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사랑이.
시나브로 00
w. 글고운
박여주 또 저래. 나는 쟤 저러다가 위벽에 구멍이라도 날까 무섭다. 말려도 말려도 끝까지 저래.
쟤 고집 이길 사람 너밖에 없잖아. 얼른 가서 말려봐. 또 속 게워내고 끙끙 앓을 게 뻔하잖아.
친구의 다급한 전화에 하던 과제도 내팽개치고 우리의 단골집으로 들어서니 늘 앉던 그 자리에 여전히 서툰 젓가락질을 하며 그 매운 닭발을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는 여주가 보였다.
정국은 그런 여주의 맞은편에 앉았고 왔냐는 인사 한마디도 없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 여주의 앞으로 물을 건네며 닭발이 올려진 그릇을 제 쪽으로 당겼다.
못된 버릇이었다. 고치라고 몇 번을 말해도 끝끝내 고쳐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자신이 감당하기에 벅찬 스트레스를 만나게 되거나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매운 것들을 종류에 상관없이 무작정 속에 들이붓고 보는 버릇은 여주를 위염을 달고 살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정국은 자신의 속이 더 쓰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힘들면 나를 부르면 될 일이지. 나이 좀 먹었다고 이제는 힘든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워진 건가. 자신 몰래 어디선가 캡사이신이 다량으로 함유된 음식들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구역질을 해대며 속을 부여잡는 모습을 볼 때면 정국은 오히려 자신이 더 불편했다. 여주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자신은 적격이 아닌 사람이 된 느낌이라.
"그만 먹고 일어나. 병원 가자."
"아직 덜 먹었어."
"너 입술 부었어. 씁씁거리잖아, 지금."
"누가 너한테 일렀어? 또 박지민이야?"
"남은 건 포장해가자. 얼른 가방 챙겨."
"나 아직 다 안 먹었,"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목구멍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속에 급하게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여주의 뒷모습에 정국은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익숙하게 남은 음식들 포장을 맡기고 계산을 마친 뒤 여주의 가방과 겉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 화장실에서 물기 어린 손으로 나오는 여주에 들고 있던 겉옷을 억지로 입히고는 손목을 당겨 가게를 나서는 모습들이 꼭 훈련된 과정 마냥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런 사이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그래서 서로에 대한 것들이 너무 익숙한.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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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현상 진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