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 .pro
by. 원아
그때였다.
내가 밴드부에 들어오게 된 이유
그 때, 그 순간이었다.
**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노랫소리, 쉴새없이 쏟아지는 함성소리, 현란하게 반짝이는 조명까지. 겨울인걸 모르는지 뜨거운 열기가 강당을 가득 채운다. 오늘은 콘서트 날도, 행삿 날도, 뭣도 아닌 고등학교 축제날.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다들 심취한 듯 하다. 더러 본인 무대 준비할 생각은 안하고 음악에 미쳐버린 이석민을 보낸지 2분쯤 지나자 곧바로 모든 조명이 꺼졌다. 그칠 줄 모르던 함성들은 서서히 잦아졌고 다음 차례가 밴드부라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전 무대들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공간을 매꾸기 시작했다. 들리는 소문으론 밴드부 부원들이 그렇게나 잘생겼다던데...
"야 앞으로 좀만 더 가봐."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앞자리를 탐내는 애들 덕에 아빠다리를 한 상태로 꼿꼿이 피고있는 내 허리가 자꾸 폴더폰을 빙의한다. 이석민 개새끼. 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잘 나와야한다며 나를 앞으로 떠밀더니 내 손에 지 폰을 쥐어주곤 가버렸다. 이걸 지금 부셔버려야되나
*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일렉소리가 강당에 울려퍼진다. 잦아들었던 함성은 다시 불이 붙었고 내 등은 역시 깨질 것만 같았다.
"아 아파죽겠네."
"그만 좀 밀어!!!"
"밀지 말라니까!!!!!!!"
무슨 스탠딩 간접 체험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속으로 별의별 쌍욕들을 생각하며 왜 난 더 많은 욕들을 알지 못하는가에 대해 자책했다. 이석민 진짜 개새끼. 그 와중에 노래는 잘 부르네 짜증나게
"00야 잠깐 좀 앉는다!"
갑자기 한 여자애가 날 옆으로 밀치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건 순식간이었다. 몸은 기울어졌고 카메라만 보고있던 내 눈은 의식적으로 카메라만 따라가고 있었다.
"아... 시발 진ㅉ,"
고개를 돌려 화를 내려던 참, 기울어진 카메라 속 드럼을 치고있는 어떤 남자가 들어온 건 그 때.
"..."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건가. 시간이 멈춘 기분이었다. 몸도 입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저 카메라 한번, 무대 한번 다시 카메라 한번, 무대 한번 그리고 드럼채를 잡고있는 저 고사리 같은 손 한번. 눈동자는 지진이 났고 그 지진은 바로 심장까지 옮겨왔다. 그리곤 생각했다. 날 앞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해주신 이석민에게 감사합니다. 자신을 찍어달라 친히 협박을 해주신 이석민에게 감사합니다. 날 밀치고 낑겨들어와주신 친구분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분이 살아계심에 감사합니다.
그 때였다.
내가 밴드부에 들어오게 된 이유
그 때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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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잡에서 만나는건 처음이라 좀 떨리네요ㅎㅎ
이번 화는 과거 이야기라 배경이 좀 까맣습니다!
다음 화부턴 분홍분홍해 질 예정이에요ㅎ
아마 밴드부 부원이 누구누구 있는지도 나오겠죠?
궁금한건 저밖에 없겠지만...흫
암튼 서툰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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