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었다.
흐린 먹구름으로 덮인 밤하늘은 저 너머의 달빛에 구름과 구름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개방했다.
새벽 세 시. 어둑해질대로 어둑해진 늦은 시각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짝거리던 도시의 불빛들은 대부분 사그라들었다.
소년은, 별도 보이지 않는 하늘의 어슴푸레한 달에 겨우 시야를 트였다.
어두운 갈색이라기에는 밝고, 밝은 갈색이라기엔 조금 어두운 어중간한 머리색.
초겨울이라는 추운 시기에는 전혀 알맞아보이지 않는 검은 색 티셔츠에 반바지는 소년의 정상적인 생김새에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귀로도 생생히 느껴지는 날 선 바람에도 소년은 미동도 없이 그를 비추는 흰 달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있는 이 행성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임에도 이리 먼 이유는 뭘까.
과학적이지 못한 쓸데없는 접근에 소년은 머리를 살짝 저으며 다시금 하늘을 바라본다.
"병신 우지호."
약간 어눌하게 두 어절을 읊조린 소년은 어디선가 쏟아져내리는 듯한 바람들의 행렬에 조심스레 몸을 감춘다.
더보기 아무도 보지 않아도 꿋꿋히 연재할 판타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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