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ttack Timing!
01
: 사랑도 겨루기도, 결국엔 타이밍
"홍코너- 전 정국!"
그를 부르는 사회자의 외침에 객석이 술렁였다.
환호소리만으로도 고등부의 떠오르는 태권도 겨루기 유망주라고 불리는 그를 위한 경기임을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정국이 빨간 헤드기어를 머리에 쓰고 나와 몸을 풀듯 가볍게 뛰며 좌우로 목을 기울였다. 전국 체전도 아닌 지역 체전 참가만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이름을 떨친 정국은 이름만 들어도 우상으로 여긴다던 한성고등학교의 빨간 마크가 달린 도복을 입고 있었다. 예로부터 도복을 물려입는 한성고의 교칙 덕에 정국의 도복은 여느 도복들과는 다르게 길다란 길이를 자랑했다. 선수들만 알고있는 진정한 겨루기의 멋은 경기 중간중간 제 몸보다 약간 긴 도복이 흘러내리는 것을 치켜 세우면서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국이 소매와 바짓단을 치켜 세우며 상대방을 꿰뚫듯이 응시했다.
"한성고 에이스 전정구욱-! 다 잡아서 묵사발을 내버려!"
관객석에 태형이 그를 향해 손을 모아 소리쳤다. 같은 도복을 입고 줄을 지어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정국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듯 했다. 정국이 태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못말린다는 듯 픽하니 웃고 고개를 돌렸다. 상대편을 마주하자마자 다시금 진지해지는 표정에 청코너의 선수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경계태세를 갖췄다. 정국도 허리에 둘러져 묶어있던 띠의 양 옆을 잡아 힘을 줘 잡아땡기며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다. 정국의 손에 들린 마우스피스가 고른 치아와 잠시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이 위로 안착했다.
예상치도 못한 공격으로 한 번에 K.O 시킨 상대가 한 둘이 아니라며? 그의 뒤를 따라붙는 수식어로 그의 경기를 설명해주기에는 충분했다. 하려던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골반을 틀어 바로 반대편으로 들어가는 기술은 그의 특기이자 태권도인의 자랑이었다. 또, 운동만 하기에는 아까운 미모로 요즘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거리가 되고있는 그는, 한성고의 에이스로 불리는 전정국이었다.
"시작!"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심판과 판정단은 물론이고 관객들의 시선이 정국에게로 집중됐다. 모두들 숨을 죽이느라 잠시동안 경기장 내부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가볍게 스텝을 밟던 정국이 오른발을 차는 시늉을 하다가 오른 발을 뻗어 상대방의 호구 옆구리 부분을 가격했다. 순식간에 1점. 0을 그린 빨간 점수판이 뒤로 넘어가 숫자 1을 보였다. 아직 경기의 2회전까지도 한참 남은 상황, 당황한 상대팀은 그의 기세에 지레 겁을 먹고 몰아붙이는대로 몰리고 있었다. 정국이 그 틈을 타 밟던 스텝을 잠시 뒤로 빼듯 몸을 움직였다.
가벼운 체중으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핀급, 경기의 진행은 다소 느리지만 한 번 힘을 싣으면 엄청난 파워를 가지는 헤비급. 그리고 가벼운 몸놀림과 적당한 파워까지 겸비한 정국은 그들의 중간에 위치한 페더급 선수들 중에서도 과연 사람이 맞을까 의심이 들게끔 만드는 인재였다. 상대편 선수가 뒤로 빠지는 정국을 노리기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며 앞으로 체중을 실었다.
타이밍. 예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끔 들어온 말이었다.
'잘 들어, 전 정국. 겨루기는 타이밍이다.'
정국이 다시 한 번 그의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한쪽 입꼬리를 씩- 하고 올렸다. 뒤로 뺀 몸의 무게중심을 뒷발에 가득 싣고 가볍게 몸을 돌려, 힘있게 뻗은 다리를 뒤로 보냈다. 뒷차기 상단. 짧은 찰나에 앞으로 몸을 빼던 상대편 선수와, 그런 그의 턱을 엄청난 힘으로 가격한 정국이었다. 파란색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던 청코너의 선수가 갑자기 들어온 발차기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힘을 잔뜩 싣은 공격을 받았다. 공중에 떠있는 마우스피스, 뒤로 넘어가는 빳빳이 굳은 몸. 시간은 짧았지만 아주 느릿하고도 무겁게 흘러갔다.
…여덟!
녹다운 된 선수 앞에서 수를 세던 심판이 K.O를 선언했다. 관객들의 환호소리가 경기장이 떠나가라 울렸다. 정국이 두 손에 주먹을 쥐고 허공 위에서 두어 번 흔들며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맺혀있던 땀방울이 힘 있게 털어낸 주먹에 머리칼을 떠나 공중으로 자잘한 빛처럼 흩어졌다.
정확히 1분 48초. 2분이 채 되기도 전에 상대방을 K.O시킨 이번 경기는 평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던 K.O를 고등부 신기록에 내새울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이뤄냈다. 한성고의 코치인 석진이 정국에게로 달려와 기특한 듯 그의 목에 헤드락을 걸고 꽉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
"녀석, 역시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Love Attack Timing!
