자에게 대충 보이는걸 손으로 가르켰다. " 어? 수선화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좋아해요! 얘가 봄꽃인데 향이 은은하거든요 " 가위로 모난 잎사귀를 자르는 소리가 났다. 작지만 그리 답답하지 않은 공간은 해가 잘 들었고 꽃으로 가득했다. 하얀색 타일로 된 벽에는 나무로 된 시계가 걸려있었고 작은 테이블에는 여자의 것일듯 보이는 토시가 올려져있었다. 손이 느린건지 느긋함을 좋아하는건지 여자가 내게 꽃을 건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어정쩡하게 서서는 작은 화분에 꽃을 담는 여자를 혼이 나간듯 쳐다봤다. 아니 혼은 이 여자를 따라 나왔을때부터 나간게 분명했다. 아까 씩씩거리며 매장 직원이랑 실랑이 하던 여자, 어르신에게 하얀 토끼마냥 웃던 여자, 그리고 지금 수선화에 물을 주는 여자. 모두 같은 사람이였다. " 여기요 오늘은 물 줬으니까 주실 필요 없어요 햇빛 잘드는곳에 두셔야해요! " 여자가 조금 큰 종이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수선화 향이 여자의 맑게 웃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문득 이 맑은 여자가 궁금했다. 내 정신이 아닌듯 몽롱했지만 확실히 나는 이 여자가 더 보고싶었다. 뮤즈, 바로 뮤즈였다.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는 내게 뮤즈로 다가온것이였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곧장 평소 오글거린다며 질색하던 사랑노래가 쓰고싶어졌다. " 저기요 " " 네? " 여자는 빤히 쳐다만보는 내가 이상했는지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오후 두시의 나른한 분위기를 만나 그 모습이 더욱 예뻤다. " 아까 매장에서 봤어요 어르신 도와드린거 " " ...네? " " 그거 보고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그쪽을 찾아왔어요 " " ... " " 아마 그때 첫눈에 반했나봐요 " " ... " " 아 이상한 놈은 아니에요 소개가 늦었죠 민윤기라고 합니다 " " ...아 네 " " 어, 저 진짜 이상한 놈 아니에요 이 가게 뒤에있는 아파트에 살구요, 아 혼자살아요 위로 형이 하나 있고 또 아 작곡을 하구요 밥 벌어먹을만큼은 법니다. 아 그리고... " " ... " " 앞으로도 수선화 사러 자주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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