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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취버린 듯 모든 것이 조용한 이 밤.
어둠으로 가득 찬 하늘 아래에 떠있는 달은 차가운 빛을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어디 있을까. 숨는다고 내가 못 찾는 게 아닌데.
걸음을 느릿하게 하며 숨어있는 이를 찾아 걸었다.
어쨌든, 지금은 내가 술래인 상황이니까. 놀이는 재밌게 즐겨야지.
"어디 있으려나~"
벌써부터 찾아내서 놀라게 할 생각에 신이 나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발걸음도 가벼워 금방이라도 찾아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갈래 길로 나누어진 길에서 망설임 없이 오른쪽 길로 직진했다. 걷다보니 나오는 골목길에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쌓여있는 상자 틈에서 빼꼼 제 존재를 드러내는 인영에 흥분감을 애써 감추며 모르는 척, 그에게 다가갔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찾았다."
입꼬리를 비틀며 지금, 내 눈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존재에게 다가가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마주친 얼굴에 다시금 흥분감이 도사렸다.
아아,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이란.
언제봐도 내 안에 피를 들끓게 해주었다.
"안녕?"
"사...살려주세요."
"참 오래 숨어있었다."
그렇지?
짓고 있던 웃음을 지우고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남자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검붉은 피가 사방 곳곳으로 튀었다.
다시 칼을 뽑아내니 피가 분수처럼 흩어졌다.
방금까지 그가 살아있던 이 공간에, 칼을 쥐며 웃음 짓고 있는 내 온 몸에.
"아..."
파도처럼 쏟아지는 황홀감에 몸이 떨려왔다.
살육의 순간은 언제나 찬란하다.
이 느낌에, 이 감촉에 살인을 멈추려 해도 멈출 수가 없다. 아니,
멈추려 했었나?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펴고 기지개를 쭉 편 뒤 망설임 없이 앞을 향해 걸어갔다.
힐끔, 잠깐 시선을 돌린 곳엔 눈조차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늙은 뱀새끼가 앉아 있었다.
우스운 모습에 당장이라도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가라앉힌 뒤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깜빡깜빡, 위태롭게 비추고 있던 가로등이 빛을 잃었다.
어둠으로 가득 찬 세상을 걷는 기분이란, 참으로 묘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달은 조용히 하늘 아래를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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