* * *
딱히 정해진 자리 없이 떠돌다 가는 것이 운동부의 숙명이다. 매번 교실에 들어와 하는 일은 쓰지 않는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하다가 급식시간이 되어서야 자리를 뜨는 일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태권도의 탄탄대로를 밟고 있던 정국에게는 익숙한 일이었지만, 그 중에도 조금 거슬리는 날을 꼽아보자면 바로 학기의 시작이었다. 중학교 3년, 그리고 오늘까지 포함해 고등학교 2년. 정국은 총 5년 동안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받아내야 했다. 많이 웃질 않으면 무서운 운동부 아이, 그렇다고 잠만 자면 학교에 와서 잠만 자는 무서운 운동부 아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주변에 동경과 애정의 눈빛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모두 정국의 실력과 외모에 있었다.
정국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후드를 뒤집어 쓰고 교실 뒷문으로 들어섰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 근육, 제대로 갖춰입지 않은 교복 덕에 의도치도 않게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이미 많이 받아와 익숙해진 시선이라 개의치 않게 넘기기로 했다. 웅성임이 커진 교실에, 지민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갔다.
"어? 전 정국, 너도 이 반?"
교실에 앉아있던 지민이 정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 너 체전 준비로 바빴어서 며칠 동안 교실에 못 들어왔었지. 안 보여서 몰랐다, 임마!
한 반에 운동부를 몰아넣으면 반 등수가 떨어진다고 길길이 날뛰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최대한 고르게 배치되던 운동부 학생들이었다. 저번에는 재수없게도 시끄럽고 귀찮은 태형과 한 반이었는데, 이번에는 더 재수없게 그의 친구 지민과 한 반이 된 것이다. 아마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향해 엉켜붙을 게 분명했다. 지민 혼자라면 다행이지, 태형을 데리고 와 함께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감사할 일이었다.
정국이 고개를 내저으며, 이미 자리 배치가 끝난 교실을 어슬렁거렸다. 주인이 있는 책상들 속 유난히도 깨끗한 빈자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정국이 창가 뒷자리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이왕 앉을 거면 창가 자리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워서 자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으니 그것이 지겨워질 때면 턱을 괴고 창 밖을 내다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속으로 제발, 제발 간절히 바라던 정국이 무엇을 보고 놀란 듯 걸음을 멈췄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뜻밖의 제발이었다.
'너희 반에 전 정국 있다며!'
'응, 왜?'
'내가 맨날 말하던 애가 걔야 걔, 네가 하도 운동엔 관심이 없으니까 이름을 못 외울 게 분명해서 그냥 태권부 걔라고 하면서 입이 닳도록 칭찬한 애!'
반 배정표를 보고 와서는 흥분에 겨워 말하는 친구였다. 아, 어떻게 3년 동안 같은 반이 된 적이 없냐.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라지. 친구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탄소는 오래 전부터 정국의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니 정확히는 스포츠를 하는 남자에 더 관심이 많은 친구였기에 그런 친구를 둔 탄소가 정국을 모를 리가 없었다. 맨날 기사 사진을 보여주며 제 앞에서 흔들어보이던 얼굴이었다. 환한 액정 속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던 기사사진 속 정국의 모습이 아닌, 그의 실물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개…다"
얼마나 막무가내로 행동했으면 운동부 사이에서도 '개'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매번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생겼던 의문이었지만, 자신과는 상관 없는 사이였기에 딱히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며 제 머리채를 쥐어뜯는 친구를 보며 저 또한 같은 반이 될 일이 없을 것이라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복작복작한 교실 속, 교실 뒷문 바로 앞 뒷자리에 앉아 정국을 바라보며, 거기가 빈자리야. 하고 큰 소리로 말해오는 지민의 목소리. 대각선 자리에 앉은 덩치 큰 남학생을 지나 서서이 모습을 드러내는 정국. 잠시 주춤거리던 걸음을 멈추고 탄소를 마주했다. 조용히 웅얼거리던 개다 라는 제 말을 들은 것인지 개?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의 모습에 탄소가 황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 자리 비었어?"
태권도부의 개, 전 정국
하필 그런 아이가 바로 옆자리라니,
순탄치만은 않은 여정 예약이오. 탕 탕-
*
안녕하세요 데이타임 입니다! 태권도 겨루기 선수 정국이를 보여드리게 되어서 매우 씐나..! 첫 장면은 경기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노래도 일케 일케 신나네요 ㅎ0ㅎ
아무래도 정국이를 보면 운동부 이미지와 넘나 잘 어울려서 어색하지 않아요ㅠ 사실 이 경기 장면들이나 부수적인 내용들은 제 아는 지인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실제 겨루기 선수 활동을 했던 분의 경험담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다음화부터는 분량 늘어납니다
같은 태권도부 지민이 태형이도 예쁘게 봐주세요
잘부탁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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